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에 관한 고찰
2021년, 신년을 맞이하여 (모두의 새해 목표인) 다이어트를 위해 전에 등록해놓았던 필라테스 학원에 열심히 다녔다. 고작 2번째 필라테스 학원이기는 하지만 꽤나 많은 부분에서 불만족을 경험한 데다가, 앞으로의 나의 운동 진로에 대한 고민을 얹어 주었던 ‘필라테스’에 대해 썰을 풀어볼까 싶다.
내가 필라테스를 처음 시작한 것은 2019년 5월쯤이었다. 집 근처의 필라테스 학원들 중 처음 간 곳에서 바로 등록까지 끝마치고 필라테스라는 운동을 처음 시작했다. 다른 사람에 비해 비교적 운동을 빠르게 배우는 축이라 그 학원이 좋은 곳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고 즐겁게 배웠다. 물론 그곳에서도 인기 선생님 수업을 듣기 위한 피켓팅(돈은 줄 테니 제발 가르쳐만 달라고!!)은 꽤나 성가시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수업의 퀄리티가 높고 나와 ‘잘 맞는 선생님’을 찾는 것에만 신경 쓰면 충분히 좋은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선생님들의 수업도 각기 개성은 잘 살리시면서도 친절하고 꼼꼼한 자세 설명과 killing slowly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의 훌륭한 운동 강도(나에겐 고문이지만 선생님께는 완전 칭찬이다!), 확실히 필라테스 수업을 듣는 주와 아닌 주의 몸의 컨디션이나 어깨 쑤심의 정도가 남달랐다. 수업을 들으러 가면 언제나 원장님(그곳은 의외로 남자분이 원장님이셨다)이 상주하고 계시며, 수업과 수업 사이 회원들의 운동 레벨이나 컨디션을 체크하는 등 꼼꼼하게 운영되는 것이 느껴졌다. 심지어 일이 바빠서 나가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원장님이 직접 전화하셔서 (그 당시에는 저승사자처럼 들렸던 목소리로)‘회원님 요즘 바쁘세요?’라며 회원 관리가 철저하게 되는 느낌. 그 필라테스 학원이 있던 곳은 인근에만 필라테스 스튜디오가 4개 이상 존재하던, 말 그대로 “This is competition!(이건 완전 경쟁이라구!)” 지역이었다. 그래서인지 다른 필라테스 학원의 실정은 모르겠으나 내가 처음 다닌 곳은 매우 만족스러울 정도로 좋은 곳이었다.
그러다 이사를 하게 되었고 당연히 다음 필라테스 학원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운동의 최우선 미덕인 "걸어서 5분 거리"에 따라 가까운 필라테스 학원에 등록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인근에 2개 정도의 학원을 살펴보고 등록하게 되었는데, 탈락한 나머지 학원은 내가 좋아하는 필라테스 기구(리포머)가 없는 것에 실망하기도 하였고, 지나치게 가족 같은 분위기가 부담스러워서 포기. 적당한 익명성과 넉넉한 운동공간, 그리고 다양한 기구가 있는 곳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그런데 1년 가까이 다니면서 느낀 건데… 정말 별로였다.
첫 번째 이유는 회원 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회원이 학원에 왔을 때, 회원에게 인사하는 것보다는 강사들끼리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는 일이 더 잦았다. (심지어 1년 가까이 다녔음에도 어느 분이 원장님이신지 그만둘 때까지 몰랐다) 적당한 익명성을 원한다고 해서 회원을 방임하길 바란다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나 역시 가르치는 일을 해보았기에 수업과 수업 사이에 있는 10분이 얼마나 큰 힐링 타임인지는 나도 잘 안다. 하지만 적어도 필라테스 학원이 강사들의 웃음소리 때문에 시끄럽다는 인식을 주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강사마다 역량 차이가 너무 크다. 어떤 강사는 흉곽 호흡법부터 간단하게 짚고 시작하는 반면에 어떤 강사는 간단한 스트레칭만으로 바로 시작해버린다. 게다가 터치온이라고 말하는 필라테스 수업법도 어떤 강사는 능숙하게 하는 반면에 어떤 강사는 거의 하지 않는다. 게다가 각각의 사람마다 다른 체형을 고려하여 지도해야 하는 필라테스의 특성을 무시한 체 일반화시켜 수업을 하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에는 v포지션이라고 하는 발을 v자모양으로 만드는 게 쉽지 않은 체형이다. 이러한 특성을 이전 학원의 선생님께서는 캐치하시고 ‘무리하게 v포지션을 만들지 않도록!’ 지도해주셨다. 덕분에 그때 코어 근육을 집중적으로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새로 다닌 곳에서는 그런 개인적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두 학원 모두 비슷한 가격이었고, 두 학원에서 모두 1대1 수업을 들은 적은 없다. 또한 두 학원 모두 필라테스 학원의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 위치해 있었다. 그러나 확실히 다른 것은 필라테스 학원을 운영하는 원장님의 마인드나, 수업에 임하시는 선생님들의 태도에서 ‘대충 시간 때우고 돈 받지’와 ‘이왕 가르칠 거 제대로!’ 이 두 가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본다.
최근에 심으뜸님의 유튜브 영상에서 어떤 필라테스 학원을 가야 하는지 추천하는 영상이 떴다. 내용인즉슨, 싼 곳은 싼 곳의 특성을 나타내고, 비싼 곳은 그만한 값어치를 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또한 돈을 내고 배우는 수강생의 입장으로써 당당하게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첫 번째 학원에서 필라테스의 매력을 제대로 배워가고 그것이 정말 나의 건강과 취미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에 비해, 두 번째 학원에서는 필라테스를 그저 고통 그 자체로 느끼게 되는 최악의 결과를 경험했다. 지나고 보니 선녀였던 첫 학원의 기억이 있기에 그래도 새로운 선생님을 찾아 나설 용기를 내고 있는 나이지만, 낮은 퀄리티로 그 세계의 참매력을 보지 못한 초심자들은 영영 이대로 그 매력을 모른 체 살아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