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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닷 Jul 28. 2024

사랑을 지켜가는 아름다운 간격

                                                            - 칼릴 지브란  

함께 하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의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한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는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큰 생명의 손길만이

너희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이 우주에 나와 똑같은 사람은 없다'는 명제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칼릴지브란이 말하는 '아름다운 간격'이 사랑을 지켜내는 훌륭한 방법임에 반박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는 존재이지만 언제나 사랑 때문에 아파하기도 하는 존재이다. 항상 사랑을 갈망하지만 사랑을 능숙하게 다루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살면 살수록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사랑을 노래하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사랑의 환상적인 결실까지만 보여주고 서둘러 끝을 낸다. 아끼고 사랑하는 누군가와 언제나 언제까지나 모든 것을 함께 나누는 삶. 이것은 환상적이지만 진실로 환상일 뿐이다. 사랑하는 이와 완벽하게 밀착되어 서로를 소유하고 공유하는 방식은 결국 어느 한쪽이 곪아 변질되거나 사랑의 유통기한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죽는 날까지 사랑을 갈망하며 현실을 살아가야 하므로 영화가 보여주는 환상적인 사랑, 그다음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칼릴지브란이 노래하는 사랑은 비단 남녀의 사랑뿐 아니라 가족, 이웃, 동료등 애정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관계에 적용할 수 있는 공식이다. 혹시 지금 사랑 때문에 아픈 중이라면 이 시를 곱씹어 보자. 그와 나 사이에 하늘바람이 춤추는 공간은 있는지, 출렁이는 바다를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어느 한쪽의 빵만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자. 서로의 그늘 아래에서 말라죽기 전에 말이다. 


여름방학이다. 아침에 눈 뜨면 각자의 공간으로 흩어지던 가족들이 오밀조밀 더운 여름을 함께 지내는 시기이다. 사랑을 지켜내는 아름다운 거리 두기를 고민해 볼 좋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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