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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Jan 23. 2023

"웰컴 투 패닉 에어포트"_홍만춘 에세이

부제 '나는 공황장애가 있는 공항 직원입니다.'

나는 공항으로 들어갈 때 마다 마음이 두근거린다. 여행을 떠난다는 설렘과 기대감, 계획한대로 무사히 여행을 다녀올 수 있을까 하는 일말의 긴장감, 뭐 집에 놓고 온 것은 없나 하는 불안감이 한데 혼합되곤 한다. 높디높은 천장과 얼기설기한 구조물, 익숙한 목소리의 안내 방송, 웅성웅성 소음을 내며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마음의 두근거림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그러다가 출국 카운터에서 항공사 직원을 만나 얘기를 주고받고 승차권을 손에 쥐면서 조금씩 긴장이 풀린다. 능숙하게 수속을 완료하고 짐을 보내고 출력된 티켓에 동그라미를 표시하며 출국 게이트와 시간을 친절하게 안내하는 그들의 정돈된 응대 덕택이다.


세상에서 가장 다양한 손님들을 접하는 직업 중 하나는 단연 항공사 직원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각자 비행기에 타게 된 깨알 같은 이유를 가진, 서로 다른 국적과 인종, 남녀노소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며, 돌발 상황에도 제시간에 무사히 갈 길을 가도록 하는, 난이도의 스펙트럼이 극과 극인 스트레스 상황에서 일을 하는 이들. 그러다 보면 정말 공황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 공항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이 책 ‘웰컴 투 패닉 에어포트’를 읽게 되었다. 뭔가 항상 보안에 철저한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은밀한 궁금증도 한 몫 했다.

이 책에는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저자가 계약직 항공사 지상직원으로 근무하며 겪은 (코로나 포함) 여러 에피소드가 들어있다. 우리가 접하는 항공사 직원들의 정돈된 모습 이면에서 풀어나가야 하는(백조가 수면 아래에서 발길질을 해대듯) 여러 황당하며 스릴 넘치는 장면들, 그리고 직장인으로서 겪는 기쁨과 슬픔을 솔직하고 발랄한 언어로 풀어놓았다. 여러 사건에 대한 대화체의 담담한 서술과 작가의 긍정적 해석 이면에 담긴 작가의 너저분한 감정의 결들도 공감되며 잘 읽혔다. 빨리 읽을 수도 있지만 담긴 글 하나하나 아껴가며 천천히 읽게 되는 책이었다.


작가는 아마도 글을 쓰고 고치고 하면서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어 공황장애를 벗어나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이 책이 읽는 이들에게 주는 위로도 그 지점에 있는 것 같다. 그의 이야기에 같이 웃고, 화내고, 공항을 가로질러 달리는 뒤를 따라 같이 뛰며(그녀의 달리기는 앞질러 갈 수는 없으니!), 서로 웃고 울며 함께 달리고 있다는 동지감 같은 것. 우리 삶도 물론 가끔은 패닉 속으로 빠지지만, 그래도 비행기는 띄웠고 날아갔고 이미 여행은 시작되었고 또 끝날 것이라는 생각. 그런 삶 속을 같이 헤쳐 나가고 있다는 생각들. 그래서 주변에서 우리를 웃는 얼굴로 마주 대하는 모든 이들의 일상을 서로 응원하게 되는, 그런 마음을 다시 다지는데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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