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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훈 Jan 07. 2019

지랄같은 한국정치 현실, 좀 알고 비판하자!

 100초 정치수업 CBS 노컷뉴스 시리얼

요즘 새삼스레 느끼는 거지만 우리 민족은 흥도 많고 뭐 하나에 꽂히면 사생결단을 내기도 하는데 장점이면서 치명적인 약점이다. 이런 성향은 정치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지난가을과 겨울 그리고 봄까지 일어난 사건을 보자.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당시에 미완으로 끝났지만 419혁명, 518 민주 항쟁(이 사건을 여전히 빨갱이와 북한의 농간 운운하는 이들이 아직 살아있지만...) 그리고 서울의 봄이 있었다.


100초 정치수업, 한국정치 현실... 좀 알고 비판하자! CBS 노컷뉴스 시리얼



이제 생각해보면 서울의 봄으로 얹어낸 대통령 직선제 이어 군부독재의 종식,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 시절의 민주화 과정들은 참 소중하다. 그렇게 어렵게 얹어낸 민주를 어찌 한순간이 잃어버렸는지 당시엔 이해 못했지만 지금은 안다. 나 역시도 보수 코스프레를 한 기득권과 수구세력에 대해 정확히 몰랐다. 많은 국민들이 그들의 실체를 몰랐거나 알았더라도 당장의 코 닦지 만큼 작은 내 기득권을 지키려 잘못된 선택을 했을 것이다.


야당이 정부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고 심지어 그들의 임무기도 하다.


지난 세 계절을 거치면서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질문은 어인 일인지?


왜 야당은 반대만 하는가?



그건 그들의 본질이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야당의 반대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런 볼멘소리를 하는 국회의원도 있다. "참 격세지감입니다. 어제의 여당이 야당이 되더니 이러네요" 국민들이야 정치 메커니즘을 모른다 치더라도 이런 발언은 진짜 몰라서라기 보다. 바보 탈을 쓰고 국민을 상대로 고도의 전술을 쓰는 것이다. 국민들이 "그 말이 맞네"라며 맞장구 칠 이유는 없다. 


우리 국민들은 정치에 관심은 많지만 바른 정치관을 가질 정도의 공부를 하지 않는다. 내 앞에 어떤 이익이 떨어지면 정부를 지지하고 아니라면 비난하는 딱 그 수준이다. 안타까운 것은 빈부격차에 따라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은 더욱 왜곡된다는 것이다. 돈 좀 있다는 이들 중에는 나이에 상관없이 정치판과 정치인들의 의중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은 보수와 수구를 선택하지만 반대의 선택도 자유롭다. 가치관에 맞지 않더라도 정책이 그들의 부를 키워준다면 수구를 선택할 수 있다는 거다. 반대로 살기 어려운 이들이 보수와 수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권이 바뀌면 현재 받고 있는 혜택이 줄어들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선택의 기회까지 잃은 경우다. 게다가 이들에게는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그것을 취사선택할 기회도 적다.





정보의 취득이 빠르고 정보 해석에 능할 것 같은 젊은이들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요즘 젊은이들의 정치 성향도 부의 정도와 관련 있다. 나이가 어릴수록 사는 지역에 따라 정치 성향이 갈린다. 소위 강남 3구에 산다면 보수 성향을 띨 가능성이 크다. 그럼 빈곤한 가정의 젊은이들은 진보적 성향을 띠는가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다양한 정보를 접할 기회가 적고 먹고 사는 문제의 절실함으로 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저소득 노년층과 같은 이유로 엉뚱한 선택을 한다. 삶의 여유가 없을수록 정치에 무관심하고 선택의 필요성조차 잊게 되는 것인데 정치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우리나라 정당 정치와 권력구조의 메커니즘 만 정확히 알면 정치판 돌아가는 모양새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걸 안다고 바른 정치관을 가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어려워서 신경 쓰기 싫다는 자포자기 상황만은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소개할 100초 정치사회 수업은 CBS 노컷뉴스를 통해 방송된 내용을 가볍게 편집한 책이다. 이것은 상당히 무거운 소재이지만 내용은 어렵지 않고 원인과 해결책도 간결하게 제시한다.  제작자들이 시리얼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몇 가지 주요한 내용을 살펴보겠다.


