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야민(Walter Benjamin)은 이렇게 말한다.
"파괴적 성격은 인생이 살 가치가 있다는 감정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살이 굳이 수고를 들일 만한 일이 아니라는 감정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죽을 것이다. 죽음으로 연결되지 않는 삶이란 없다. 그러므로 삶은 허무하다. 그러나 우리가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특정한 상황에 부딪쳤을 때다. 괴로운 일을 당했을 때, 너무 슬픈 일을 겪었을 때, 자신이 해내기 어려운 일 앞에서, 해도 소용없을 것 같은 일 앞에서 허무와 자살충동을 느낀다. 이것은 지금의 상황을 모면하거나 포기하기 위해서 하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진정으로 허무를 느끼는 사람은 죽음으로 도망치지 않는다. 왜냐하면 죽음조차 허무의 한 부분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하여 진정으로 허무한 사람은 결코 자살하지 않는다. 삶은 자살과 같은 수고를 들일 만큼 가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오는 날, 심난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