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드레싱 샐러드
시어머니가 적은 액수라 미안하다며 산모와 아기 둘 다 건강하게 순산하라며 돈을 보내오셨다.
계좌번호를 문자로 넣어달라는 어머니의 전화에 안 그러셔도 된다고 말은 했지만 문자는 보냈다. 정말 안 받으려고 했으면 마음만으로 감사하다는 식의 말씀을 드렸을 테지만 그러지 못했다, 아니 그러지 않았다. 친정에서 더 해주셨기 때문은 아니고, 시댁에서 조리원비는 도와줘야 한다고 하는 몇몇 의견에 동의해서도 아니다. 한쪽과 다른 쪽 집의 지원이 큰 차이가 있다면 느끼는 바가 달라졌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양가 모두 평범한 집안이라 우리도 어른들도 서로의 사정을 어느 정도 아는 바, 마음 쓰고 있다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아들 둘을 거의 혼자 키우신 시어머니라 그런지 아들에게도 며느리에게도 살가운 표현을 어색해하신다. 아들인 남편과 통화는 용건이 있을 때만 간단히, 며느리인 내게도 마찬가지로 '요새 몸은 괜찮냐, 먹고 싶은 건 없고?' 정도의 안부만 앞에 붙을 뿐이다. 그래서 직접 통화할 때는 '계좌번호 하나 보내라'는 말씀만 하고 끊으신 거고 문자로 미안하단 말을 덧붙이신다.
친정 엄마와는 2,3일에 한 번 미주알고주알 수다를 떨곤 하는데, 시어머니와 통화 한 번 했다고 하셨다. 손주가 어찌나 기다려지는지 빨리 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는 거다. 그런 말씀 일절 우리에게는 한 적이 없으신데 싶어서 마음이 약간 아렸다. 지척에 살고 계신 것도 아니라 아기를 낳아도 일 년에 몇 번이나 보려나 싶고, 괜히 아들이랑 며느리 신경 쓸까 싶어 손주 보고 싶단 말씀도 안 하셨나 싶다.
"다음 주에 밥이라도 한 끼 사주고 싶은데, 내 가도 되나? 네 시간 되나?"
"네, 어머니 저는 되는데, 아기가 허락을 해야 될 거 같아요. 그 안에 안 나오면 다음 주에 봬요, 하하"
아들 출산을 앞두고 있으니 아들 어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보게 된다. 아무리 그래도 '시'어머니와는 평생 딸 같은 식구가 되는 건 어렵다고 여전히 생각은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