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카포네 트릴로지_2016

복수라는 날카로운 비명 뒤에 그려지는 슬픔과 아름다움

by 최 수

* 극에 대한 일부 줄거리나 스포가 있을 수 있지만 작품을 보고 난 글쓴이의 지극히 주관적이고 감상적인 해석을 전하는 글입니다. 따라서 이 글을 전부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으셔도 되고, 생각이 다르다면 다른 그대로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연극은 그 자체로 사랑이니까요. 그럼 시작합니다:)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가 2년만에 돌아온다고 한다. 제작사 아이엠컬처 보도자료에 따르면 '카포네 트릴로지 2018'은 오는 03.20(화)-06.17(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대략 2년만에 돌아온 것인데, 내가 느낀 카포네 트릴로지는 슬픔 가득한 아름다움이었다. (실제로 공연 관람 후 한동안 감상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었다.)


연극 카포네트릴로지 2016.jpg 연극 카포네트릴로지_출처: 인터파크 예매 홈페이지


: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빈디치 (VINDICH)


주인공 빈디치와 루시는 함께 복수를 계획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다르다.


루시는 누구를 위한 복수인지, 복수를 통해 무엇을 내던지고 싶은지(자신의 죄책감), 그 죄책감이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비롯한 것인지 알고 있다. 하지만 빈디치는 모두 죽은 아내 그레이스를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빈디치의 마음이 만들어낸 거짓 혹은 가식일지도 모른다.


루시는 아버지 프랭크의 악행을 알게 된 후 마음 깊숙이 그에 대한 증오를 키워왔다. 어린 그녀는 버림 받을 것이 두려웠고 아버지의 과거를 세상에 드러낼 수 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프랭크를 지켜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그것은 루시 자신의 과오(過誤)가 되고 죄책감으로 남았다.


그녀는 그렇게 자기 자신과 아버지를 향한 복수를 준비한다. ‘과거’의 루시를 흘려 보내고 ‘미래’의 삶을 꿈꾸기 위한 ‘현재’ 최선의 선택-빈디치와의 복수.


카포네 트릴로지 '빈디치' 출처 컬처 아이엠 유투브 채널.PNG 빈디치 복수의 화신_출처: 컬처아이엠 유투브 채널(https://youtu.be/_8ubZ4t71LU)


그녀는 새로운 삶을 꿈꾸며 이 복수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복수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모든 것을 쏟아냈다. 과거의 모습을 직시했고 반성하며 스스로 용서했다* (극 한 부분의 상세 묘사가 있습니다. 보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보지 마세요).


* 빈디치에게 본인의 과거에 대해 얘기하던 루시는 “난 버림받지 않기 위해 항상 ‘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어!”라고 외친다. 이 외침으로써 그녀는 자신을 진심으로 용서할 수 있었을 것이다. 타인에게 본인 이야기를 하거나 자신을 변호하면서 나도 몰랐던 속마음을 깨닫게 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마 한번쯤 다들 그런 경험이 있으시리라 생각된다.

또한 이 대목은 루시가 그동안 수도 없이 본인과 아버지의 과거 행동에 대해 자책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녀는 스스로 '잘못됨'을 잘 알았기 때문에 빈디치에게 진심으로 자신을 옹호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빈디치는 복수의 이유를 죽은 아내로 돌린다. 죽은 아내를 위한 복수. 그레이스를 위해서, 그레이스를 죽음에 이르게 한 프랭크(루시의 아버지)를 향한 복수를 계획한다. 빈디치는 그레이스로 대변되는 과거를 버리지 못했고 현재에도 과거를 살고 있다. 그래서 그에게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복수를 마치면 그레이스를 따라 죽고자 했으니까.


침대 위 시체는 누구 출처 컬처아이엠 유투브 채널.PNG 침대 위 시체_출처: 컬처아이엠 유투브 채널(https://youtu.be/_8ubZ4t71LU)


빈디치에게는 과거가 현재이고 과거에 존재하는 그레이스가 삶의 전부이다. 그러나 모순되게도 과거를 살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보아야 하는 ‘과거 본인’의 모습은 아예 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빈디치가 계획하는 그레이스를 위한 복수는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복수의 결정적인 순간, 루시를 통해 자신이 외면하려고 했던 과거 본인의 모습을 깨닫게 된 빈디치는 무너졌고 결과적으로 그의 복수는 실패했다.


애초에 빈디치는 본질을 보지 못했다. ‘로미오’가 자신 앞에 숨진 채(사실은 죽지 않은) 누워있는 줄리엣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몰랐던 것처럼.

빈디치는 과거 자신의 모습을 덮고, 지우기 위해 그레이스를 희생자로 만들었다. 그는 과거를 인정하고흘려 보내기 위한 ‘자신을 위한’ 복수를 준비한 것이 아니다.


빨간 풍선의 의미는 출처 컬처아이엠 유투브 채널..PNG 빨간 풍선의 의미__출처: 컬처아이엠 유투브 채널(https://youtu.be/_8ubZ4t71LU)


로미오가 사랑에 충동적이고 나약했다면, 빈디치는 본인의 과거를 보지 않으려 했고 그것이 본질을 가렸기 때문에 흔들렸고, 고민하고 망설였다. 그것이 빈디치의 복수를 나약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빈디치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자살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안타깝게도 빈디치의 죽음에는 ‘꿈(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극 속에서 줄곧 그레이스는 빈디치를 ‘햄릿’에 비유하지만 빈디치는 죽음을 통해 꿈을 꾸고 또 다른 삶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는 햄릿이 아니다.


반면 루시의 복수와 죽음은 슬프지만 모든 것을 쏟아냈다. 그녀의 슬픔이 모두 드러나 안타깝지만 오히려 아름답다. 햄릿은 빈디치보다 루시에게 어울릴지도 모른다. 아니, 이 극에서 '햄릿'으로 비유될 누군가가 있다면 그것은 루시일 것이다. 그녀는 복수를 통해 진정한 자신을 바라봤고, 그 모습을 인정했다. 복수와 죽음을 통해 또다른 삶(미래)를 꿈꾸었다. 적어도 나의 시점에서는 그랬다.


공연내내 슬픈 비명을 쏟아내는 루시, 그녀의 안타까우면서 아름다운 복수는 <카포네 트릴로지-빈디치>의 주인공이 되기에 충분하다.


헤어나올 수 없는 먹먹함을 안겨주었던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루시(CAPONE TRILOGY-LUCY)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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