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네이버 스포츠에서 프로야구를 본다. 응원하는 팀 경기 상황을 문자 중계로 들여다보는데, 올해부터 문자 중계에 추가된 것이 있다. 각 팀이 승리할 확률이 경기 중에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안타를 치거나 점수를 내면 승리 확률이 올라가고 반대의 경우에는 떨어진다. 각각 50% 확률로 시작해서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한 팀으로 확률이 쏠리는데 사실 그리 정밀하지는 않다. 상대 전적, 선발 투수, 타자 순번 같은 과거 기록은 고려하지 않고 동점으로 이닝이 끝나면 매번 50%로 확률이 세팅되는 방식이다. 결과에 베팅한 이들에게는 유용할지 모르나 굳이 그런 확률을 보여줄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사람 개개인에게도 그런 식으로 어떤 확률을 확인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싶다. 술이나 담배 하면서 운동 전혀 안 하는 이에게 이를테면 "당신이 80세에 간병인 돌봄을 받아야 할 확률이 이번 달에 얼마로 올라갔다."라고 보여준다거나, 노는 대학생에게는 백수 확률을, 부모님께 연락 안 하고 사는 이에게는 불효자 확률이 올라가는 것을 보여준다면 어떨까? 어딘가에 뭔가 바라는 것을 입력하고 매번 달성 확률이 업데이트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삶이 좀 더 나아지려나.
사실 삶에서 큰 것들은 확률을 따질 필요도 없이 이미 결정되어있다. 얼마 전 미국 출장 건으로 비자 신청 사이트에 접속한 일이 있다. 이름과 생년월일을 넣고 출생 국가를 입력하는데, 알파벳 A, 아프가니스탄으로 시작해서 아래로 한참 스크롤을 해야 했다. 수많은 기아, 종교 분쟁, 내전 국가나 저개발국을 지나쳐 South Africa와 South Sudan 사이에 있는 South Korea를 조심스레 클릭했다. 지구 2백여 개 나라 중에서 한국 정도의 나라에 태어났다는 것은 얼마나 희박한 기가 막힌 확률을 뚫은 것인가. 누군가는 헬 xx이라는 말도 하지만 이건 정말이지 엄청난 행운이다.
확률로 따지면 그전에 그보다 훨씬 더한 것도 있다. 정혜윤 작가의 에세이 '삶의 발명'에서는 내가 존재할 확률을 주사위의 비유를 들어 얘기한다. 그 확률은 부모와 그 이전 만남까지 고려한다면 '2백만 명이 모여 각자 면이 1조 개인 주사위를 던져 모두 똑같은 면이 나올 확률'이라고 하니 우리는 이미 천문학적 확률을 뚫고 세상에 나와 대단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야구의 9회를 인생이라 치면 나는 이제 5회쯤 지나고 있다. 5회가 지나면 그라운드를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는다. 땅을 고르고 라인도 새로 그린다. 5회 이후로는 대부분 선발 투수가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중간조 투수가 나오면서 마무리 투수 이전까지 경기를 끌어간다. 나로서는 아주 낮은 확률을 뚫고 태어나면서부터 한국이라는 최상 리그 소속으로 들어왔다. 선발 투수가 그동안 잘 던져준 덕에 지금껏 경기는 나름 순조로왔던 것 같다. 물론 승리 확률은 얼마로 표시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거야 뭐 그냥 확률이니까, 아직 경기 끝나려면 한참 멀었다. 역전은 수없이 일어나니까. 아직 2회나 3회 정도 지나고 있는 젊은 애들이야 뭐 말할 것도 없고. 야구는 9회 말 투아웃부터라는 얘기도 있는데 그때는 확률적으로 이미 많이 기운다. 그보다는 미리 지금 여기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속 좋은 확률을 조금씩 높이며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