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를 건너겠다고? 아이쿠! 안돼! 안돼! 위험하다고! 겁도 없이!! 절대 안 돼~ 절대!!!"
오리발을 신은채 물가에 서서 바다 건너편 해변가를 눈대중하고 있는 동생을 향해 그녀의 남편은 사랑과 애정을 담아 손사래를 치며 말렸다. 제부는 수영을 못하는 사람. 어린 두 조카의 몫까지 세 개의 튜브를 끼고, 들고 무릎 높이의 바다를 즐기는데 만족하는 사람. 그 옆에서 나는 고등학생 아들과 함께 말없이 해류와 바람을 가늠했다. 마침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한 바다는 뜨거운 태양아래 수온마저 따뜻했다. 매일 수영장 1km 자유형을 달리고, 수시로 해양잠수와 수영을 해왔던 내가 봤을 때 저기까지는 20분도 채 걸리지 않을 거리. 수영이라면 어디서도 지지 않을 동생과 아들은 대수롭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지만 제부의 걱정과 두려움은 말릴 수 없었다.
아들은 말없이 이모와 엄마의 슬리퍼를 주워 들고 먼저 다리를 건너 저편 해변가로 건너갔다. 해안에 도착하면 엄마와 이모에게 슬리퍼가 필요할 거라며. 동생과 나는 결국 제부의 심신안정을 위해 튜브를 하나 들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생각보다 수심은 얕았고, 시간도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어린 두 조카와 제부에게는 엄청난 일이었지만, 수영을 잘하고 바다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너무 안전한 코스였다. 제부도 수영을 할 줄 알았다면 물가에서 그렇게 발을 동동 구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잘 알지 못하고 준비나 경험이 없는 대상에게 두려움을 느낀다. 누구에게는 위험이지만 누구에게는 기회가 되는 대부분의 것들이 그러하다. 위기와 기회는 한 끗 차이다. 두려운 대상이 있다면 자세히 들여다보자. 내가 모르는 '무엇'이 나를 두렵게 하는 것인지, 위험으로 느끼게 하는 것인지를 간파할 수 만 있다면 그것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