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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즈 May 25. 2018

옷을 사러 가는 것이 무섭다

자존감 지키는 다이어트? 말이 되겠니!

나는 옷을 사러가는 것이 무섭다.
옷에 달려있는 가격이 무섭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내 몸에 맞는 옷사이즈가 없는 것이다. 특히나 바지나 치마를 사는 일은 나에게 아주 큰 스트레스가 되는 일이다.

옷을 사러가면 예쁜 모양이 우선이 아니라 사이즈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그 중에서 내가 원하는 옷이 있는지 더 뚱뚱해보이지는 않는지 따져본다. 그러고나면 결국 살 수 있는 옷은 거의 없다. 55사이즈가 M인 인터넷 쇼핑에서는 홈페이지 접속하자마자 1분이면 나에게 맞는 사이즈가 있는 곳인지 아닌지 파악이 된다.


오프라인 쇼핑 중에는 한없이 소심해진다. 친구랑은 화장품이나 신발을 제외하고는 쇼핑을 하지 못한다.(내 사이즈를 비웃을까봐, 그리고 심지어 큰 사이즈가 안맞는 게 들통날까봐 두렵다) 게다가 혼자 쇼핑 중에도 옷을 집었다가도 내려놓는다. “입어보면 뚱뚱해서 보기 싫다고 비웃겠지?” 점원 눈치 보느라 내려놓고만다. 정말 필요해서 사야하는 지경에는 소심하게 말해본다. “29랑 30 왔다갔다하는데... 둘다 주세요..”


심지어 한번은 바지가 예뻐서 입어보는데 여자 사이즈 중 가장 큰 사이즈가 28. 이미 안맞을것을 알았지만 아쉬운마음에 도전해보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쯤 살이 좀 빠진 시기여서 기대를 했다. 하지만 역시나... 그때 직원이 “남성 사이즈로 보여드릴까요?”. 진짜 속상했지만 결국 남성 사이즈로 샀다. 더 웃긴건 그마저도 허리가 너무 조이는 바람에 거의 입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요즘 이제는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도 예쁘니 스스로를 사랑하라고 한다. 하지만 사랑하고 예쁘게 치장해주려 해도 이미 옷을 사는것에서 내 마음속은 구려지고 만다. 아직 20대인데 3,40대 매장가서 사이즈를 찾니?(그마저도 안맞다니!) 남자옷도 못입어서 어쩔꺼야! 말은 똑같은 디자인의 77사이즈라지만 모델은 55사이즈 모델이라 내가 입으면 한없이 구려지는걸! 딱 이런 말을 듣는 돼지가 된 것 같은 기분.

이래서 꼭 쇼핑이 끝나고나면 내 마음은 한없이 난도질 당한 상태이다. 아무리 몸무게로 외모 평가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 말하는 세상이지만 정작 쇼핑하러 나오면 잘못된 것은 그들이 아니라 뚱뚱한 나다. 그저 자기 관리가 안돼고 먹는것만 좋아하는 그냥 돼지인거다.


이러니 뚱뚱해도 꾸미고 예쁘게 해야한다는 둥 있는 그대로의 모습도 사랑해야한다는 둥... 허울 좋은 빈말은 하지말라지.


+) 방금 쇼핑 갔다가 아무것도 못사고 나와서 열받아서 쓴 글은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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