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이 일을 잘 했었지?
오늘 저녁 본 글, 나도 살면서 수많은 일잘러들을 만나왔다. 대표부터 인턴까지, 직급을 떠나 일잘러에게는 어떠한 특징이 있는지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그들은 '일을 잘 한다.'라는 결과 하나로 뭉친 사람들이었다. 어떤 사람이 일을 잘하는 지 공통점을 발견하기보다는 이러한 특성이 일을 잘 하는 것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적고 싶어 브런치를 켰다.
우선 위 글에서 하나 아쉬운 점은, 아이디어에 대한 정의였다. 나는 단어가 함부로 쓰이는 것을 극도로 불편해하는데.(이 점은 이전에 함께 일했던 대표님의 생각과 가장 잘 통하는 영역이었다.) 본래 아이디어라는 말은 '어떤 일에 대한 구상'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아이디어는 일의 뿌리 위에 있기에, 현재 상황을 유의미한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 방향이 짧게는 손해일지도 모르지만 결국 긍정적인 변화여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고. 그래서 이 문단의 핵심은 애초에 아이디어를 잘 내는 사람이란 말 자체가 이미, 제약 조건과 상황을 면밀히 판단하고 대안을 비교하며 협상한다는 말을 포괄한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내가 봤던 일잘러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1. 말을 예쁘게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말을 기분나쁘지 않게 하는 사람이었다. 누구나 기쁘고 좋은 상황에서는 말을 예쁘게 한다. 상대가 듣기 좋은 말을 할 수 밖에 없다.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의 장인은 불편한 상황에서 빛난다. 특히 회사 생활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피드백'의 현장에서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어떠한 문제나 지적도 상대가 불편하지 않게 전달하는 재능이 있었다.
그는 주로 농담이나 장난으로 사무실을 가득 채우는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피드백은 뼈가 있다고 느낄 때가 많았지만, 겉으로는 물렁한 슬라임 같았다. 동네 아저씨같은 구수한 말투로 혼내야 할 때는 "이러다가 우리 회사 다 망하겠어~ 같이 장사나 할까~" 라며 가벼운 농담을 던진다던가, "이야~ 이것만 고치면 너가 임원되겠다." 라는 식의 피드백은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지적이라기보단, 발전을 돕기 위한 장치들로 여겨졌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인데 그의 호흡과 위트있는 표정, 조금은 가벼운 말투까지 모든 것이 피드백을 잘 하기 위한 비언어적 장치였다. 언젠가 함께 한 술자리에서 그는 사회 초년생 시절 엄격한 가르침 속에서 자라났고, 그때마다 기분이 나빠서 어떤 피드백도 듣지 않았다고 했다. 흔히 있는 사회 초년생의 단절 사례 속에서도 그는 남다른 생각을 했다. '왜 혼내는 거지? 선배들이 원하는 게 그저 소리치는 것일까?'
그때 이후로 그는 '피드백'이라는 행위에 집착하기보단, '개선'이라는 결과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래서 다채로운 방법을 사용할 수 있었고, 흔히 말하는 아름다운 과정을 달성할 수 있었다. '결과'에 집중해서 아름다운 과정을 선택하게 된 아이러니, 그 사람에게 내가 배운 일잘러의 결과주의였다.
2. 지식 수준에 대해 고려한다.
몇 번 안되는 봉사활동 경험에서 배운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소통을 위한 사전 지식 파악인데, 봉사단에서 만난 그녀는 차가운 표정과 말투를 지닌 사람이었지만, 누구도 그녀를 불편해하거나 어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항상 명확해서 좋아'라던가, '친절해'라는 식의 평판이 더 많았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친절함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차갑고 단촐한 말투 속에서 어떤 친절함이 나온 것인지 나는 궁금했다.
그녀의 진가는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발휘되었다. "칼을 들고, 드르륵 꺼내서. 페트병의 세모부분이 끝나는 곳에서부터 잘라볼까요?" 어항 만들기 실습을 진행할 때 그녀가 한 말이었다. 칼을 들고 꺼내야 자를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초등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드르륵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리고 페트병의 상단부를 세모 부분이 끝나는 부분이라고 이야기했다. 보통의 경우 칼을 사용하는 수업이기에 부상의 위험이 많았는데, 그녀의 명확한 설명 덕분에 아이들의 시선은 페트병을 자르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부상자 없이 실습이 진행되었다.
그녀를 보고, 리처드 파인만의 강연 내용이 떠올랐다. 명확한 답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지식 수준을 고려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최근 개발에 대해 어깨 너머로 배우고 있는데, 이 덕분에 조금 더 편히 개발자들과 협업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지식의 폭이 넓어질수록 오히려 유리해지는 것은 나였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 공부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아가게 되는 것 같다.
정리하고 보니, 결국 일은 커뮤니케이션이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會(모일 회) 한자를 쓰는 회사이기에, 회사에서 하는 모든 것들은 결국 소통이라는 것. 소통을 잘 하는 사람들이 일을 잘 하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소통이란 것이 단순히 경청하고 말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정보를 수집하고 그에 맞는 대응을 하는 것에 가깝다. 그러니까 위 사진에서 나온 표현들도 사실은 상황을 판단하기 위한 상황과의 소통 능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문제와의 소통 능력, 다자 설득을 위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능력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