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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령아 Sep 02. 2021

넘어지는 일

어느새 나도 나이가 들었구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는 종종 넘어지고는 했었는데.. 하는.


어릴 때는 걷다가도, 뛰다가도, 계단에서도, 문턱에서도 갑자기 넘어지는 일이 가끔 있었다. 어떤 날은 피부만 까슬하게 일어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깊이 쓸려서 피가 묻어 나오기도 하고. 어떤 상처라도 일단 넘어지면 아프고, 그 상처가 다 아물 때까지 나도 모르게 그 상처 부분은 유독 몸을 사리며 지내게 되었었다. 그러다 그 상처가 다 낫고, 언제 넘어졌던 적이 있었나 싶을 때쯤이 되면 아팠던 것도 잊고, 그러다 또 넘어지고, 그런 반복이었던 것 같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언제부터 넘어지지 않게 되었지? 하고.


언젠가부터 넘어지는 일이 없었다. 실수로라도 한 번쯤 있을법한데, 이제는 그런 실수도 거의 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고, 일상에도, 세상에도 내 몸이 이미 익숙해져서 그런 게 아닌가 싶었다.


몸이 넘어져서 다치는 일은 이제 거의 없는데, 마음이 넘어져서 다치는 일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끝나지 않는 것 같다. 어쩌면 마음은 영원히 무뎌지지도, 익숙해지지도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어린 시절 넘어져서 살이 까지고 피가 났던 것처럼, 그렇게 몸이 다치는 일이 줄어드는 만큼, 오히려 마음이 다치는 일은 더 늘어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몸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 몸을 사렸던 것처럼, 마음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 마음을 닫게 된다.


언제쯤이면 넘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아니,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차라리 눈에 보이게 넘어지면 아프다는 말이라도 할 텐데. 어른이 되니 넘어지는 것이 보이지도 않아서 아프다는 말도 하기가 어렵다.


어쩌면 마음의 상처는 몸처럼 아물고 원래대로 부드럽게 피부가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점점 굳은살이 생겨서 더 단단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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