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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일학년담임 Jun 18. 2024

어른을 때리는 아이의 이면

버릇없는 아이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






요즘 육아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덕분에 아이 양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늘어나는 것 같은데 교실에서 만나는 학부모님 중 아이 훈육이 어렵다고 호소하는 분은 갈수록 많아지는 느낌입니다. 이런 학부모와 상담하다 보면 비슷한 패턴의 대화를 하게 됩니다.


학부모 : 어제는 준혁이가 친구랑 편의점 간다고 돈을 달라길래 안 준다고 했더니 옆에 있는 동생을 발로 차더라고요. 제가 보고 있는데도요.


나 : 아이고, 준혁이가 그랬다고요?


학부모 : 저 보라고 일부러 그런 것 같아요. (한숨을 쉬며) 갈수록 말을 안 듣고 거칠어지는데 어떡하면 좋을까요?


나 : 엄마 앞에서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건 엄마를 위협하겠다는 신호입니다. 엄마를 굴복시켜 돈을 받아 내려는 거지요. 동생을 생각해서라도 그대로 두시면 안 될 것 같은데, 어떻게 하셨나요?


학부모 : 막 혼내줬죠. 등짝도 때리고. 다음에 또 그러면 정말 가만 안 둔다고.


나 : 준혁이 반응은 어떻던가요?


학부모 : 맞을 때는 무서워하는데... 지 방으로 들어가면서 문을 주먹으로 치더라고요.


나 : 방에서 뭐 했을까요?


학부모 : 핸드폰 게임 했을 거예요.


나 : 만약에 그 상황에서 준혁이더러 방에서 나와 엄마랑 대화하자고 하신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학부모 : 방에서 나오지도 않을 걸요. 제 말을 무시하거든요.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너무 힘드네요. 준혁이가 사춘기가 일찍 오는 것 같아요.


나 : 준혁이의 지금 행동이 사춘기 때문 만은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엄마의 통제가 먹히지 않는 듯합니다.


학부모 : 준혁이 아빠도 사춘기를 심하게 겪었다 그러더라고요. 몇 년만 지나면 정신 차릴 거라는데. 근데 벌써부터 이러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 : 안타깝지만, 때가 되어 저절로 정신 차리는 아이는 없습니다. 준혁이를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훈육을 하셔야 해요. 아빠가 훈육에 참여하시면 어떨까요?


학부모 : 아빠가 좀 욱하는 편이거든요. 한 번 혼내면 아이를 잡다 놓아서 말하기가 좀 그래요.


나 : 준혁이 생각을 하셔서 지금껏 혼자 해결해 오셨겠습니다만 이 상황을 그대로 두시면 걱정하시는 일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학부모 : 이제 와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준혁이가 저렇게 빨리 변할 줄은 저도 몰랐거든요. 작년만 해도 안 그랬는데 친구들을 잘 못 만났는지 이상한 애들한테 카톡이 오는데 선생님이 좀 막아주시면 안 될까요? 이대로 나빠질까 봐 저 너무 걱정돼요, 선생님.


나 : 지금 걱정하시는 마음을 준혁이에게 전달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학부모 : 네, 그러고 싶어요. 더 나빠지기 전에...


나 : 그러시려면 먼저 준혁이가 엄마 앞에 마주 앉는 것부터 시작하셔야 합니다.



학교에는 늘 크고 작은 사건이 넘칩니다. 가끔은 뉴스에도 나오지요. 지난 연휴(6월 6일)에도 그랬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남학생이 무단 조퇴를 말리는 교감 선생님의 뺨을 때렸다지요. 그뿐 아니라 욕을 하고 기물을 던졌다는군요. 이 장면은 누군가에게 촬영되어 고스란히 공개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도대체 부모가 누구냐, 애가 저렇게 망가지도록 뭐 했냐는 비난 댓글도 달렸습니다.