압도적 1위, 쇼핑 채널에서는 좋아할 만한 수식어지만 실상은 생존권 박탈에 가깝다.


국가적 위기로까지 확대되는 과도한 노동시간문제는 당장 개인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출산율 저하와 노동시장을 경직시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우리 삶의 질이 최빈국 방글라데시 국민보다 못한 원인 중에 하나며 극명한 사회악 중 하나다. 이는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한국 대기업들의 위기와도 관련된 문제다. 무조건 열심히 하기만 하면 성공한다는 3공화국 시절 ‘새마을 운동 구호’에 얽매인 이들이 21세기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발악하는 상황이라고 할까? 해법은 간단하다. 조금 내려놓으면 되는데 이 나라는 작은 것이라도 양보하면 그걸 밟고 올라서는 악마들이 득실거린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야 하지만 정부는 기업에게 떠 넘기고 기업은 정부가 나서지 않은 한 절망의 고리를 끓을 생각이 없다.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는 나쁜 권력의 습성은 여전하다.


과거 정권은 정보 유통을 통제하고 심지어 자신에 반대하는 국민을 죽이는 일이 많았다. 뚝에 구멍 하나가 커져 결국 무너진다는 격언은 그들에게 절실했다. 그래서 야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일조차 이적 행위로 몰아 사람들을 가두고 거짓 자백을 받아내려고 고문을 일삼았다. 대표적인 예가 영화 변호인의 배경이 된 '부림사건.' 이들이 얼마나 열심이었던지 영국인들이 존경하는 정치가이자 역사학자인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었다고 빨갱이로 몰았다. 카가 러시아 대사로 일했기에 그가 빨갱이라는 것이 검사의 주장이었는데 이 책은 당시 중고등학교 필독서이기도 했다. 이런 엉뚱한 짓은 비단 군사독재 시절의 일만은 아니다. MB 시절 '나쁜 사마리아인' 은 국방부 지정 금서였다. 그런데 '둑의 작은 구멍'은 그들의 믿음대로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 419혁명은 마산에서 떠오른 중학생의 시신이 도화선이 됐다. 박종철과 이한열 열사는 민주화 운동을 폭발시킨 단초가 됐다.


권력자의 잘못된 소신은 재앙을 부른다.


구의역 사고로 숨진 김 군의 가방에는 컵라면과 일회용 젓가락이 들어있었다. 내가 점심을 거르면 걸렸지 편의점 음식으로 때우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다. 전자레인지에 도시락을 데우고 컵라면이 익기를 기다릴 수 있는 이들은 김군보다 나은 삶을 사는 걸까? 또는 점심시간이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 중에 가장 소중한 순간이고 점심 메뉴 선택이 가장 어려운 숙제인 직장인들이 김 군보다 행복한 걸까? 시리얼의 제작진은 공기업 정상화라는 신기한 정책이 실상 어떻게 전개됐는지를 설명한다. 


자유주의 : 가진자가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고 자기 이익을 취할 자유를 보장하는 논리


이 나라 정부에서 경제정책을 주무르는 이들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을 공부했고 그것을 신봉한다. 요즘 정치인으로 전향해 한참 욕먹고 계신 어떤 이는 노무현 정권에서 FTA를 강력하게 밀어붙인 인물이다.  MB 정권에서는 대통령의 소신과 쿵짝이 맞아 이런저런 경제정책과 정부 조직의 선진화를 추진했다. 이게 얼마나 졸속인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 지하철 PSD 관리를 맞은 하청기업들의 상황이다. 신 자유주의는 가진 자들이 최대한 부를 축척할 수 있도록 그들의 자유를 인정하자는 가치관에서 출발한 경제사조다. 소위 엘리트와 기득권의 입맛에 맞을 수 밖에 없다.



