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_첫 직장을 통해 배운 것들.

정당하게 해고당하는 방법?

 호주를 처음 왔을 당시에 나는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로 캐주얼 근무자로 주에 30시간~35시간 정도의 근무를 했었고, 그다음에는 학생 비자 컨디션이었기 때문에 캐주얼로 주 15시간~20시간 정도 근무를 했었다. 그러다 certificate 3을 마치고 처음으로 풀타이머 잡을 얻었다.

 그 레스토랑은 멜버른의 세 킬다 비치 근처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다. 그 레스토랑은 그 자리에서 10년 넘게 지켜온 터줏대감 같은 레스토랑이었다. 큰 레스토랑이 아녔기에 나를 포함 7명의 셰프가 있었는데 나는 그중에서 학생 비자로 키친에서 처음 일하던 캐주얼 쿡이던 인도 출신 남자애를 제외하고는 막내였다. 나 역시 당시에는 키친에서 셰프로 일하는 것이 처음이었기에 많이 서툴렀고 어눌해 항상 긴장해있고 주늑들어있었다.  자신감이 없어서 더 많은 실수를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점점 나아진다고 믿고 있었고 항상 더 열심히 그 갭을 줄이려고 노력하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날벼락처럼 들었다. 바쁜 여름이 지나고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던 어느 날 런치 서비스를 마치고 프랩을 하고 있던 내게 잠깐 할 말이 있다며 사무실로 불렀다. 그리곤 한 말은 나를 얼어붙게 만들기 충분했다. "You can finish now and do not need to come work anymore. Your employment is finished."

 그리 길지 않은 문장이었지만 해석하는데 꽤나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내가 들은 말을 머리로 이해하고도 납득할 수 었없다. 전조 증상도 없이 갑자기 찾아온 해고 통보였기 때문이다. 입이 얼어붙은 나는 그렇게 다른 팀원들에게도 인사도 없이 짐을 싸고 옷을 갈아입고 집으로 향했다. 레스토랑 문을 나서면서부터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차오르기 시작했고 집에 거의 다 와서는 입에서 꺼억 꺼억하는 흐니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당시의 나는 호주의 법이나 근로환경에 대한 정보가 무지했기 때문에 이것이 불공정하다고는 느꼈지만 그저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다행히 이미 호주에 온 지 3년이 넘었던 남자 친구 덕에 나의 해고가 불공정할 뿐만 아니라 불법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난 더 정확한 정보를 얻고자 호주 정부 고용 사이트(www.fairwork.gov.au)에 접속했다.

 회사가 지키지 않은 사항은 몇 가지가 있었다.

 1) 난 어떠한 warning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고용주는 해고 전에 아래와 같은 사항을 지켜 경고를 주어야 하는데 나는 내 잘못을 제대로 지적받고 고칠 기회도 없이 해고가 되었다.

If a business does use warnings they need to make sure:  

they are clear about the reason for the warning

they write down all the details

they set clear expectations about what needs to be done differently

that the warning is fair and reasonable in the circumstances

 2) 법적으로 정해진 노티스 시간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용주는 직원을 해고 시 아래의 표에 따라 정해진 기간만큼의 노티스를 줄 의무가 있다. 나의 경우 6개월 차였기 때문에 1주일의 기간을 줘야 하는데 나에게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해고를 한 것이 문제였다.

  3) 해고 사유가 과연 정당하였는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았다. 웹사이트에는 폭력, 강도와 같은 중대한 이유에는 어떠한 경고도 없이 바로 해고할 수 있다고 나와있다.(It is fair for an employer to dismiss an employee without notice or warning when the employer believes on reasonable grounds that the employee's conduct is sufficiently serious to justify immediate dismissal.) 그러다 내가 그만둘 당시에 들은 이유로는 내가 키친을 마감할 때 마감 청소가 꼼꼼하지 못했고, 내 섹션에 오래된 음식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절대 내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나  당시 나는 키친 막내 셰프로 내 섹션을 차지하는 3명의 셰프들이 더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들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행동을 고칠 수 있는 기회와 교육 없이 바로 해고된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이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지금에서 보면 그때의 나는 분명 실수투성이었고, 셰프로서 자신감 넘치는 하나의 몫을 할 수 있는 셰프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업장 역시 풀타이머 경력이 처음인 나를 고용하면서 트레이닝 플랜을 세우는 것에 있어 많은 것이 결여되어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레시피 한 장 주고 혼자 해내기를 바라고, 만약 실수를 하면 혼을 냈던 것들이나 항상 먼저 알려주기보다는 내가 무언가를 잘못하고 물어봐야 알려주었던 점 그리고 나의 잘못된 행동들에 대해 공식적으로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더 나은 방향으로 고칠 수 있는지 조언이나 교육 없이 그저 나 스스로 달라지길 기대했던 그런 점들이 지금은 얼마나 어리석고 비효율적인지 나는 안다. 천 마디의 말 보다 한 번의 demontstaion이 낫고. 키친에는 자기 직책에 맞는 책임감이 있다는 것을 지금의 나는 안다. 어쩌면 지금의 내가 되는 한 과정이었을 수도 있지만 불행히도 내게 첫 직장은 그리 썩 좋은 기억은 아니다. 해고라는 단어는 절대 듣고 싶지 않은 단어이고 큰 좌절감을 안겨주지만, 그것이 항상 우리만의 잘못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