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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Apr 27. 2024

사십일.  평균의 늪

토스트와 삶은 달걀, 피넛버터


또 한 번의 정기검진을 가는 날, 가볍게 통밀빵을 굽고 달걀을 삶아낸 다음 전에 만들어둔 피넛버터를 곁들여 아침식사를 했다. 양수가 아주 조금 줄어들었지만 특별한 이상은 없고, 아가는 2주 사이 500g 정도 늘었다. 자연분만이든 제왕절개든 출산 때 엄마의 분비물 중 감염 가능성이 있는 균이 아이에게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분비물 검사도 이때 진행한다고 한다. 이제 다음 검진부터는 매주 한 번 내원이다. 정말로 출산이 임박해오고 있다.


담당의는 모든 수치를 확인하고 ‘정상’이라는 진단을 내렸지만, 머리가 주수보다 조금 큰 편이라 하셨다. 으레 산모들은 아기의 몸무게나 크기가 백분율에서 평균적으로 어디쯤 있는지 궁금해한다. 여태 나는 정상이라는 말에 ‘평균’에서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결과를 듣고 나니 2주가량 큰 머리를 가진 아이들이 얼마나 있는가 찾아보게 되었고, 조금 오른쪽으로 치우친 막대그래프를 확인한다.

사실 선생님도 평균보다 크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배둘레나 허벅지 길이 등 우리 아이의 전체적인 몸에 비해 머리가 크다고 한 것일 뿐이다. 아기는 초음파상 매우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 다만 이 속도로 막달을 보내면 자연분만을 하게 될 때 내가 힘들어질 것, 그러니까 다른 아가들과 비교해서 이렇다 저렇다 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얘기다.


앞으로 육아를 함에 있어 많은 영향을 받게 될 평균의 늪이다. 유독 평균 이상과 이하에 예민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며 우리 부부의, 우리 아이만의 독자성을 중심으로 판단하고 교육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기준은 세워야 하지만 그 기준이 평균이 되지 않도록 우리 부부가 더 잘 서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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