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막 살 수도 있을 텐데 말이야
취중에 쓰는 글은 언제나 매력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오래된 동률님의 노래처럼 그건 '진담'일 수도 있고, 술김에 그냥 뱉어보는 말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바쁜 한 학기를 보내고 난 뒤, 본격적인 방학의 시작이지만 방학 따윈 없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느껴지는 밤이다. 남편과 저녁식사를 빙자한 술안주를 만들어 1차로 술을 마신 뒤, 알딸딸한 이 기분으로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써야겠다 싶었다.
사실 지난 8월에 와인을 한껏 마시고 써서 브런치 서랍에 고이 담아 둔 글이 하나 있다. 발행을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막상 아직까지 하지는 못하고 있는 글. 마치 부치지 못한 편지처럼, 그 글은 아직도 내 브런치 서랍 속에, 그리고 내 마음속에 짐처럼 한편에 남아있다. 그 날 나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엉엉 울었던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은 하루 종일 잠을 잤다. 넷플릭스에서 '가십 걸'이 올해 부로 서비스를 종료한다길래, 다시 한번 더 봐야지 하면서 요즘 틈틈이 보고 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TV인지 인터넷인지 문제가 있어 넷플릭스가 작동하지 않았다. '왜 나는 이렇게 쉬는 것도 마음대로 못하게 하냐!'라고 혼자 화를 내며 방에 들어가서 자고, 자고, 또 잤다.
저녁을 먹으며 남편에게 "나는 왜 이러고 살고 있을까?"라고 물었다. 왜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 거지? 대체 뭘 위해서? 아무도 이렇게 살아야 된다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내가 진짜 지금 이렇게 살고 싶은 게 맞아? 남편은 그랬다. "그냥 다 그만두고 놀아. 아무도 너한테 그렇게 하라고 한 적이 없어." 그치. 아무도 나보고 이렇게 살라고 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거지.
종종 삶이 너무 고되다는 생각이 든다. 삶은 참, 너무 길고 고되다. 이게 대체 언제 끝날지, 어떻게 끝날지 아무도 모르면서 다들 그렇게 삶을 버텨내며 살고 있다. 가끔은 행복하고, 가끔은 슬프고, 가끔은 즐겁고, 가끔은 우울하고, 질리고 지치고 답답해하면서 그렇게 매일매일 사는 것 같다. "선생님, 왜 사는지 모르겠어요."라는 말에 그냥 살아있으니까 사는 거라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도 "그러게요. 왜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야 하는 걸까요."라는 물음이 들 때가 있다.
좀 더 막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되는대로, 못하는 거 남한테 다 떠넘기고, 남 탓하고, 남의 돈 쉽게 생각하면서 그렇게 아무렇게나 그냥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누군가를 괴롭게 할지언정 나 자신은 너무 편했을 수도 있을 텐데. (위험 발언일까? ㅎㅎ) 가끔은 나는 뭐 이렇게까지 꼬장꼬장한 할머니 같이 살고 있나 싶기도 하다.
언제나 글의 마무리는 어렵다. 쓰고 싶은 글이 있는데, 마음껏 쓰지 못해 그런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며칠 뒤면 크리스마스인데, 일 년을 고스란히 빼앗긴 듯한 기분이 드는 지금의 내 마음도, 그저 내가 요즘 화가 많이 나있어서 그런가 보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