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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May 26. 2024

십일일. 남이 해준 떡

호떡



 입덧은 한참 지나간 막달에도 엄마는 요즘은 먹고 싶은 것 없냐고 물어보신다. 입덧이 심하지 않았지만 그중에서도 절정일 때 엄마 제육볶음이 심하게 먹고 싶어 엄마가 급하게 양념한 고기를 택배 부쳐 주시고 잘 먹고 지나간 이후에는 그렇게 ‘꼭 먹어야 하는 ‘ 음식은 없다. 엄마는 우리 삼 남매 간식을 사다 먹인 적이 별로 없다. 아빠는 으레 퇴근길에 통닭이나 뻥튀기 같은 간식을 사 오셨지만, 엄마는 웬만한 건 다 손으로 만들어주셨다. 프렌치토스트나 핫케이크는 여느 집에서도 했지만 닭튀김, 카스텔라 빵 그리고 호떡은 우리 집에서만 수제 버전을 맛볼 수 있었다. 찹쌀가루가 밀가루보다 많이 들어간 엄마표 호떡은 쫄깃함이 그중에서도 으뜸이라 할 수 있다. 계절 타는 붕어빵과 달리 호떡은 요즘에도 시장에 가면 쉽게 사 먹을 수 있지만 반죽이 기름을 다 먹어서 거의 투명해진 길거리 호떡은 약간 거부감이 들어 잘 안 사 먹는다.


“엄마 호떡 생각이 나더라고 갑자기.”


한 마디 했더니 출산하고 엄마 한 번 오시면 그때 해주시겠다고.

그러더니 다음 날에는 반죽을 해서 보낼까? 물어오셔서 아이고 됐어요, 뭘 그렇게까지.


이 얘기를 남편한테 하면서 ‘우리 엄마도 참!’ 웃어넘겼다.

며칠도 더 된 일인데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마실 것 사러 마트에 다녀온다던 남편은 호떡 믹스도 함께 사 와서 반죽을 만들고 숙성시켜 두었다. 그리고 내가 하는 것보다 솜씨 좋게 일정한 모양으로, 설탕소가 튀어나오지도 않게 예쁜 호떡을 부쳐냈다.


“호떡 먹고 싶다고 했잖아.”


밥 먹을 시간인데 호떡을 부친 남편이지만 내 생각해서 만들어 준 호떡, 어찌 안 먹을까.


“맛있다, 앞으로 호떡은 여보가 담당해야겠네.”


엄마에게 사진을 보냈더니 ‘신랑 잘 만났네!’ 다행스러워하시는 답장이 왔다. 앞으로도 호떡은 내가 직접 안 해도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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