사실 저는 다른 사람들만큼 놀라지 않았습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요즘 학교에서 이런 사건은 꾸준히 있거든요. 제가 교사인 걸 아는 사람들이 저를 볼 때마다 뉴스 이야기를 하더군요. 선생으로 먹고살기 힘들겠다며, 아이의 잘못된 인성을 한탄하고 가정에서 제대로 교육하지 않는 학부모에 대해 비난하는 건 뉴스에 달린 댓글과 비슷했습니다. 일부러 제 편을 들어주려고 그렇게 이야기해 주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우선 당사자들을 비난합니다. 아이를 그렇게 만든 환경에 대해 돌아보자는 의견은 거의 없거나 간혹 있어도 금세 묻히고 말지요. 뉴스 속 아이의 학부모를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비슷한 아이들과 학부모를 종종(?) 만나는 경험을 바탕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 적어봅니다.


알려진 사건의 개요는 이러합니다. (2024. 6.10일 현재)


- 3학년 교실에서 아이가 친구들에게 욕을 했다.

- 담임교사가 말리자, 교사를 때렸다.

- 교사가 사과하라고 하자 아이가 거부하고(알겠으니까 조용히 좀 하세요!) 엄마에게 이르겠다고 전화를 걸었다.

- 잠시 후, 아이가 집에 가겠다고 가방을 챙겨 교실을 나갔다.

- 담임이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교감까지 나와 말렸다.

- 아이가 교감에게 욕하며 뺨을 여러 차례 때리고 침을 뱉은 뒤 집으로 갔다.

- 학부모가 항의하며 담임을 욕하고 폭행한 뒤 아동 학대로 신고했다.

- 학생은 다른 학교에서도 비슷한 사건을 일으켜 일곱 차례 전학을 왔다.

- 같은 반 학부모들이 수업 방해 및 괴롭힘을 호소하며 아이를 분리해 줄 것을 요구했다.

- 학교는 학생을 치료하고자 했으나 학부모의 거부로 못 했다고 밝혔다.

- 담임교사와 학교는 교권 침해로 교육청에 신고했다.

- 학교 측은 아이에게 출석 정지 10일 통보했다.

- 출석 정지 기간에 아이는 남의 자전거를 훔쳐 타다가 경찰에 인계되었다.

- 이 과정에서 아이 얼굴에 상처가 발견되었는데 엄마에게 맞았으며 밥을 못 먹었다고 증언했다.

- 관할 교육 지원청은 아이 엄마를 아동 학대로 신고했다.


이 뉴스에 대한 댓글은 대체로 이런 내용이더군요.


- 담임과 아이들은 무슨 죄? 저런 아이는 치료 시설에 격리해야 한다.

- 내 새끼 귀하다고 오냐오냐 키워서 생긴 일.

- 교사가 아이한테 맞다니! 예전처럼 사랑의 매가 필요하다.

- 이게 다 학생 인권을 너무 키워 생긴 일! 아이들은 엄하게 키워야 한다.



<엄마도 어쩔 수 없는 아이>, <아이를 다루기 힘들어하는 엄마>

아이는 부모 책임이라지만, 부모도 어쩌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고학년만 되어도 부모, 특히 엄마는 힘으로 이기잖아요. 욕하고 때리는(때리지는 않지만 방문을 주먹으로 치거나 물건을 던지는 걸로 위협하는) 아이가 정말 있거든요.


이런 아이는 학교에서도 문제 행동을 보이게 마련이지요. 그러다 보니 부모님과 상담할 일도 많습니다. 가끔은 피해 아이와 학교를 비난하며 자기 아이를 감싸는 학부모도 만나지만, 대부분 학부모는 진심으로 미안해하며 괴로워합니다. 자기도 잘 키워보고 싶은데 아이가 계속 문제를 일으키니 괴로운 거지요. 학부모에게 아이가 조금이라도 더 어릴 때 정서적으로 소통하면서 잘못을 했을 땐 단호하게 훈육해서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을 하지만, 대화를 하려 해도 아이가 엄마랑 마주 앉지 않는데 어떡하냐는 거지요. 어릴 땐 힘으로 제압하면 말을 들었지만, 덩치 큰 다음부턴 힘도 안 통하니 그냥 둘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부모가 애를 못 이기면 어떡해. 두들겨 패서라도 버릇을 고쳐야지!'


