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이 보관의 문화를 바꾼다. 농업도 유통과 보관의 역학 관계 알아야.
1. 이번 주말에 밀양에 계신 부모님 댁에 다녀왔는데요. 멀리에서 자식들이 왔다고 올해 수확한 작물들을 한가득 실어 주십니다. 훈훈한 이야기가 되려면 감사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돌아왔다가 맞겠지만 사실 농작물을 받을 때 고마움과 함께 부담이 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은 보관을 잘하지 못해 버리기 십상이거든요.
2. 한양대 차경진 교수는 어느 강연에서 자기 집 ‘냉장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 시작은 바로 우리에게 알려진 ‘새벽 배송’, ‘로켓 배송’ 등 속도에 기반한 배송 문화(?) 때문인데요. 오늘 저녁에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신선 식품이며, 산지의 식재료들이 어김없이 문 앞에 도착해 있기 때문이죠.
3. 그뿐인가요. B2C 형태의 GS25, C2C 기반 배달 플랫폼 등도 30분 이내에 신선 식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렇다 보니, 하루 종일 전기를 소비하면서, 집안 한편을 차지고 있는 '냉장고의 효용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죠.
4. 넓게는 유통이 보관의 문화를 바꾸고 있는 셈입니다. 농업이라고 예외이지 않을 겁니다. 부모님 댁을 다올 때마다 늘 마음이 무겁습니다. 스마트화된 농업(農業) 시대라고 하지만, 부모님을 비롯한 대다수의 1 가구 농사꾼들은 여전히 노동력만으로 농사(農事)를 짓고 있기 때문이죠.
5. 상황이 이러니 앞서 유통이니 보관이니 하는 것은 너무 먼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 농촌이라는 지엽적 문제가 아니라, 토지와 스마트 그리고 브랜드라는 키워드를 엮는 비즈니스로 근본적인 시스템을 바꾸고 싶다는 오래 전의 생각을 다시 꺼내 보게 됩니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