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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연 Jan 28. 2022

01.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욕심이 많아서

어릴 때부터 난 무엇이든 잘하고 싶어서, 무언가를 배우는 것을 좋아했다.


6살부터 18살까지 난 피아노를 배웠다. 내가 오랫동안 다닌 유일한 '학원'이었다. 이상하게도 그 시절 친구들이 다 영어학원, 수학학원을 다닐 때 난 피아노 학원만 다녔다. 그렇다고 피아노를 전공하려고 배운 건 아니었다. 그냥, 단지 취미였다. 어릴 때부터 쳐와서 피아노를 치는 게 당연했고, 재밌었다.

15살, 중학생 나이에는 친구 따라가게 된 교회에서 통기타를 배웠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이랑 친해지고, 피아노를 칠 줄 알다 보니 찬양팀에 들어가 반주를 하게 됐다. 찬양팀은 연습 겸 모이는 일이 많았는데, 모여서 즉석으로 합주를 하거나 서로의 악기를 바꿔가면서 연주하며 놀다 보니 난 자연스럽게 피아노, 기타 외에도 드럼도 칠 수 있게 되어 음악 쪽에 흥미가 더욱 많아졌다. 언젠가는 모든 악기를 다루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시간이 지나 고등학생이 된 나는 우연한 기회로 바리스타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었고, 처음으로 카페에서 커피 내리는 법을 배운 날. 커피와 사랑에 빠졌다. 그 길로 진로를 정했고 17살의 나이에 바리스타 자격증 2급을 취득했다. 한참 커피에 빠져있던 도중, 친구가 동네 여성회관에서 여러 가지 자격증 수업이 있다며 같이 수업을 듣자고 해서 제과제빵 수업을 들었다. 처음 접해본 제과제빵은 재밌었다. 나중에 카페를 차리게 된다면 커피와 디저트는 세트라는 생각에 열심히 만들고, 만든 빵을 학교에 가져가 나눠주곤 했었다.

여담이지만 제과 필기시험을 준비해 합격했는데, 실기에서 3번이나 떨어져서 포기했다.


성인이 된 이후엔 더 많은 것들을 배웠더랬다.

21살, 바리스타과를 나와서 카페 알바, 카페 운영을 하며 취미로는 전혀 관계없는 라디오 방송을 했다. 라디오 방송을 하며 시청자들과 간간히 더빙을 하며 놀다 보니 성우에 관심이 생겨 6개월 정도 성우학원을 다녔었다. 여러 가지 목소리를 잘 내고 싶어서 갔는데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 일이었고, 더빙보다 내레이션 쪽을 배웠다. 발음 연습과 띄어 읽기, 라디오 드라마 지문을 연습했고 이건 후에 오디오 콘텐츠 제작 일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22살엔 라디오 방송 플랫폼에서 활동하며 오디오 크리에이터 작업을 했었다. 전혀 배운 적이 없는 일이지만 녹음 프로그램으로 소리들을 믹싱 하고, 직접 대본을 써서 연기하고, 사람들과 함께 작업물도 만들고 지금 다시 생각해도 재밌게 했었다. 그 경험들을 바탕으로 19년도, 24살엔 드라마 시리즈 대본을 쓰고, 사람들 모집을 해서 12부작 오디오 드라마를 제작했었다. 1월 오디오 플랫폼에서 연재를 했고 그 해 5월경엔 다른 분과 합작으로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업로드를 했었다. 지금 와서 다시 들어보니,.. 정말 너무 오글거린다..;


그 외에도 영어실력을 높이고 싶어 져서 3개월 영어회화 수업도 들어보고, 클래스 101과 베어유에서 포토샵, 인디자인 등 여러 디자인 강의와 그림 강의, 타로, 칼림바, 독립출판 등 관심이 가는 강의들은 대부분 결제해서 들었던 것 같다. 디자인에 '디'자도 모르던 나는 온라인 강의를 통해서 어느 정도 프로그램들을 다룰 수 있는 실력이 되었고, 그로 인해 처음엔 외주로 시작한 디자인 일이 지금은 본업이 되었다.

작년엔 디자인 일을 하며 베이스 기타와 주짓수를 시작했다. 베이스 기타는 여전히 하는 중이고 주짓수는 사정상 쉬다가 다시 다니려고 준비 중이다. 언제나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고 터득한다는 건 가슴이 뛰는 일인 것 같다.




새해가 밝아온지 곧 한 달, 이번 22년도 새로운 도전은 공부이다.

전공을 하지도 않은 디자인 실무를 1년 정도 혼자 해쳐나가다 보니 현실적으로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부족한 부분들이 크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직장과 공부를 병행한다는 게 정말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조금 더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어릴 때 기꺼이 도전해 보기로 했다.


한양 사이버 대학교 _ 뉴미디어 디자인 학과


1월 초 사이버 대학교 원서접수를 했다. 사실 합격이 안될까 봐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당당히 합격했다.

직장과 취미, 공부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다 잡을 순 없겠지만 일과 공부를 하면서도 새로운 것은 배울 것 같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난 이미 도전에 맛을 알아버린 욕심쟁이 어른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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