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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May 20. 2024

십칠일. 태몽

오이김밥


태몽이라는 게 정말 있을까?


보통 태몽은 임신을 알기 전에 본인 혹은 가까운 지인이 꾸지만 나는 임신 전에 나도 주변도 그런 얘기는 없었다.

그리고 태몽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 약간의 끼워 맞추기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평소 꿈을 정말 많이 다양하게도 꾸는 편이라서 더 그렇다. 특히 공포 영화를 보면 보는 대로,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거나 특별한 이벤트가 있던 날이면 어김없이 그와 관련된 꿈이 밤에 찾아오곤 한다. 상상하기를 좋아해서 그런 건지 외부 영향을 많이 받는 성향 때문인지 모르겠다.


엄마가 고래 꿈을 꾸신 게 내 태몽이었고, 시어머니가 커다란 황소 꿈을 꾸신 것이 신랑의 태몽이었다.

남편은 시어머니가 태몽 이야기하실 때마다 조금씩 바뀐다며 믿을 수 없다며 마찬가지로 태몽의 존재를 신봉하지 않는다.


하지만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도 아무도 태몽인 듯한 꿈이 없었다고 하니 조금 허전하기는 했다. 이대로 우리 아가는 태몽이 없나.

내가 맘 한 구석에서 자꾸 생각을 했을까, 지금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한 것이 왔다.


임신 7주 차쯤 가족 여행을 가서 자던 펜션에서였다. 산속 높은 곳에 자리했던 숙소였음에도 꿈에서는 끝없는 바다가 배경으로 깔렸고, 나는 아프리카에서 만났던 100살 넘은 거북이보다 서너 배쯤 큰 거북의 등에 올라타 있다. 거북이는 발에 모터라도 단 것처럼 엄청난 파도를 일으키면서 바다 한가운데를 질주했고 나는 안정적인 자세로 거북의 목을 잡고 그 질주를 함께 즐겼다. 그러다가 거북이가 내 손을 꼭 물었는데, 조금 아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시 보니 나를 문 게 아니라 내 손이 거북이의 몸 어딘가에 걸렸던 것이었다. 나는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거북이는 괜찮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다시 달렸다.


잠에서 깨고 나서 한참 눈을 깜빡이며 꿈을 떠올린 것 같다. 기분이 묘했다. 태몽이라는 생각이 곧바로 들지는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러다,

아하!

이게 바로 태몽?


‘장수, 우두머리의 기질을 가진 아들이 태어날 태몽’


임산부가 거북의 등에 타고 달리는 꿈, 이라고까지 나와서 한 번 더 놀란다.


우연인지 어쩐 지는 몰라도 정말 아들인 건 맞았다.

태몽이 맞는지 안 맞는지는 그저 신기하다, 그렇구나 정도일 뿐,

진정 태몽이란 아기가 수없는 우연의 우연을 거듭해 온 것에 대한 인간 외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마음에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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