주로 아빠들이 이런 말씀을 하시지요. 아이들이 아빠를 더 무서워하니 이 방법이 통하셨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찌 보면 운이 좋은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로 굴복할 정도로 순한 아이를 낳으셨으니까요. 하지만 어떤 아이는 학대 수준으로 심한 체벌, 예를 들어 종아리를 때려도 행동 수정이 어려운 아이가 있습니다. 흔히 품행 장애로 분류되는 아이들이지요.


이런 아이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그렇게 태어나기도 하고 환경이 이를 강화시킨다는 게 정설입니다. 몇 해 전 담임했던 아이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둘째 아이였는데, 태어날 때부터 감각이 예민하더래요. 이런 아이는 더 자주 울지요. 참을성도 부족할 가능성이 높겠네요. 해달라는 것도 많아서 한 번 조르기 시작하면 해줄 때까지 밥도 안 먹고 데굴데굴 구르며 조르더래요. 이런 아이들은 차근차근 말하는 게 어렵지요. 징징대는 게 일상일 겁니다.


첫째 아이는 순해서 힘이 안 들었는데 이런 아이를 상대해야 하니 엄마로서는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떼쓸 일은 늘게 마련이잖아요. 어지간해서는 엄마가 안 들어준다는 것도 알 테니 더 세게 나가겠네요. 욕을 하거나 물건을 던져서 엄마를 위협하는 거지요. 처음 몇 번은 아이를 호되게 야단쳤겠지요.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어떻게 될까요? 이런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힘지요. 보통 아이도 이 시기는 육아가 힘든데 폭력적이고 고집 센 아이를 키우려니 진이 빠지지요. 실랑이를 벌이다 아이가 동생을 때리거나 방문을 주먹으로 치면 겁이 납니다. 차라리 아이 요구를 들어주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대요. 자포자기 심정이 된 거지요. 결국 아이가 이겼습니다.


가정에서 엄마를 통제할 수 있게 된 아이는 학교에서도 이렇게 하면 되겠다고 생각하겠지요. 그런데 학교는 가정과 달리 규칙도 많고 상대해야 할 사람이 많잖아요. 친구들의 항의와 교사의 제지를 만날 수밖에요. 하지만 아이가 그동안 배운 해결 방법이 폭력적인 방법이니 문제네요. 아이가 어렸을 때, 엄마가 양육에 조금 더 신경 써서 아이의 감정 조절을 도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더 나아가 아이의 폭력성과 행동에 대해 전문가의 조언을 얻어 치료할 수 있었다면요. 그랬다면 뉴스에 나오는 대신 친구들과 즐겁게 학교 다니고 있을 텐데요. 안타깝게도 뉴스 속 아이는 그런 기회를 얻지 못했나 봅니다. 3학년이면 이제 겨우 여덟, 아홉 해 살았을 뿐이잖아요. 나중에 아이가 자라 자기에 대한 댓글을 본다면 마음이 어떨까요.


뉴스 속 부모는 어쩌다 아이를 그 지경까지 가게 만들었을까요? 일부러 못된 아이로 키우는 부모는 없을 텐데, 어떤 사정이 있었을까요? 부모가 너무 바빠 아이를 교육할 여유가 없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부모를 비난할 게 아니라 육아에 집중하기 어려운 워킹맘의 근로 조건을 탓해야지요. 바빠도 그렇지, 아이가 학교에서 뭐 하는지도 모르는 부모가 어디 있냐는 댓글이 있던데, 키우기 힘든 아이가 정말 있습니다. 거저 키운다는 말이 어울리게 순한 아이도 있지만, 부모가 애를 써도 안 되는 아이 말이지요. 제  학부모도 그런 경우였지요. 아빠는 다른 지방에서 일하다 주말에 오고 엄마도 직장에 나가야 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맞벌이 부모가 육아에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잖아요. 양육에 더 신경 쓰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형편이라면, 어디까지 부모 책임일까요?


