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누적되고 있는 피로감
오랜만에 친구와 카톡으로 안부를 주고받던 중 다급하게 전화벨이 울려왔다. 친구 직장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친구가 능동감시 대상자로 코로나 검사를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번에 처음 검사를 받게 되었고 혹시나 양성이 나와 확진자가 되면 어쩌나 불안감을 토로하였다.
친구뿐만 아니라 줄어들지 않고 있는 코로나 확진자 수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 거리두기로 인해 대부분의 이들이 피로감과 상당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나 역시도 여러 번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직장 내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되어 밀접 접촉자로 자가격리를 하게 되었다.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mSXMHkgRs8s
프리랜서의 자가격리는 무급휴가이다
밀접 접촉자가 되어 2주간 자가 격리를 하게 된 나는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 코로나 검사를 받고 직장과 가족, 그리고 보건소에 상황 보고를 해야 했고 일은 당연히 쉬게 되었다. 자가 격리가 시작되고 나서는 2주 동안 쉴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프리랜서이기에 자가 격리는 곧 무급휴가를 의미했다. 게다가 일이 끊겼고 이후에도 일이 끊길 수 있다는 걱정은 나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외부적인 상황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었다.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힘들어해 봤자 나의 에너지만 소진될 뿐이었다. 대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그건 바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자가격리 기간 동안 나 자신의 마음을 돌보기 위한 장치를 만드는 일이었다. 지금부터 2주 간 자가 격리를 하게 되면서 직접 시도해보고 효과를 보았던 방법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자율 신경계를 조절하는 방법: 심호흡 하기
첫 번째 방법은 자율 신경계를 조절하는 것이다. 자율 신경계는 교감 신경계와 부교감 신경계로 나뉘는데 스트레스 상황에서 교감 신경이 작동되고 그 이후에 호르몬의 조절과도 관련이 있다. 코르티솔이라 불리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3분 정도 분비되면 우리 몸에 두 시간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 호르몬이 오랫동안 분비가 된다면 면역력이 약해지고 우리 몸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자율 신경계를 조절하는 유일한 방법은 심호흡을 하는 것이다. 평소보다 느리게 긴 호흡을 하는 것으로 5초 동안 코로 숨을 들이쉬고 5초 동안 입으로 숨을 내쉰다. 심호흡이 익숙지 않다면 아래 영상을 보고 따라 해 보아도 좋다. 3분 정도 심호흡을 하며 자율신경계를 조절할 수 있고 이것만으로도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자가격리 기간 동안 심호흡을 통해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가지면서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었다.
심호흡 영상 보러 가기 : https://www.youtube.com/watch?v=_rnp8nGf988&t=166s
2. 비합리적 신념을 합리적 신념으로: 생각 바꾸기
두 번째 방법은 비합리적 신념을 합리적 신념으로 바꾸는 것이다. 현재 나는 책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의 저자인 박상미 교수님께 상담을 배우고 있다. 집단 상담 수업 시간에 교수님으로부터 비합리적 신념을 합리적 신념으로 바꾸는 효과적인 방법을 배울 수 있었는데, 이 또한 스트레스를 덜어내는 데 특효약이다.
비합리적 신념을 합리적 신념으로 바꾸는 것은 이런 것이다. "저는 왜 이렇게 실수가 많을까요?"라고 하는 사람에게 "너는 실수할 때도 있지만 매번 실수하는 사람은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혹은 "저는 왜 이렇게 걱정이 많을까요?"라고 하는 사람에게 "너는 걱정할 때도 있지만 항상 걱정하는 사람은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 즉 상대방이 스스로에게 갖고 있는 비합리적인 신념을 그렇지 않다고 말함으로써 합리적인 신념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 방법을 배우고 나서 코로나로 불안감이 고조되어 스트레스가 쌓여있는 내게 직접 해보았다. '또 불안한 거야? 너는 왜 이렇게 맨날 불안해하니?'라고 생각하는 나 자신에게 '너는 불안할 때도 있지만 항상 불안해하는 사람은 아니야'라고 말해주었다. 또한, '나는 왜 이렇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라고 생각하는 내게 '너는 스트레스가 있을 때도 있지만 항상 스트레스를 받는 건 아니야'라고 말해주었다.
이렇게 내가 가진 비합리적인 신념을 스스로에게 대화를 걸며 합리적인 신념으로 바꿔주었을 뿐인데 그 어떤 말보다, 또 어떤 조언보다 위로가 되었다. 자가격리로 지금 잠깐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일 뿐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스스로 다독여 주면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덜어낼 수 있었다.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E77RZ6HJ0i8
3. '다행한 일'을 찾는 방법: 다행 일기 쓰기
세 번째 방법은 '다행한 일을 찾는 것'이다. '다행한 일을 찾는 것'이란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한 상황 속에서 지금 처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일을 발견하는 것이다. 다행한 일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기를 쓰는 것이다.
자신의 긍정성을 향상하는 방법 중에는 일상 속에서 감사한 일들을 찾는 '감사 일기'가 있지만 스트레스를 느끼는 상황에서 감사한 일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 역시도 밀접 접촉자가 되었을 때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상황들만 보였기 때문에 특별히 감사할 일을 찾지 못했다.
이런 경우엔 감사한 일을 찾는 것보다 다행인 것을 찾는 것은 더 쉽다. 자가격리 기간 동안 일기를 쓰면서 찾아낸 나의 다행한 일들은 아래와 같았다.
밀접 접촉자가 되었지만 코로나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와서 다행이다.
오프라인 일이 끊겼지만 온라인 사업을 유지할 수 있어 다행이다.
마치 나를 확진자처럼 대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되어 다행이다.
상황이 부정적으로 보이지만 이렇게 다행한 일들을 찾다 보면 나의 내면을 단단하게 지킬 수 있다. 이렇게 일기를 쓰면서 힘든 상황 속에서도 다행한 일들이 많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고 스트레스로 힘들었던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었다.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3xNn1zGvBwY 누구에게나 스트레스 해소법은 있다
누구든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짜증 나고 답답한 일이 있을 때 나를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법을 갖고 있을 것이다. 가령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친구와 수다를 떨거나 운동을 하며 몸을 움직이는 것처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란 그리 대단하거나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 아닐 것이다.
나 역시도 우울할 때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산책을 하거나 힘든 날이면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한다. 아니면 나를 응원해주는 친구와의 짧은 수다도 내게는 그 어떤 것보다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마치며: 나를 돌보는 장치를 마련하길 바라며
홀로 자가격리 시설에 있다 보니 나의 기분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었고, 밖을 나갈 수도 없고 사람과의 접촉도 어려운 상황은 점점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평소 나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실행에 옮기기 어려웠고 이런 상황에서 내가 알고 있었던 세 가지 방법을 직접 실천해보았고, 실제 경험하면서 가장 효과적인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었음을 깨달았다.
여러 가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있지만 내가 소개한 방법들은 간단하면서도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코로나 시대에 언제 어디서든 감염에 대한 불안과 격리, 고립은 누구라도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스트레스를 피해 갈 수는 없지만 마음 건강을 해하는 일은 노력만 한다면 피할 수 있다. 일상의 행복을 지키고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시도해보고 나를 돌볼 수 있는 여러 장치들을 만드는데 내가 쓴 글이 참고가 되면 좋겠다.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EOQWxAK9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