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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닷 Jun 24. 2024

온라인 친구 VS 현실 친구.
어느 쪽이 더 많나요?

요즘 바쁘지 않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옆집 언니랑 여전히 친하지만 카톡 말고 실제로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 나눈 지 오래되었다. 한 동네 살지만 몇 달째 만나보지 못한 지인들의 얼굴이 가물거린다. 지금 내 앞에서 나와 대화하고 있는 아이와의 이야기에 집중하는데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휴대폰을 힐끔거리지 않는 것이 새로운 대화 매너 항목에 추가된 세상이다. 어느새 온라인이 삶에 깊숙이 들어왔다. 사람과 대화 중에도 생각나지 않는 단어나 정보는 휴대폰으로 검색해 가며 보조를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수첩에 메모를 들춰보는 수준이 아니라 뇌를 대신하는 외장메모리를 들고 다니는 격이다. 뇌는 산만해지고 있을지언정 기억의 범주는 끝없이 넓어졌고, 대화의 물리적 한계도 사라졌다. 


내 주변에는 나처럼 운동이나 프리다이빙을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작가 된답시고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없었다. 옛날 같았으면 주변사람들의 일반적인 관심사에 물들지 못한 독특한 취미의 소유자는 고립되었을 테지만 온라인덕에 지구 어디에 있는 사람이든 취향을 공유하고 관심사를 나눌 수 있는 세상을 살게 되었다. 이 얼마나 감사한 기술이란 말인가~ 어찌 좋지 아니할쏘냐! 

네이버 카페에 가입해서 함께 글 쓰는 이들을 온라인으로 만났다. 부산, 서울, 울산, 대구 등에서 실시간으로 올리는 글을 매일 읽다 보면 매일 마주치는 직장동료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탈리아 로마에 살고 있는 작가의 영상을 보며 감동하고, 브라질 생활을 생생하게 전하는 작가의 글을 읽으며 공감한다. 댓글을 적다 보면 이탈리아와 브라질이 옆집처럼 느껴진다. 진해, 울산, 부산에 사는 프리다이버들과 함께 다이빙을 시작했는데 어느덧 프리다이빙 국가대표나 해외 유명 다이버들과 인스타친구가 되어 국제적 수준의 다이빙 영상을 감상하고 있다. 


문제는 온라인 친구가 매일 확장된다는 것이다. 똑똑한 알고리즘은 얼마나 내 감정을 세심히 들여다보는지 한치의 거슬림 없이 내 관심사와 취향에 맞는 친구들을 소개해 준다. 해시태그와 친절한 알고리즘의 개입으로 나와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의 목록이 매일 늘어간다. 요즘 사람들이 글을 읽지 않는다는 통계는 다 엉터리다. 요즘 사람들은 종이로 된 책을 읽지 않을 뿐, 하루종일 읽는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밴드, 네이버카페, 블로그, 수많은 단톡방,  브런치, 쿠팡이나 마켓등의 특가세일 정보, 아이 학교 알림 앱 등 읽어봐야 할 알림이 온종일 차고 넘친다. 심지어 줌 모임이 일상화 되면서 원래 모임이 이뤄지기 어려웠던 늦은 밤이나 주말 새벽 시간까지도 온라인이 침범하고 있다. "놓치면 후회할걸? 이건 정말 꼭 필요한 글이야어서 읽어봐, 이걸 경험해 봐, 이걸 배워봐~" 불특정 한 시간에 불쑥불쑥 전 세계에서 알림이 마구 울린다. 두세 시간만 휴대폰을 보지 않으면 밀린 알림이 얼마나 많은지 셀 수도 없다. 그중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너무 좋은데 너무 안 좋다. 


모두가 쉴 새 없이 소식을 올리고 댓글을 달고 답을 기다린다. 생업전선도 점점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취향, 성향 따위와 상관없이 모두 동시에 각개전투를 벌이는 것처럼 치열해 보이기도 한다. 어떨 땐 머릿속에 몇십 명의 사람들과 동시에 대화하고 있는 기분이다. 디엠에 답을 적다가, 직장 단톡방에 투표를 하다가, 카페에 댓글을 달다가, 아까 누구랑 디엠으로 대화 중이었던걸 까맣게 잊고 하루가 지나가버린다. 만약 현실이었다면 눈앞에 사람과 대화를 하다가 잠깐 기다리라 말하고는 집에 돌아간 격이다. 


내 인간관계는. 내 인맥은 어디까지가 진짜일까? 나는 누구랑 친한 걸까? 내게 소중한 사람은 어디에 있는 사람일까? 정작 나와 상추를 나눠먹고, 아프면 서로 죽 끓여다 줄 옆집 언니의 근황을 놓친 지 오래되었는데 브라질에 사는 인친의 저녁메뉴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 이 피로도를 뇌는 감당하지 못하고  깜빡거리는 것 같다. 깜빡 배틀을 열면 지지 않을 사람이 주변에 차고 넘친다. 잠들기 직전까지도 휴대폰은 우리를 쉽게 놔주지 않는다. 온라인과 현실. 일상의 경계를 무너트리지 않으면서 이 둘이 양립하려면 마지노선에 대해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일단 지금의 상황을 알아차리는 것 부터가 시작이라고 본다. 여러분은 에너지를 어느 쪽에 얼마큼 배분하고 있으신가요? 혜안이 있다면 좀 나눠주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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