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시에 살다가 서울에 올라와
사람들에게서 내가 주로 느꼈던 건 외로움이었다.
그래, 어차피 타지인들의 서울,
고향을 떠나온 사람이 많아서 외로운 사람이 많을 거란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서울이 고향인 사람도, 고향이 아닌 사람도
똑같이 외로움이 있었다.
노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재산을 일군 사람도
한참 어린 딸뻘에게 외롭고, 쓸쓸하다는 말을 하고
뛰어난 손재주에 귀여운 외모로, 누군가는 부러워할 아티스트의 삶을 살아가는
20대 청년도 인생의 굴곡을 나이테에 빗대며 자신을 달래고
이제 막 알게 되었을 뿐인 사람들과 노래방에 갔다가
취한 채 춤을 추고, 왈칵 눈물을 터뜨리고
처음 본 사람의 졸음을 깨워가며 서 있는 채로
삶의 의미, 죽음에 대한 고뇌를 이야기하고
두 번 만났을 뿐인 낯선 이에게 2차, 3차.. 술을 권하며
친구를 권하고, 함께 여행을 떠나길 권하고
아는 것이라곤 서로의 이름일 뿐인데도
인생의 허무를, 자신의 외로움을 호소하고...
모르겠다.
내가 마음을 여는 속도가 느려서일까?
어려서부터 듬직하다는 얘기를 들어오며
나를 의지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긴 했지만
이 대도시에 와서는
나로서는 '어떻게 이게 가능한가' 싶은
급전개가 되풀이되는 것이었다.
그런 반복 속에서
이 도시엔 참 외로운 사람이 많구나,
싶으면서도
요즘은
뭐든 속도가 빠른 곳이니만큼
마음을 여는 속도도 빠른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질문,
마음을 여는 속도가 빠르다는 건 그만큼 솔직하다는 것인가?
이에 대해선 yes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음... 그보다는 그저 이 도시의 빠른 속도에
사람들이 취해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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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미친 속도에 맞춰 질주하다 보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틈을 놓치고
그 빈 틈을 '외로움'이라 부르는 게 아닌가...
스스로 채워야 할 결핍을
다른 사람에게서 채울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잠깐의 만남을, 온기를 한잔 술 채우듯 채우고
한잔 술 비우듯 비우고...
그렇게 빈 틈은 그대로 남겨둔 채로
쌩쌩 달리는 차들에, 꺼질 줄 모르는 불빛에, 소음에, 군중에 휘몰아치다가
아무개의 누군가에게 잠시 멈춰
취기를 없애려 하는 게 아닌가...
그렇지만 서로 속도감에 취해 있으니
제대로 알아갈 수나 있는 것일까,
그 사람은 나를, 나는 그 사람을
취기로부터 깨울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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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생각들을 하며,
나는 취하지 않은 채로 제대로 답을 내릴 수나 있을까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