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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May 14. 2024

이십사일. 나의 중심에는

통밀빵 샌드위치


37주 차에 접어들었다.

이제 언제 아이가 나오든 조산이 아니고, 며칠 전 2.8kg가량으로 예상되는 태아 몸무게로 보아 저체중아도 아닐 것이다.

피부를 보호하던 태지와 솜털을 벗어내고 손금에 지문까지 생겨있다는 37주의 아이는 거의 다 성장한 상태,

놀 공간이 부족해서인지 이제는 하루에도 열두 번 내 옆구리로 발이 튀어나오려고 한다.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사람들이 물건을 보면서 카트를 밀고 다니느라 앞뒤를 신경 안 쓰는 탓에 나는 배를 감싸 안은 채 물건을 골라야 했다.

엘리베이터에 타서도 비좁은 자리에 서 있기 불안해졌다.

마트를 몇 바퀴 돌고 들어오니 다리도 발도 부어 통통하니, 장 본 것들을 정리하기도 조금 힘이 들었다.

요리는 못하겠고 사가지온 빵만 구워 바질 페스토를 바르고, 토마토, 오이, 모차렐라 치즈를 차곡차곡 쌓아 샌드위치로 간단히 식사를 했다.

전보다 아이가 약간 내려갔는지 그나마 요즘은 몇 입 먹고 소화가 안 되는 증상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친해도 각자 삶을 사느라 매일 연락은 하지 않는 친구에게 문득 전화를 걸었다가 안 받아서 끊었더니,

곧바로 전화가 다시 와서는


“왜? 혹시 병원 가? 낳은 거 아니지?”


깜짝 놀라서 바로 전화했다며.


점점 나의 삶은 아이가 중심에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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