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리누나 Apr 12. 2024

오십 오일. 중간도 있다

아몬드 우유


한 때 대체우유 즉 식물성 우유만 마셨다.

언제 인고하니, 예쁜 유니폼 핏이 꽤나 중요했던 승무원 시절이다.

항상 ‘적당한’ 몸무게였어서 ‘예쁜 마름’을 가진 이들이 부러웠고,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나도 그거 한 번 가져봐야겠다는 강박을 느꼈던 것 같다. 볼 때마다 살 빠졌단 소리를 듣는 게 좋았고, 배 볼록이 없어지는 치마 라인이 마음에 들었다. 심하게 굶은 건 아니라 천천히 조금씩 체중 감량을 해서 2년 정도 걸쳐 4, 5킬로그램이 빠졌다. 이윽고 어느새, 처음 비행을 같이 하는 크루로부터,


“너는 너무 자그마해서 카트 안에도 들어가겠다.”


는 말도 듣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마침내 처음 보는 사람이 나를 봤을 때 ‘마른 여자애’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목표는 이룬 채 방심하면 안 된다. 유지를 해야 한다. 하여 고지방, 고탄수 식사를 점점 피하게 되었고 지방함량이 다소 높은 일반 우유의 고소함을 포기했다. 자주 비행을 가던 유럽권, 미주에서는 대체우유를 접하기가 쉬워서 자연스럽게 라테도 항상 아몬드 우유나 코코넛 우유로 바꿔 마셨다. 때때로 이 조합은 맛이 없을 때도 있는데, 그때는 맛보다는 내가 마실 수 있는 무언가가 더 중요했다. 지금 당시의 식단을 떠올리면 살이 안 빠질 수가 없다. (간식은 대추야자에 견과류, 플레인 요구르트와 바나나 정도였고 뱃가죽이 들러붙어 꼬르륵 소리가 나야지 식사를 하곤 했다.) 그러나 당시가 아주 건강한 상태였는지는 의문이 크다.


엄밀히 말해 대체 ‘우유’라는 이름이지 사실 곡류나 견과류와 물, 거기에 부족한 영양성분을 강화한 형태의 음료다.

임신 후 칼슘이 부족하지 않도록 식물성 우유보다는 두유나 일반 우유를 먹고는 하는데, 다시금 일반 우유를 먹기 시작하면서 진하고 고소한 우유 맛에 다시금 빠졌다. 그러다가 체중이 점점 불면서 체중관리 차원에서 아몬드 우유로 오트밀을 불리거나 스무디 만들 때 이용하고 있다. 지금은 내 몸만을 위한 게 아니니 내 체중만 생각해서 저칼로리만 고집하지 않는데, 그보다는 우유에 관해서는 어떤 우유가 ‘더 좋은지’에 갑론을박이 있으니 한쪽으로 치우치지만 않으려 노력한다. 한 편에서는 젖소 우유가 호르몬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의견, 한 편에서는 식물성 우유는 영양분이 너무 부족하고 귀리 우유의 경우 공복혈당을 높이기도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쯤 되니 모유와 분유에 관한 분분한 의견들도 찾아보게 된다. 우유가 여전히 영양적으로 논란이 있다면 분유도 비슷하겠지 싶어서인데 그렇다고 자세히 모른 채 모유는 그저 좋을 거란 생각에 내가 모유수유가 힘든데 억지로 할 수는 없을 테다. 실제로 모유는 면역성분이 풍부하고 알레르기, 천식, 아토피 증상도 우유 먹는 아이들에 비해 낮다고 한다. 소화도 잘 되고 정서안정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게다가 모유만 먹인 여성은 분유나 분유, 모유 혼합해 먹인 여성보다 출산 후 생물학적 연력이 더 많이 감소했다는 연구도 있다. 조금이라고 알고 나니 이왕이면 모유를 먹였으면 하는데, 내 주변 친구들 중 모유를 3개월 이상 먹인 엄마가 거의 없다. 젖몸살이 심하거나 모유량이 너무 적거나, 혹은 독박육아로 힘들어서 등 자기 의지만 가지고는 안 되는 것이다.

내가 대체우유를 마시든 생우유를 마시든 오로지 나의 선택이지만, 선택권이 제한적인 모유수유에서 한쪽만 옳다고 좋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부모로서 아이 대신 선택해야 할 사항들이 수만 가지 될 앞으로 많은 상황에서 있어서도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오십 육일.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