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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헤라자데 Oct 17. 2020

햇병아리 예비 간호조무사의 이야기13

실습 끝!!! 한고비를 넘기다. 

초여름이 되었다. 드디어 실습 마지막 날이 왔다. 그날도 변함없이 병동에서 하루의 일과를 시작했다. 한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 학생이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이상하네" 그 말을 들으니 담담하던 나도 감정의 일렁거림이 있었다. 

오전 바이탈 돌고 드레싱 보조하고 드레싱 세트 설거지하고 등등... 가장 나이 많으셨던 간호조무사 선생님이 오늘 학생이 가는 날인데 뭘 준비를 못했다고 미안해 하셨다. 그 마음만으로도 나는 족했기에 더 바랄 것이 없었다. 

병원은 바쁘다. 선생님들은 하실 일들이 많으시다. 4달 반동안 보면서 느낀 것은 어찌되었건 선생님들이 환자들을 위해서 많이 애쓰신다는 것이다. 무급 봉사는 아니지만 3교대 일을 하시면서 다들 최선을 다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와중에서 보람도 느끼고 성취도 느끼시는 것이다. 더더군다나 실습당시에는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조심해야 할 때였다. 나는 병원이 돌아가는 것을 잠시나마 맛보고 가는 것이다. 좋은 추억만 갖고 가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밖에서 봤을 때는 병원은 조용하지만 그 속에서 이렇게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지 나는 미처 몰랐었다. 나도 언젠가는 그 선생님들처럼 병원의 한부분을 담당하며 일하게 되리라.

미리 실습 이수서와 실습 평가지를 제출해서 병원 직인을 받아야 했다. 1층으로 내려가 간호부장님과 간호과장님께 인사드리기 전 서류를 제출했다. 780시간의 실습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나는 잠깐 1층 로비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간호부장님과 과장님께서 실습 시간 확인과 직인을 찍어주셨다. 또한 간호과장님께서 실습 평가지 점수를 매겨주셨고 평가란에 나에 대한 간단한 평가도 적어주셨다. 

나중에 평가지를 슬쩍 읽어보았는데 좋은 부분을 많이 적어주신 것을 알고 마음이 살짝 울컥했다. 그것으로 되었다. 더이상 서러울 것도 참아야 할 것도 없었다. 이 병원에서 많은 것을 배웠기에 감사할 뿐이었다. 


다시 서류를 들고 2층 병동으로 올라가 가방을 챙겼다. 사복으로 갈아입고 나오자 선생님들이 나를 쳐다보셨다. 수간호사님과 다른 간호사 선생님 간호조무사 선생님들께서 그 동안 수고 많이 했다고 , 꼭 시험에 합격하라고, 그리고 인연이 되면 다시 만나자고 하셨다. 나는 모든 분들께 인사드리고 조용히 병원을 나섰다. 다른 환자분들과 요양보호사님들께는 인사를 못드렸지만 마음 속으로는 잘 계시라고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다시 1층으로 내려오자 우리 병동은 아니었지만 항상 드레싱 세트 소독할 때 같이 소독하고 갖다드리면서 마주쳤던 간호조무사 선생님 한분이 오셔서 내 손을 잡았다. 그러면서 
 " 꼭 좋은 간호조무사 선생님 되세요. 그리고 기회가 되면 꼭 간호대 가셔서 간호사도 되세요. 그동안 고마웠어요 ."라고 말씀하셨다.

누가 나에게 이렇게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신단 말인가. 다시한번 감사를 드렸다. 

긴장하면서 병원을 들어섰던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웃으면서 나올 수 있었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드디어 병원 문을 나섰다. 안녕히 계세요. 저는 좋은 추억만 갖고 갑니다. 감사했습니다 !!! 780시간의 실습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집으로 오자 부모님이 수고했다고 좋아하셨다. 한고비를 넘긴 느낌이었다. 그러면서도 뭔가 이상했다. 이렇게 쉬어도 되는 것일까? 지금 이시간이면 물품 타러가고 정리도 하고 그래야 할 시간인데. 등등 몸은 집에 있는데 마음은 병원 스케줄을 쫒아가고 있었다. 

아직 실습이 끝난 것 같다는 느낌이 안들었다. 하... 


오후 늦게 간호학원으로 가서 서류를 제출했다. 내가 갖고 있다가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안될 것 같아 미리 제출했다. 나는 국비가 아니라 자비였기에 실습 스케줄을 주 6일로 조정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우리 동기들 중에서는 제일 먼저 실습을 끝내게 되었다. 학원팀장님은 서류를 꼼꼼히 보시더니 수고 하셨다고 했다.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눈은 웃고 계셨다. 인사를 드리고 간호학원을 나오면서 나는 다시 멀뚱해졌다. 아직 학원 개강까지 몇주가 남았는데 나는 뭘하지? 다시금 병원 생각이 났다. 시원하면서도 후련 섭섭했다. 


그래 인연이 닿으면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에도 합격하고 나중에는 나도 베테랑 선생님이 되어야지.그런 다짐을 하며 실습 마지막 날을 마무리지었다. 그동안 고생한 나에게 진심으로 많이 칭찬해주었다. 세헤라자데 잘했어!!!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잘해냈어!!!진심으로 나는 나 스스로에게 감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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