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기질 및 성격을 알려주는 TCI 검사에 빠진 적이 있다. 그때 TCI 검사를 받고 함께 해석을 듣는 집단상담 워크숍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상담사님과 나, 그리고 다른 한 분 셋이서 함께하게 되었다.
우연하게도 나와 성격이 다른 한 분이 오셨는데 자극 추구와 위험회피가 모두 높은 내가 항상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이 고민이라면 다른 한 분은 무던한 성격이 고민이라고 하셨다. 그는 평상시 감정 기복이 많지 않고 어떤 일을 해도 감정의 롤러코스터가 있기보다는 무덤덤하게 받아들인다고 하셨다. 하지만 이전엔 그런 성격이 아니었지만 이직을 하고 다른 업무를 맡게 되면서 점점 더 무던한 성격으로 바뀌셨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는 점점 자신의 성격을 드러내기보다 삶의 적응하기 위해 자신을 둥글게 둥글게 만들려고 하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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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게 둥글게 만들었던 그와 다르게 나는 점점 내 성격을 드러내는 방식을 택해왔다. 나 역시도 둥글게 둥글게 만들려는 노력을 해왔는데 그런 노력을 할수록 나는 몸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몸이 거부하는 일은 할 수 없어 둥글게 만드는 대신 점점 더 내 성격을 깎고 깎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연구를 해온 만큼 나는 둥근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내 성격대로 살려하니 참 많은 장애물이 존재했다.
누군가의 통제를 받는 것을 싫어하는 나,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 답답한 나,
싫어하는 일은 죽어도 하지 못하는 나,
하고 싶은 일만 해야 하는 나,
한 가지 일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나,
싫어하는 사람과는 일을 하지 못하는 나
이처럼 나의 모난 모습들을 데리고 살려하니 나는 안정적인 직장보다 불안정한 직장을 자연스레 택해왔다.불안정한 직장을 택한 만큼 노동의 보호를 받지 못하거나 부당한 일들을 많이 당해왔는데 나의 성격대로 살기 위한 방식이었지만 장애물이 되기도 했다. 장애물은 내 성격대로 사는 것에 발목을 붙잡기도 했다.
장애물이 더 이상 장애물로 느껴지지 않게 된 건 서른 살이 되어서였다. 장애물들을 만나면서 나는 내 성격대로 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안전장치를 만들어오는 일에 힘을 썼다.안전장치를 만들다 보니 더 이상 장애물은 내겐 장애물이 되지 않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로소 나는 내 성격대로 살 수 있게 되었다.
삼십 년 인생을 살면서 나는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성격대로 사는 방식을 택했을 때 나는 행복했다.나의 성격을 둥글게 둥글게 만들 것인가, 아니면 내 성격대로 살고자 깎고 깎아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답은 없다.단지 내가 내린 결론은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내가 모나다고 느꼈던 나의 성격을 어떻게 데리고 살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내 마음이 편해졌는지에 대해 다음 글을 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