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즈 Sep 04. 2018

우리의 중2는 아직 죽지 않았다

신화 2집 T.O.P 중 'Yo!(악동보고서)'

요즘 빌보드뿐만 아니라 초딩들의 교실에서도 방탄소년단(BTS)가 핫하다. 사실 진성 빠순이의 시절을 보내지 않았던지라 열광하는 아이들을 보면 ‘뭐가 그리 좋을까’ 싶은 생각이 종종 든다. 그런데 신화 20주년 앨범이 발매되어 역대 뮤직비디오를 정주행 하는데 갑자기 추억여행이 시작되면서 나의 중2 감성이 떠올랐다.


오늘의 음악 : 신화 2집 T.O.P.(Twinkling of Paradise) 중 Yo!(악동보고서)

주황공주 친구에게 이 앨범 줬는데... 요즘 후회중이다


신화가 해체를 고민하다 나온 2집에는 히트곡들이 몇몇 있는데 그 중 요즘 즐겨 듣는 것이 ‘yo!(악동보고서)’이다. 예능프로에서의 이야기 때문에 yo!는 김동완의 분장으로 유명하지만, 실제 가사는 꽤나 반사회적인데다가 상당히 과격하다. 지금 들으면 우습게도 들리는 “money and power to dust to dust!!” 등등의 랩은 감히 지금 아이돌들이 댈 수 있을 정도가 아니다.(스킬은 지금보다 단순하지만 그를 외치는 포스는 패기가 넘치다 못해 폭발한다) 뮤직비디오도 10대 팬들을 위한 드라마형식이라 다소 오글거리는 인터넷 소설 같은 설정들도 있지만 사회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은 흑화한 중2의 그것 그대로이다. (완전 부정적, 온세상 부정부패 등등)


30대를 바라보는 나이에 10대 때 열광했던 뮤직비디오와 추억의 음악캠프 무대를 왜 보고 있을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릴 적에는 어른이 되면 무조건 윤상의 음악을 듣고, 김동률이나 유희열 같은 뮤지션들의 음악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방탄소년단의 음악도 어느 부분에선 오글거리긴 하지만 깊이 공감되는 바도 있고, 오히려 속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었다.


되돌아 생각해보건데, 그냥 우리는 중2를 아직 버리지 못한 것 같다. 학생이던, 직장인이던 사회에 불만이 많은 것은 매한가지인데 대한민국 정규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하고 돈을 벌기 시작했다는 이유로 중2의 파이팅 넘치는 감성을 펼치지 못 한다는 건 좀 억울하다. 불만이 있어도 돈주니까 입다물고 있어라! 말도 안돼는 소리다.

잘 생각해보면 어른들은 서태지의 Live wire를 들으며 그들의 중2감성을 폭발시켰던 것 같다. 우리는 어려서(그당시 중딩) 그냥 듣기에 좋은 노래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그 시대 청년들에게 서태지는 나에게 신화처럼 중2감성을 터지게 해주는 존재였던 것 같다.


안그래도 불만 많은 세상, 다시 ‘우리 오빠들의 노래로 중2 감성버전 분노를 풀어주마’ 싶은 마음에 밑도 끝도 없는 추억여행 하다 의외로 순수한 가사에 감탄했다. 맞다. HOT의 We are the future 등등 옛날 ‘우리의 오빠들’은 그렇게나 세상이라 싸우면서도 희망을 주었더랬다. 특히 Yo!의 가사 중에는 "나에게 사랑과 존경하는 법을 가르칠 수 없나요."는 어른이 된 지금 나의 폐부를 찔렀다. 10대뿐만 아니라 사회 초년생들이 사회 생활 경력자들을 보며 느끼는 감정 그대로를 보여주는 멋진 가사. "내뜻대로 밀고나갈 자신감만 줄 수 없나요"라며 후렴구를 부를 때에는 격하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달까. 자신감은 고사하고 자존감도 부족한 시대에 신혜성의 목소리가 그렇게나 애절하게 들리지 않을 수가 없더라.


나날이 고통스러운 나날들이다. 대학가면 다 된다더니, 취업해도 학자금에 내집마련, 결혼은 고사하고 연애도 어려운 세상. 이런 우리에게는 허세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야 까짓꺼 그냥 뒤집어 엎자!”하고 성질도 내보고 “그래도 좋은 날이 올거야”라고 스스로에게 위로도 필요한 우리이기 때문에, 우리의 중2는 죽지 않았다. 아니 아직 죽이기에는 우리의 중2는 생생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때 그시절 우리가 열광한 노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