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토스트
약간의 공복만 있어도 식은땀이 난다. 이때쯤이면 아기 성장은 거의 완성이라는데, 먹성이 좋은 걸까.
팬에 빵을 구우면서 채칼로 오이를 썰어 소금을 살짝 뿌려둔다. 삶아둔 달걀 껍데기도 까고 작은 화분에서 허브잎도 따 왔다.
플레인 요구르트 듬뿍 올린 식빵에 오이, 달걀을 얹어 민트와 딜로 싱그러운 여름 토스트. 두유를 곁들여 포만감 있는 식사를 한 뒤에야 병원에 갈 수 있다.
또 한 번의 내진 검사와 태동 검사, 아가는 잘 놀고 있지만 예정일이 열흘 가량 남은 이 시점 아직 밖으로 나올 생각은 크게 없나 보다.
지난주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태로 거의 열리지 않은 자궁문에 내진은 조금 더 아팠고, 그 사이 200g 아가 몸무게만 늘어났다. 아, 머리카락도 더 찰랑이게 길어졌다.
예정일까지 지켜봐야겠지만 산모 골반은 유한하게 늘어나는 반면 아가는 계속 클 수 있으니 41주 이상 기다리는 건 조금 무리, 양수가 줄어들 수도 있고 아가가 태변을 먹는 큰일이 날 수 있고. 하여 그 안에 아기가 내려올 수 있게 많이 움직여야 한다고 하신다. 그렇지 않으면 유도분만조차 어려울 수 있다.
보통 초산은 더디게 진행된다고 하니 너무 걱정은 말라고 주변에서 많이 들었지만 정말 분만을 목전에 앞두고 증상이 없으니 하루하루 불안해진다. 어떻게든 나오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이런 불안함으로 선택제왕이 맘 편하다는 거구나, 또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애기가 엎드려 있어서 오늘 얼굴은 못 보겠네요, 얼굴은 직접 낳고 보는 걸로!”
하고 초음파 검사를 끝낸 선생님.
아, 낳고 얼굴을 본다니!
갑자기 너무 궁금해지는 아가 얼굴, 아가 손과 발, 아가 목소리.
엄마가 얼마나 기다리고 고대했는지 나중에도 알 수 있게 산모수첩에 잘 보이지도 않는 초음파 사진을 소중히 끼워 넣는다.
‘엄마 뱃속이 아직 편한가 보다 우리 아가. 엄마도 겁은 나지만 기대가 더 커, 우리 나와서 만나.’
한 줄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