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듄 Part2의 배경은 아라키스 행성의 사막이다. 그곳의 모래는 '스파이스'라는 귀중한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우주 여러 가문의 표적이 되고 있다. 그래서 사막 원주민 프레멘 부족은 군대와 거대한 채취 기계를 앞세운 그들의 침략에 맨몸으로 저항한다. 그들은 사막의 지형과 폭풍을 잘 이해하고 있기에, 저항군을 조직하여 효과적인 게릴라 전술로 침략자들을 무력화시킨다.
사막 깊은 곳에는 거대한 벌레 모양 생명체가 살고 있다. 사막 벌레는 평소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모래 표면에 진동을 느끼면 나타나 사람이나 우주선 같은 것을 통째로 집어삼킨다. 벌레를 자극하지 않으려 평소 독특한 걸음걸이로 사막을 다니지만, 프레멘 부족은 외적이 침입하면 진동 장치를 꽂아 사막 벌레를 불러내어 이용하기도 한다. (사막 벌레는 알아서 잘 피해야 살아남는데, 그들은 그 방법을 알고 있다) 용맹한 프레멘 부족은 사막 벌레 등에 올라타 먼 거리를 이동하는데, 마치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나 '아바타'에서 거대한 날짐승에 올라타고 날아다니는 것과 비슷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마음속 사막을 떠올렸다. 마음의 상태는 보통 맑은 물이 흐르는 고요한 숲이라기보다는 울퉁불퉁한 궂은 땅에 우물 하나 정도 있는, 어쩌면 가끔 사막일지도 모르겠다. 그곳 원주민인 나는 마음 사막의 토양과 기후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풍토에 익숙지 않은 침입자들이 함부로 어찌할 수 없어야 하는데, 마음은 사실 그렇지 않다. 모래바람이 휘몰아치면 온통 헤집어질 때가 많고, 스파이스 같은 소중한 것은 그새 어디로 사라지는지 모르겠다. 알고 보면 제일 마음대로 안되는 게 마음이다.
그럴 때는 모래를 쿵쿵 울려 사막 벌레를 불러본다. 마음 사막 깊은 곳 사막 벌레가 홀연히 나타나 거대한 입으로 외부에서 침입한 걱정과 불안 같은 것을 모두 꿀꺽하고 사라진다면! 우리는 '마음을 먹는다'는 표현을 쓴다. 그것은 삼켜버려야 할 마음들이 있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마음에 들이지 않기로 하자. 마음 지형을 알고 있다면, 마음에 안드는 침입자들은 게릴라 전술로 물리치고, 사막 벌레가 삼키면 끝이다.
마음의 지형과 기후를 살피고 사막 벌레를 활용하는 일은 내 마음을 내 것으로 가지는 일이다. 마음가짐이란 그런 말이다. 마음이 올곧이 내 것이면 다른 마음을 대하기 수월하다. 내 마음이 궁금하다면 같이 사막 벌레를 타고 다닐 수도 있고, 무엇인가 섣불리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으면 사막 벌레의 밥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