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닌 누군가, 내가 될 수 없는 누군가를 관찰해 봅니다
옳고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을 인정하는 과정 같기도 하네요
1. K는 대체적으로 '대충'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샤인머스켓을 샤인머스트라고 부른다거나, 재택 을 한다고 할 때마다 재테크라고 부른다.
물론 아예 생뚱맞은 말은 아니라서 90% 이해는 되는 것이 다행 일려나?
나도 대충 생각해서 대충 이야기하는 버릇이 있는데, 이게 어디서 왔냐 했더니 바로 K에게서 온 습관이었다.
하지만 100% 맞는 단어가 꼭 중요할까?
너도 나도 이해하면 된 것이다. 나는 무언가를 꼭 제대로 말하라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럴 수도 있지! 그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지!
2. K는 걱정이 많다.
K의 눈에는 나는 항상 '폭주할지도 모르는 기관차'다. 대부분의 사람이 보는 나는 조용한 사람인데 말이다.
최근에는 비트코인이 많이 오르고 있는 것 같다며
비트코인에 탑승하겠다고 계좌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나는 반대했다.
"K가 비트코인을 하고 싶으면 하세요. 그 대신 나도 똑같이 시작할 거예요."
사실 나는 이미 비트코인에 투자했고, 백만 원이 넘는 돈을 말아먹었기 때문에 더 이상 코인 투자를 하지 않는다. 그 사정을 알리 없는 K는 내가 비트코인을 시작한다니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K의 눈에는 내가 도전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로 보이나 보다.
나이가 들어도 난 언제나 아이다.
3. K는 정직하다.
나는 '남에게 피해 주지 말자'라는 게 기본으로 깔려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청나게 정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도 보지 않는데 그렇게 정직해야 해? 싶지만, K는 다르다. K는 언제나 정직하다.
4. K는 세탁소를 운영하면 대박이 났을 것이다. 천직이 이제야 보이니 아쉬울 지경이다.
옷을 차곡차곡 정리하는 것은 기본이다. 특히 바지는 더욱 신경 쓴다. 나는 바지에 뭘 묻히고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K는 그걸 언제나 매의 눈으로 알아본다.
"이렇게 뭘 묻히고 돌아다니면 창피한 거야. 저기 바지 엉덩이에 뭐 묻었으니깐 빨리 지워봐~"라고 이야기한다. 그제야 어쩔 수 없이 물티슈로 툭툭 닦는다.
최근 깔끔하게 옷을 관리하고, 정직한 K가 세탁소를 운영하면 단골손님이 넘쳐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정말로 이게 천직인데, 왜 지금까지는 이걸 몰랐을까.
나에게 K는 이렇다.
항상 정돈되고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K와 나는 너무나 다르지만,
대충 이야기하는 건 소름 돋을 정도로 닮았다.
나도 최근에 김치찌개를 시켰다고 생각해서 먹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찌개 안에 김치가 안보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여기는 김치찌개에 김치가 안 들어있나 봐요~"라고 했더니 같이 밥을 먹던 동료가 뜨헉 하는 표정을 지었다. "우주 씨는 된장찌개 시키셨잖아요. 그러니 김치가 없죠"
그렇다. 된장찌개를 시켜놓고, 김치찌개 시킨 줄 알고 대충 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헐' 하는 표정을 짓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래도 괜찮다.
샤인머스켓을 샤인머스트~라고 부르는 K도 크게 문제없지 않은가?
입 안에서 달달하게 퍼지는 그 포도를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