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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Jul 13. 2023

숨은 그림, 다른 그림

어린 시절 어린이 잡지나 신문에는 숨은 그림 찾기 코너가 있었다. 일상을 그린 그림 사이에 주로 국자, 책, 모자, 양말, 우산과 같이 모양이 전형적인 사물이 숨겨 있었는데, 처음에는 뚫어지게 살펴봐도 찾기 쉽지 않다가 그림이 좀 눈에 익으면 숨어있던 그림들이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한다. 하나씩 찾을 때마다 느끼는 뭔가 짜릿한 쾌감이 있었달까? 막상 찾고 나면 왜 지금껏 못 찾았을까 싶은 물건들이, 찾기 0.01초 전까지는 전혀 눈에 안 띄는 것이 숨은 그림 찾기의 묘미였다.


그림 찾기라고 하면 숨은 그림 찾기와 쌍벽을 이루는 시리즈는 다른 그림 찾기다. '틀린 그림 찾기'라고 많이 부르지만, 그림에서 서로 다른 곳을 찾는 것이라 다른 그림이라는 말이 맞겠는데, 아무튼 이것도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한 게임이다. 숨은 그림보다는 훨씬 단순한 그림이지만, 그림 두 개를 비교해 가며 다른 곳을 모두 찾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작업이라서, 만약 사람을 그렸다면 단추, 소매, 눈썹, 주름까지 꼼꼼히 살펴야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숨은 그림 찾기와 같은 점이라면 이것 역시 찾기는 어렵지만, 한번 찾고 나면 계속 눈에 도드라져 보인다는 점이다.

숨은 그림 찾기

우리가 다른 이와 맺는 관계도 가만히 보면 숨은 그림이나 다른 그림을 찾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처음 만나면서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계속 들여다보면 순간순간 드러나는 숨은 그림처럼, 같이 오랜 시간을 보내는 이에게서도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그림이 있다. 이런 성격이 있었는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미처 몰랐다. 찾으려 하지 않으면,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는, 당신에게 숨어있는 크고 작은 그림, 그중에서 나는 그동안 무엇을 얼마나 찾아냈을까? 어쩌면 내 안에 있는 숨은 그림들을 나도 못 찾고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빠. 나 뭐 달라진 것 없어?" 이것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질문! 소중한 사람이라 여기면서도 그의 변화에 둔감할 때가 많다. 쉽게는 외모, 머리를 했다거나 새 옷을 샀다거나 하는 것에서부터, 달라진 표정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변화까지. 다른 그림 찾기 능력은 대상에 대한 관심에서 나오는 것이라서, 평소에 잘 살펴보고 있어야 할 텐데, 오히려 자주 보는 사람일수록 촘촘한 변화를 알아채기 더 어렵다. 다른 점을 잘 구별하는 것은 그냥 뭉뚱그리는 것보다, 상대를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나의 모습과 생각은 과거의 그림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살펴보는 일은 나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겠다.

다른 그림 찾기

삶은 매일 새로 시작되는 숨은 그림과 다른 그림 찾기 게임이다. 흔히 반복된다고 이야기하지만, 세상에 똑같은 하루란 없으니까. 무엇인가 어제와 다른 점을 발견하고, 다른 일을 만들고, 숨어있던 재미들을 하나씩 찾는다면, 가까운 사람들을 조금만 더 그윽하게 바라본다면, 숨은 그림과 다른 그림을 더 잘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번 찾아 놓으면 아 그걸 내가 왜 몰랐을까 하면서 다음 하루가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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