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대처법
블랙아웃 blackout의 정확한 명칭은 weight-liter‘s blackout입니다. 고강도 운동 시 혈압의 급감과 뇌로 가는 혈류가 부족해 의식을 잃는 현상입니다. 역도선수들도 훈련 시 위와 같은 증상을 자주 겪습니다. 약하게 나타나면 현기증으로 끝나지만 심한 경우엔 순간적으로 실신하게 됩니다. 그 중 역도 종목의 클린동작에서 가장 많이 일어납니다. 바벨이 목의 경동맥을 눌러 심장 박동수와 혈압을 낮추기 때문입니다. 선수들은 이와 같은 상황에 대처가 빠른 편입니다. 블랙아웃이 일어나기 전 알아차릴 수 있는 대표적인 증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시야가 흐릿해지거나, 몸에 갑자기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듭니다.
위와 같은 신체적인 증상을 눈치채면, 선수들은 빠르게 바벨을 던지고 나옵니다. 2차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전에 훈련 지도를 받습니다. 하지만 타이밍을 못 맞추고 완전한 블랙아웃이 걸리면 그대로 쓰러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때 의식을 잃어 머리가 먼저 바닥으로 떨어지면 2차 사고로 뇌진탕이 생길 수 있습니다.
대처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본인 또는 함께 운동하는 파트너는 저항 운동 시 이러한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합니다. 2차 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거리를 확보합니다. 의식을 잃는 경우 꽉 조이는 리프팅 벨트부터 풀어줍니다. 편하게 눕힌 뒤 호흡이 정상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조치합니다. 일반적으로 블랙아웃이 풀리는 시점은 10초~15초 내외입니다. 아무도 도와줄 수 없다면 상황이 매우 심각해집니다. 따라서 운동 파트너의 서포트가 있는 경우에만 최대 중량(MAX)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사실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평소에도 가벼운 블랙아웃을 경험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변비에 걸린 상황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화장실에 앉아 배에 계속 힘을 줄 때 ‘띵’하고 어지러웠던 경험 한 번쯤 있으시죠? 이와 비슷한 원리입니다.
운동 중 블랙아웃은 왜 일어날까요? 2019년 보건 뉴스에 기재된 <보건포럼>에서 이상훈 CM병원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데드리프트와 같이 무거운 바벨을 들어 올리기 위해서는 복압을 이용해야 합니다. 복부의 압력을 높이는 호흡법의 이름은 발살바 메뉴버(Valsalva Maneuver)입니다. 숨을 참고 복부에 힘을 주는 동작에서 블랙아웃 현상이 일어납니다. 특이한 점은 바벨을 땅에 내려놓은 직후 증상이 나타나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참았던 숨을 내쉬는 순간, 뇌혈류 속도가 갑자기 느려지면서 뇌혈류량이 감소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뇌의 상대적 저산소증을 유발해, 어지러우면서 순간적으로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숨을 멈춘 상태에서 운동 동작을 수행하는 호흡법입니다. 흉곽과 복부의 압력을 높여 몸통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누구나 가능한 호흡법이 아니며, 중 상급자가 사용합니다. 급격한 혈압 변화, 안과 질환, 뇌혈류 변화로 인한 뇌압 상승 등의 위험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운동 참여자는 호흡법을 익히기 전 고혈압, 심장질환 같은 병력 유무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병력이 있다면 고중량 운동을 지양하고, 병력이 없다면 기초적인 호흡법을 먼저 익혀야 합니다.
고중량 시 발살바 호흡법을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는 척추의 안전성입니다. 최대 중량 시 척추뼈 사이를 이어주는 연골 구조물인 추간판의 압력을 20%에서 최대 40%까지 늘려줍니다. 무게를 들어 올릴 때 허리가 둥글게 말리거나, 자세가 무너지지 않도록 복압을 높여주는 것이죠.
두 번째는 서 있는 자세에서 리프트 동작 수행 시 최대 근수축의 100%까지 강도를 증가시킵니다. 예를 들면 클린 후 서 있는 상태에서 저크를 하는 것, 또는 스내치 발란스, 푸시프레스 등입니다. 스탠딩 포지션에서 모든 리프트 동작 시 호흡 전 후의 코어의 안전성은 큰 차이가 납니다.