이화여자대학교, 이렇게 정식 명칭으로 부르고 싶다. 개인적으로 이화여대에 대해서는 늘 낮게 평가했다. 권력자들의 부인, 재벌의 딸이 돈으로 학위를 사는 학교, 많은 여자대학이 경쟁체계로 뛰어든 반면 여전히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는 이익집단으로 인식해왔다. 하지만 지난 가을 이화여대 내부에서 불거진 학생들의 시위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 사건의 시작이었다. 학교 밖의 평가가 어떻든 내 학교는 그래도 명문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학교는 이에 대해 철저한 부패와 야합의 증거들로 대답했다. 이에 대한 학생들의 답은 또 남달랐다. 저항의 방법은 상큼했고 그 절차는 무섭도록 민주적이고 평등했다. 누구 하나 앞에 나서지 않았다. 반면 이들의 학교는 그들이 상상한 것보다 수준 이하였다. 이어지는 정유라 사태. 이화여대가 한참 시끄럽던 시절 나는 이화여대로 출근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사건을 더욱 남다르게 기억한다.



나는 이 꼭지에서 이 사건을 어떻게 언급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세월호 이야기 이젠 지겹지 않나?" 또는 "언제까지 그걸 잡고 있어. 이젠 살아야지" 세월호가 배에 탄 사람들을 잡고 침몰한 것은 지난 일이 됐다. 아니 세월호 사건도 아닌 '그걸'로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사거리에서 차들이 충돌해서 사람이 죽었다면 쉽게 잊힐까? 당사자나 가족이라면 잊지 못하겠지만 사회는 잊을 것이다. 그런데 세월호 이야기가 끝나면 안 되는 이유는 피해자를 제때 구조하지 못했고 사고 원인과 책임을 제대로 밝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리에서 교통사고가 나면 경찰이 출동해서 사고 현장을 보존하고 원인을 조사한다. 구급차는 사망자와 부상자를 수습해서 병원으로 이송한다. 구난차는 사고 차를 정리한다. 그리고 원인 조사와 사후 처리가 이뤄진다. 원인을 제공한 자는 그만큼의 경제적·법적 책임을 물고 선의의 피해자는 보상을 받는다. 그렇게 해서 사고는 기억 속 또 기록 속에 자리 잡아 조용히 잊힌다. 


그러나 이 사건은 뭐 하나 제대로 정리된 것이 없다. 그런데도 "잊자, 정신 사나우니까 잊자"라고 한다. 몇 해 전 관광업에 종사하는 어떤 분과 긴 대화를 한 적이 있다. 그분은 세월호 사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세월호 때문에 자기가 입은 손해가 많다며 사람들이 이젠 잊고 지내야 하지 않겠냐 했다. 세월호 논의가 지속되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는 바로 개인의 이익이다. 내 이익이 반하면 사회 정의도 뒷전이 되는 것이다. 그날 머리를 꼭 만지셔야 했던 어떤 분도 이 사건을 그냥 늘 있는 교통사고 정도로 인지했을 것이다. 집 밖에 나가려면 내 꼬락서니 손보는 것이 더 급하고 그것이 해결 안되면 그 어떤 문제도 우선순위를 차지할 수 없는 이 분에게 그 누가 이 사고의 심각성을 직언할 수 있었을까? 


같은 정보를 접해도 받아들이는 것은 개인마다 다르다. 하지만 최소한 여당이 정부에 비판적인 이유도 모르고 뉴스를 보면서 '야당은 늘 왜 저려냐'며 개탄하는 상황은 없어야겠다. 단어의 뜻도 모르면서 미국에서 사온 T 셔츠라고 입고 다니던 시절은 독재정권 시절로 족하다.  조금만 노력하면 로켓 만드는 법도 알 수 있는 이 대명천지에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삿대질 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추천한다. 100초 정치사회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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