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에게 바치는 노래들
연인과 이별했을 때, 졸업을 앞두고 친구들과 헤어질 때, 그리고 누군가를 영영 떠나보냈을 때. 무심코 듣던 노래의 가사가 마음을 폭격한 경험이 한번씩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헤어진 다음날이나 졸업시즌에 노래 한 곡을 무한반복으로 들으며 울적한 감정을 유지하고자 했던 부끄러운 과거가 있지만,
할머니를 떠나보낸 후 내 마음에 퍼부었던 노래들은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나를 흔들어놓는다.
며칠 전 영국의 핫한 남자가수인 루이스 카팔디가 런던에서 열린 어느 시상식에서 someone you loved란 노래로 올해의 노래상을 수상하였다. 남편의 최애곡으로 평소 익숙했던 노래라 관심 있게 보고 있는데, 한껏 흥분한 그 가수의 수상소감은 참 놀라웠다.
" 'Someone You Loved'는 다들 전 여자 친구에 대한 노래인 줄 아시는데, 사실은 몇 년 전 돌아가신 저의 할머니에 대한 노래입니다.”
나는 당장 노래를 다시 들었다.
가사에 대하여 이미 많은 해석이 있었지만, 대부분이 헤어진 연인을 염두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수상소감을 보고 난 후의 나는 이미 노래를 들으며 할머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으므로, 모든 내용이 새롭게 다가왔다.
안전했던 할머니와의 세상이 끝난 후,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었던 존재가 없어진 그 마음 그대로의 가사였다.
I'll be safe in your sound til I come back around.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안전함을 느껴.
할머니 장례식이 끝나고 한 달 후, 미리 예매했던 소규모 공연에 갔었다. 문래동 작은 카페 안에서, 열명 남짓한 관객을 코앞에 두고 조용히 기타를 치며 노래하던, 내가 좋아했던 싱어송라이터 시와의 공연이었다.
담담하게 울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작은 카페를 가득 채웠다. 바로 그때 할머니를 위한, 나만의 진혼곡을 만났다.
시와 - 나의 전부
오늘 너에게 해야 할 말 있어
이렇게 편지를 쓴다 천천히
처음 널 만난 순간부터 이미 너의 큰 세계를 보았다
아무도 가르쳐 준 적 없지만 내 맘은 온통 너를 위해 존재했다
내가 떠난 뒤 남겨질 너에게
이런 말만 두고서 가는 게 전부지만
사랑한단다 말로 다 못하는
커다란 마음이 있음을 기억해주렴
화가 난 너의 마음 알아 나도 언젠가 그랬었지 너와 같아
내가 떠난 뒤 남겨질 너에게
이런 말만 두고서 가는 게 전부지만
사랑한단다 말로 다 못하는
커다란 마음은 언제나 너의 뒤에
이 노래는 할머니가 떠난 겨울이 되면 가장 많이 듣는 노래가 되었다.
이 노래를 들으면, 병원 침대에 누워 나를 가만히 바라보며 나를 키운 것이 다 생각난다고 말하던 할머니가 떠오른다. 여동생의 부고를 듣고 엉엉 울던 할머니가 떠오른다. 어딜 가나 내가 제일 보고 싶다고 말하고, 나를 찾던 할머니가 떠오른다.
내가 사랑했던 누군가를 생각하며 듣는 노래들. 같이 들어보면 참 좋겠다.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큰 세계를 보았던 바로 그 사람이 보내는 안부 같은 노래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