세 번째는 부상 위험 감소입니다. 몸통은 높이에 따라 하나의 지지 구조물(척추)만 존재합니다. 이로 인해 몸통이 전방과 측면으로 붕괴할 수 있는 영역이 생깁니다. 복압을 유지하게 되면 몸통을 둘러싼 근육이 순간적으로 단단해집니다. 무거운 무게를 들어 올리는 동안 신체가 버틸 수 있도록 합니다.
최종적으로 저항성 운동에서의 안전뿐만 아니라 운동효과까지 극대화시킬 수 있는 호흡법입니다.
1. 갈비뼈와 옆구리 사이에 양 손을 얹습니다. 이후 호흡을 마십니다. 최대 호흡량이 10이면 10의 양을 모두 마시면서 몸통의 변화를 느껴봅니다. 처음에는 복압의 느낌이 잘 나지 않습니다. 일부러 많은 양의 숨을 마신 후 그대로 멈추는 연습을 합니다.(5~10초) 갈비뼈가 크게 넓어짐을 손으로 느껴봅니다. 복압은 상하좌우의 방향입니다. 풍선을 삼켰다고 생각하고 그 풍선이 점점 부풀어 오르는 상상을 하면 도움이 됩니다. 안에서 바깥으로 밀어내며 복압을 유지합니다. *주의사항: 승모근 올리지 않기
2. 최대 호흡량을 3~4 정도로 줄입니다. 다만, 몸통이 밀어주는 압력은 그대로 느껴주셔야 합니다. 날짜 지난 우유를 상온에 두면 우유갑이 점점 빵빵해지죠? 이와 동일하게 내 몸의 압력을 상하좌우 빵빵히 유지하면서 호흡의 양만 적게 조절합니다. 최대 호흡량을 줄여주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도 경험으로 터득하게 되었는데, 많은 양의 호흡을 마신채 동작을 하게 되면 1~2개만 해도 굉장히 숨이 찹니다. 적절한 호흡량은 복부의 압력을 알맞게 유지함과 동시에 저항성 운동 기술의 효과적인 수행을 가능하게 합니다.
3.스쿼트와 데드리프트의 실전 연습을 위해 리프팅 벨트를 착용합니다. 허리를 조여주기 때문에 맨몸으로 연습할 때보다 복압이 훨씬 잘 느껴집니다. 복식호흡하듯 명치 부위에 숨을 머금고 숨을 참아줍니다.(최대 호흡량 3~4) 처음에는 경량으로 연습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무게를 늘립니다.
4. 발살바 호흡법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완전한 발살바 호흡법은 최대 5회 미만 중량 시 사용합니다. (리프팅 벨트도 최대 5회 미만부터 착용) 동작의 시작점에서 끝나는 지점까지 숨을 멈추고 복압을 유지하며 동작을 진행합니다. 완전히 동작이 끝난 후에 호흡을 내쉽니다. 부분 발살바 호흡법은 시작의 3분의 1 지점에서 숨을 참고 끝나는 3분의 1 지점에서 호흡을 내쉽니다. 역도선수의 경우 인상, 용상 동작 시 완전한 발살바 호흡법을 사용합니다. 스쿼트나 데드리프트 같이 보조 운동은 부분 발살바를 이용해 호흡합니다.
초급자를 위한 팁
두 호흡법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가장 힘든 지점을 뜻하는 스티킹 포인트를 지날 때까지 호흡을 참고 지나가면 내뱉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저항 운동 시 가장 힘든 구간에서 숨을 참고 그 구간을 지나면 호흡을 하는 것이죠. 처음 연습할 때에는 가벼운 어지러움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현기증이 심할 경우 즉시 바를 내려놓고 안전하게 앉아 회복해야 합니다.
중급자를 위한 팁
저는 10년 동안 역도선수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블랙아웃이 걸린 적이 없습니다.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고중량 시 높은 압력에서 블랙아웃 전조증상이 나타난다면 일부러 ‘츳츳’ 소리를 내보세요. 코어에 복압을 유지한 상태에서 진행합니다. 리프트의 최고 압력 순간에 소량의 공기를 배출하는 것은 블랙아웃의 증상을 완화해줍니다. 연습을 통해 공기의 방출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코어의 안정성 및 현기증을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참고도서: Olympic Weightlifting A Complete Guide for Athletes &
Coaches Third Edition Greg Everett Catalyst Athletics
참고 논문: 대한 운동학회 │ 운동학 학술지 제15권 제2호
이명천, 김주영, 김승현, 양상진, 이용수, 한아름, 이건재
저항성 운동에서 발살바 메뉴버 호흡 기법의 효과와 위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