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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헤라자데 Aug 01. 2020

햇병아리 예비 간호조무사의 이야기 9

벌렁벌렁 뛰는 심장과 손에 땀을 쥐는 실습 첫날

드디어 올해 1월말 실습이 시작되었다. 아침 8시 반까지 지정된 실습 요양병원으로 갔다. 그 전날 준비물들을 다 가방에 챙겨넣고도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아침이 되어서도 심장이 벌렁벌렁 뛰고 손에 살짝 땀이 나는 긴장감 때문에 아침을 먹어도 즐겁게 먹지는 못했다. 그래도 부모님 앞에서는 명랑한 척(?)을 했지만 부모님은 걱정스러운 표정이셨다.

왜냐하면 부모님으로서는 물가에 아이를 내 놓은 심정이셨기 때문이었다. 내 나이 마흔이 되어서도 결혼도 아직 안해 , 번듯한 직장에 다니길 하나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는 야무지지 못한 딸래미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인식을 뒤집기 위해서라도 실습을 무사히 잘 마치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걱정이 가장 많이 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ㅠㅠ


아침 8시반까지 실습 병원1층 본관에 도착했다. 걸어서 5분 거리였기에 정말 숨고르고 있을 때 도착해 있었다. 

본관 로비의자에 앉아서 대기하고 있는데 정장을 입은 어떤 중년의 여성분이 나에게 걸어 오셨다.

' 아 이제 시작인가?'라는 떨림과 함께 역시 내 짐작이 맞았다. 상당히 걸걸한 목소리로 그 중년의 여성분이 나에게 질문을 했다. " 00간호학원에서 실습생으로 온 세헤라자데 학생 맞죠?" " 네 맞습니다. 안녕하세요 ?" " 응 반가워요. 난 간호 부장인데 이리 따라와요 ." 하면서 성큼 성큼 앞장서서 걸어나갔다. 

나는 가방을 둘러메고 서둘러 간호부장님의 뒤를 따라갔다. 병원 인테리어 구경을 자세히 할 겨를도 없었다. 2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문이 열렸다. 2층에서 둘이 내렸는데 아 여기가 병원이 맞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유의 병원 냄새가 났다. 갑자기 간호 부장님이 뒤를 돌아 물어 보셨다.

" 세헤라자데 학생 , 두가지 선택지가 있는데 말이에요. 중환자실로 가볼거야 아니면 환자들 많은 병동으로 갈거야. 선택해 봐요."

나는 문득 학원 원장님이 중환자실로 가면 배울 것이 많을 것이라고 하셨던 말이 떠올랐지만... 솔직히 그 순간에 중환자실로 혼자 간다는 것이 너무 두려웠다. 꼭 죽은 환자들을 볼 것 같고 .왠지 내가 실수하면 더더욱 안 될 것 같고 ...어쩌구 저쩌구..

" 네 병동으로 가겠습니다." 이렇게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 맥이 좀 풀렸다. 아 나는 강한 인간은 못되는 구나. 여기서도 한발 물러서는구나 세헤라자데. ....좀 나 자신에게 실망했지만 중환자실이 두려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우리 언니는 대학병원에서 20대때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로 근무도 했었는데... 

간호부장님이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2층 한 병동으로 나를 데려가셨다. 거기서 간호사 데스크를 지키고 있는 간호사 , 간호조무사 선생님들을 볼 수 있었다. 수간호사님을 비롯해 정신없이 선생님들께 첫 인사를 드리고 탈의실에서 실습 복장으로 갈아입고 머리망을 하고 나왔다. 자 이제 시작이다. 

병동 데스크 뒤쪽으로 처치실이 있었는데 거기서 또 한무리의 먼저 온 실습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나보다는 어려 보였는데 다들 능숙한 표정들이었고 나만 소심하게 의자에 얌전히 앉았다. 

갑자기 9시 10분전에 나에게 첫 임무이자 주구장창 실습 끝날 때까지 하게 될 임무가 떨어졌다. 바로 바이탈을 재고 올 것.!!!!  숨 고를 새도 없이 병동 환자들의 바이탈을 재야했다. 나중에 보니 대략 이 병동의 환자들은 70명 정도가 되었다. 환자들 바이탈 명단을 받고 자동 혈압기 두대 챙기고 고막 체온계 챙기고 등등 한 실습생이랑 같이 바이탈을 재게 되었다. 그 실습생은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자기 엄마가 나랑 나이가 같다고 고백하더라는 ... ㅎㅎㅎㅎ 웃픈 현실이었다. 내가 일찍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다면 그만한 딸램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하여간 병동으로 바로 투입!!!되어서 바이탈을 재기 시작했다. 병실은 총 16개 였다. 첫날은 솔직히 그런게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먼저 어린 학생이 나에게 바이탈 재는 법을 시범을 보이면서 가르쳐 주었다. 첫날 SPO2도 처음 재 봤다. 바이탈을 재면서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내가 바이탈을 재면서 옆을 보면 어린 학생은 벌써 일을 다 끝내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할머니들과 할아버지들이 계셨는데 이름을 외울 새도 없었다. 그것은 나중에 천천히 하면 된다고 했다. -그 말이 맞았다. 시간이 걸리는 일도 있다. - 

바이탈을 두명이서 다 재고 돌아오니 갑자기 나에게 심부름이 떨어졌다. 

간호사 선생님 한분이 " 학생 !!! 약국에 가서 쏼라쏼라 약좀 타와요. " 

나는 잘 못알아듣고 " 네 ? 무슨 약이요 ?" 

" 아 쏼라 쏼라 약!" 

도대체 뭔 소린지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또 약국은 어디 있는데 ?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어쩔 수 없지만. 첫날은 그렇게 정신없이 지나갔고 긴장하면서 심장이 벌렁벌렁하면서 시간이 갔다. 

첫날 오후 5시반이 되어 첫날 실습이 끝났다. 아...옷을 다시 갈아입으면서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병원문을 나서면서 바깥 공기를 마시는 순간 살 것 같았다. 아... 심신이 고단했다. 내가 정말 이 실습을 잘해낼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과 함께... 그렇게 첫날은 끝이 났다. 그리고 그게 실습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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