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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즈메이즈 Jan 13. 2023

영화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리뷰

기간제 교사로 살아남기 4

 작년에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꼭 보고 싶었던 영화들이 몇 편 있었다. 심장소리, 2차 송환, 사랑의 고고학, 그리고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등의 작품이었다. 아쉽게도 예매에 실패하여 전주에 가지는 못했지만 어떻게든 다 감상을 해왔는데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는 도저히 볼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많은 상영작들 중에서 해당 영화를 보고 싶었던 이유는 첫째, 최근 독립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가서. 둘째, 박홍열 감독의 작품세계에 큰 관심이 있어서. 셋째, 스틸컷에서 보이는 마을 방과후의 모습을 보고 다양한 생각이 들어서였다.


 대학생 때 가장 큰 취미는 봉사활동이었다. 지역아동센터와 교육소외지역에 위치한 학교를 돌아다니며 대략 600시간의 봉사활동시간을 기록할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함께 돌보면서 교육과 돌봄의 지향점에 대해 정말 많이 고민했다. 센터나 대안학교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공교육의 길을 선택하기도 했다. 지금도 공교육보다는 사회적 협동과 공동육아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해당 영화의 스틸컷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기다렸던 영화가 드디어 엊그제(1월 11일) 개봉을 했고 나는 1월 12일에 예정된 첫 GV에 참여했다. 어떤 영화들은 영화만으로가 아니라 GV에 참여함으로써 완성되기도 한다. 이 영화도 그럴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영화는 내 예상대로 상당히 좋았다. 먼저 아이들의 이야기보다는 방과후가 진행되는 '터전'에서 분투하며 고민하는 교사들의 모습이 묘사된 점이 특히 좋았다. 갈등을 일으키는 아이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환경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더 잘 돌볼 수 있을지, 교육과 놀이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추어야 할지, 어떤 활동을 해야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그건 내가 해 온 고민들과도 밀접히 맞닿아 있었기에 더욱 공감이 됐다.


 또한 마을 방과후가 겪는 실질적인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박홍열 감독님은 이 영화가 '정치적 올바름'을 담고 있지 않아 영화제에서도 많이 탈락했다고 말했지만 영화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메시지가 분명히 보인다. 마을 방과후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꼭 필요하다는 점과 공동육아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박홍열 감독님이 이 영화의 최종 목표는 국회상영이라고 한 인터뷰가 있는 것 같은데 그 목표 꼭 이루시고 마을 방과후에 대한 국가적 지원도 얻어내길 바란다.


 박홍열 감독님과 황다은 감독님이 부부가 아니었고 그 부부가 마을 방과후를 몰랐다면 이런 영화가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아주 우연적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생각을 하니 다행스러우면서도, 해당 주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도 했다.


 영화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은 아이들이 다같이 모여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었다. 우효의 민들레였다. 그 노래는 나도 정말 좋아하고 많이 불렀던 곡인데 단순한 사랑노래라고 생각했던 그 곡을 아이들의 목소리로 들으니 다르게 느껴졌다. '우리 손 잡을까요' 라는 가사는 연대의 메시지였고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는 관심과 관계의 메시지였다. 수백 번 들었던 노래가 특별해졌다.


 또한 기억에 남는 장면은 6학년 아이들이 졸업하기 100일 전 진행하는 1314잔치 장면이었다. 보통 무언가 시작한 지 100일째 되는 날에 잔치를 하곤 하는데 이렇게 100일 전 잔치를 진행하면서 이별을 미리 준비하고 그동안의 시간을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로도 차용할 만한 좋은 활동이라고 생각했다.



 GV에는 감독 두 분과 방과후 선생님들 네 분이 참여했다. 퇴사한 선생님들도 두 분이나 참가한 것을 보니 보통의 유대감을 가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일 저녁에 진행한 GV라서 많은 사람들이 오지는 못했던 것 같다. 방과후에 참여하는 아이들과 학부모를 제외하면 더 적었다. 내가 질문을 해도 되나 싶었지만 정말 궁금한 지점들이 몇 가지 있어 질문을 했다.


 내가 던진 질문은

1. 영화에서 밥을 짓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밥을 짓는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2. 선생님들에게 교육이란 무엇인가요

였다.


 첫 번째 질문은 개인적으로 정말 큰 의미를 가지는 질문이었다. 일을 하다 보면 밥을 못 먹거나 안 먹는 학생들을 자주 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따뜻한 밥을 지어 먹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또 지역아동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했을 때도 결식하는 아이들을 위해 밥을 지어 먹이는 것이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기 때문에 교육과 돌봄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인 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말 궁금했다.


 해당 질문에 대해서 선생님들은 밥을 짓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는 것조차 인식을 못했다고 했다. 하루의 루틴처럼 반복하여 밥을 지으며 오늘은 몇 명이 올까 고민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오는 시간에 맞추어 밥 짓는 냄새를 내어 식욕을 자극하기도 한다고 했다. 공동육아와 돌봄의 기초가 되는 이런 '챙겨먹임'에 대해 크게 고민할 겨를 없이 실천해 온 방과후 교사들에 대한 존경심이 들었다.


 교육이란 무엇인가는 GV말미에 한 단어씩 표현하는 것으로 답변이 되었는데 도전, 생활, 관계 혹은 팀워크, 다정함 등의 답변이 나왔다. 교육은 다정함이라는 답변을 들으면서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었다. 체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혹은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있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다정하지 못하고 최소한의 관심만 보였던 내 모습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모두에게 조금 더 많이 다정해야겠다. 이외의 논두렁 교사가 말한 교육의 핵심은 놀이에 있다는 말 역시 인상 깊었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은 놀이와 게임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배운다는 점에서 많이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다른 분이 '마을 방과후를 다닌 아이들과 아닌 아이들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교사들은 가장 중요한 차이는 무엇이든 버텨낼 수 있는 체력을 얻는 것이라고 했다. 또 막상 다닐 때는 잘 보이지 않지만 졸업 후 아이들의 생활이나 태도에서 많은 것이 성장한 티가 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외에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각 교사들이 별명을 정한 이유와 교사가 된 계기 등이었는데 이는 교사들이 쓴 책(아이들 나라의 어른들 세계)에 더 자세히 적혀 있을 것 같아서 패스한다.



 GV까지 마치고 나오는 길에 마무리를 하고 나오는 박홍열 감독님을 만날 수 있었다. 원래 인사할 생각은 없었는데 먼 길 간 보람을 느끼고 싶어서 굳이 인사를 드렸다. 감독님이 인사 잘 받아주시고 반가워해주셔서 나도 너무 감사했다. 위에서 언급했던 책에 싸인까지 해서 선물해 주셨는데 천천히 읽어보니 영화에서보다 더 깊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다.


 다정함으로 가득했던 영화와 책, GV까지 참여하고 나니 교사들의 노고와 고민들이 더욱 절실히 느껴졌다. 제도권의 바깥에서 어떻게든 다정함을 잃지 않고 돌봄과 공동육아를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분들이 지치지 않도록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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