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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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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닷 Jun 26. 2024

드디어 끝! 그리고 다시 시작.

누구나 그렇듯, 삶의 어느 때 숨 쉬는 모든 순간이 고통스러운 시절이 있었다. 배신과 원망, 미움과 화가 가득한 가슴으로 매일이 지옥 같았다. 오로지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지만 결국 그 조차 오만한 희망이라는 것을 깨닫고 마음을 돌렸었다. 죽음을 뒤로하고 돌아선 순간부터는 단 한 가지 원칙을 따라 살았다. 남아있는 삶은 '나'를 따르고 살자. 내가 유의미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게만 시간을 쓰기로 했다. 그것이 사소하든, 하찮든, 돈이 되든 안되든, 손해 보는 일이든, 무한 반복하거나 어설퍼 보이든 신경쓰지 않았다. 오로지 내 안에 생각을 벼리고 발견하며 그 생각을 따랐다. 


생각은 쉽게 길어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매일 운동을 하며 몸을 다그치고, 독서를 하며 마음을 두드려야 움직이는 것이 생각이었다. 그렇게 '나'에게 집중하며 내가 원하는 것에 시간을 쓰면서부터 삶이 180도로 바뀌었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어찌 된 영문인지 학창 시절 왕따로 주눅 들어 살던 내가 인복이 많다는 소리를 듣고 산다. 꿈에 그리던 사서가 되고, 원하던 책을 출간했다. 하루하루를 의미와 긍정으로 채울수록 죽음에 대한 갈망과 두려움이 함께 사라졌다. 


그러나 삶은 언제나 뒤통수를 치는 녀석이다. 지난 간 고통에 끝이 있었듯이 지금의 평안함도 언제 낭떠러지를 만날지 모른다. 혹은 언제 가파른 오르막 앞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게 될지 알 수 없다. 다 괜찮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그럴 수 없으면 그냥 걸으면 된다. 그럼 또 끝이 보일 테니까. 게다가 어느 순간 함께 걷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삶을 바라보는 결이 같은 사람들과 함께 걷는 힘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어떤 산도, 낭떠러지도 함께라면 단숨에 건너갈 것만 같다. 나를 슈퍼맨으로 만들어 준다. 자꾸 나를 성장하게 만들어 준다. 점점 더 넓은 곳을 보여준다. 이 모든 일이 다 신기하고 감사하다. 그동안 내가 열심히 번 것은 돈이 아니라 사람이었나 보다. 


어느 순간 이제는 나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진 것들을 이리저리 둘러봐도 제일 쓸만한 재주는 그림책 읽어주는 것이었다. 내가 힘들 때 나를 위로해 주고 크게 일깨워준 그림책. 내가 읽어주는 그림책으로 혹시 누군가 위로받고 일어서는데 도움받는다면 그보다 더 값진일은 없을 것 같았다.


작년부터 생각만 해 오던 이 일을 지난달부터 실천하기 시작했다. 인스타 라이브 방송으로 그림책을 읽어주고, 줌으로 그림책 읽는 법을 가르쳐 드렸다. 누군가는 그림책은 물성이 중요한 것인데 온라인으로 될 일이냐, 또 누군가는 사람과 대면해서 교감하며 시너지가 일어나는 활동인데 온라인으로 될 일이냐, 전공을 한 것도 아니면서 그런 일을 할 만큼 지식과 경험이 충분하냐... 등 부정적인 조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 역시 다 괜찮다. 그냥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걸었더니 방법도 생기고, 함께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줌 강좌를 오픈했는데 예상보다 두 배나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난생처음 하는 온라인 강좌를 앞두고 괜히 일을 벌였나 후회도 해 보고, 수업준비를 하면서 자기 검열에 빠져 머리를 쥐어뜯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고통 역시 끝이 있었고 오늘이 드디어 마지막 강좌를 끝낸 날이다. 함께한 모두에게 유의미한 시간이었고, 나는 또 한발 훌쩍 성장했다. 참가자들의 후기를 들으며 마음이 웅장해졌다. 내 애씀이 참가자들에게 어느 모 로든 무척 도움이 되었다는 후기를 읽으며 나는 또 슈퍼맨이 되어 하늘을 날았다. 바쁘고, 피곤하고, 놀러 가고 싶고, 졸린데 재미있고 행복하다. 매일이 이렇게 깨알 같은 보람으로 가득 차도 괜찮은 것인가 의심스럽다. 아무래도...  앞으로 오래오래 미천한 재주를 계속 나누며 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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