안타까운 건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아이 엄마에게 비난이 몰린다는 겁니다. 뉴스나 댓글에도 아빠에 대한 내용은 거의 등장하지 않지요. 아이 교육은 엄마 몫이라는 인식이 아직 남아 있나 봅니다. 하지만 폭력성을 띄는 3학년 남자아이를 엄마가 어떻게 막나요? 훈육을 하려면 일단 엄마 앞에 와서 얌전히 앉아 잔소리를 듣게 해야 하는데, 이런 아이가 엄마 말을 듣나요? 순하고 여린 품성의 아이라면 모를까, 남자아이 훈육은 엄마 혼자 힘듭니다.



뉴스 속 학부모에게 학교의 도움을 거부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학교에는 치밀한 교육 과정과 교사라는 전문가 집단이 있으니까요. 요즘 학교는 이런 아이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학생 정서 행동 검사, 위클래스 등 상담 교사)을 살피는 환경도 제법 갖추었지요. 보통은 담임이 아이를 관찰하고 도움이 필요하다 싶으면 학부모에게 연락해서 치료를 위한 동의를 얻는데, 동의를 얻어야 검사를 할 수 있거든요. 현장에서 보면, 대부분 학부모가 기꺼이 동의하고 적극 협조합니다. 내 자식의 문제 행동을 알아서 고쳐주겠다는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그런데 뉴스 속 학부모는 왜 거부했을까요? 아이는 학교 입학 후 지금까지 계속 문제 행동을 일으켰고, 그 결과 여러 차례 강제 전학까지 해야 했잖아요. 그건 학부모로서 꽤 피곤한 일인데 말이지요.


그깟 치료가 무슨 효과가 있겠어?

치료 효과에 대해 잘 몰라서 동의를 미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담임하는 학부모들도 비슷하시거든요. 예를 들어 아이가 집중을 어려워하고 충동적인 모습을 보여서 adhd 검사를 권하면 깜짝 놀라시는 학부모가 있어요. 저는 그동안 adhd 아이를 담임해 왔기 때문에 아이가 치료를 시작했을 때 담임의 역할을 잘 알고 있거든요. 이왕이면 제가 담임하는 동안 치료를 하면 효과가 훨씬 높겠지요. 그래서 검사를 권하는데 담임이 내 아이를 문제아로 찍었다고 생각해서 화를 낼 수 있지요. 그럴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학부모 세대가 초등학생일 때 치료 경험이 거의 없으니까요. 그동안 신경 정신과 영역의 치료 방법이 다양해졌고, 성공률이 높아졌다는 걸 모르면 선뜻 검사하기가 꺼려지지요.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 저절로 착한 아이로 바뀌어 올 거라고 생각하거나 심지어 학교에 보냈으면 알아서 잘 가르쳐야지 왜 자꾸 부모에게 전화하냐고 화내는 학부모도 가끔 있습니다. 학교에 보내는 이상 아이는 교사 책임이라는 거지요. 그렇게 생각했더라도, 학교에 적극적인 협조를 하시면 좋겠습니다. 맡기고 모른 척하는 것보다는 같이 치료하면 이전보다 좋아질 테니까요. 아이 처지에서도 좋은 일이지요. 나쁜 아이로 살 땐 주변이 모두 자기를 미워했지만, 착한 아이가 되는 순간부터 친구들과 가까워지고 선생님도 좋아질 테니까요. 무엇보다 아이가 지금처럼 분노를 앞세워 날을 세우고 세상과 싸우느라 기운을 안 써도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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