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꽝 아빠와 독서광 엄마의 독서가족 탄생기와 성장이야기!
“오빠 프러포즈에 대한 내 대답이에요."
내 손에 들려있는 책 한 권을 놀란 토끼 눈으로 보고 있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쩌면 속으로 ‘아니 얘는 프러포즈 답변도 책으로 하네.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더 사랑해’라는 책은 션과 정혜영 부부가 미니홈피에 올린 일상 사진과 글로 구성된 에세이였다.
그 당시 정혜영과 션 부부의 결혼생활 모습은 참 예쁘고 이상적인 가정이라고 느껴졌다.
당신과 이런 가정을 만들어 가고 싶다는 의미로 선택한 책이었다.
“오빠, 살면서 작은 거 하나라도 당연하다고 생각해 버리는 순간 불행이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우리 이 책 속 부부처럼 항상 하루하루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예쁘고 행복하게 살아요.”
그렇게 책 선물과 함께 두부 송송 썰어 넣은 된장찌개를 손수 끓여 식사 대접을 했었다. 소박했지만 정성 가득 담긴 상차림은 앞으로 당신을 위해 정성을 다하겠다는 나의 다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감동이라고, 먹기 아깝다며 연신 사진을 찍는 유난스러웠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
“이 책 꼭 읽고 나도 열심히 노력할게!”
그 약속을 나는 철석같이 믿었다.
‘그렇게 둘은 예쁘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렇게 해피엔딩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동화는 동화일 뿐 정성 들여 차려준 밥을 맛있게 먹던 그는 그 약속을 결혼 후 5년이 지나도 지키지 않았다.
“이 책 꼭 읽고........”
“이……. 책……. 꼭 읽고.......”
“이…………. 책 ……. 꼭……. 읽고......”
메아리처럼 귓가에 아직도 맴도는 것 같다. 텍스트보다 사진이 더 많은 책인데도 다 읽지 못하는 아니 읽지 않는 남편이 한심하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다.
내가 꿈꾸던 부부의 모습, 함께 독서를 하며 성장하는 그런 가정을 꾸릴 순 없는 걸까?
도대체 왜 책을 안 읽는 거지? 스마트폰 잡고 있는 시간에 책을 보면 좋을 텐데…….
어느 날은 사정도 해보다가, 또 어떤 날은 잔소리도 해보다가, 결국엔 협박도 해보았다
남편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 마음이 변하길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떤 날은 홧김에 남편에게 포기했다고 으름장을 놓듯 말은 하면서도 솔직히 포기가 안되었다. 분명 변할 수 있는 계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겉으론 포기한 듯 태연하게 행동했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독서가 가진 힘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2가지에 집중했다.
첫 번째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
두 번째는 독서가 재미있다는 경험이었다.
세상에 좋은 아빠가 되고 싶지 않은 아빠가 있을까?
그리고 사람은 재미있는 건 하지 말라고 해도 하게 되어있다.
생일 기념 2박 3일 여행 준비 중에 자신이 읽을 책을 고르고 있는 남편의 모습이 보인다.
참 뿌듯하고 흐뭇하고 행복하다. 남편의 변화가 고맙고, 포기하지 않았던 나의 간절함이 대견하게 느껴진다.
독서광 엄마가 독서꽝 아빠를 독서의 세계로 입문시키기 위해 시도했던 방법들, 우리 가족의 독서 성장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