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헤라자데 Mar 04. 2023

만학도 간호대생 이야기 6

와~~3학년이다~~~ 이제 실습이닷!!! ㅠㅠ

글을 안 쓴지 너무 오래 된 것 같다. 2-2학기는 나이팅게일 선서식 등 감동적인 행사도 있었지만 11월에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느라 간호대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결석도 하는 등 많은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개인과제도 있었지만 팀플 과제도 있어서 구성원들과 함께하는 것이 즐거움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다른 구성원들과의 화합과 조화를 이루어나가면서 의견 조율을 하고 과제를 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긴 했다. 하지만 갈등에 봉착할 때도 있었고 불협화음이 날 때도 있어서 이것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고민할 때도 많았고 스트레스 받을 때도 많았다. 

분명 각자의 개성들이 있고 장단점이 있는데 내가 20대 때 했었던 방식과 40대가 되어 20대 현역들과 같이 무언가를 결과물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그것도 점수와 직결되는 부분이라 굉장히 민감했다. 발표가 끝나는 순간 아니 교수님들의 피드백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몇번이고 수정과 수정을 거듭하고 구성원들 사이에 혹여나 갈등이 심하게 번질까봐 노심초사할 때도 있었다. 내가 조장이었을 때 그 때는 내가 내 능력에 대해서 의구심이 들었었고 회의감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흐른다. 물론 더 잘했어야 했다는 후회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일본의 괴짜 부자이신 사이토 히토리씨의 책을 보면 인간은 78 점이 완성점수이고 절대 100은 될 수 없다고 나온다. 22점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다. 왠지 그 글을 읽으면서 위안을 얻었는데 "그래 내가 100점짜리 능력은 아니지만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2-2학기에는 스터디 그룹에도 참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혼자서는 도저히 못할 것만 같아 두려웠고 지쳐 있을 때였다. 스터디 그룹도 만학도들로 이루어졌는데 4-6명 정도로 이루어졌다. 그 스터디 그룹을 참가하면서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느낀것은

1. 한사람에게만 짐을 짊어지게 하면 안된다.즉 유능한 한 사람에게만 빨대를 꽂지 말라는 것.

2.내가 뭔가를 얻었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나는 베풀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

3.내가 항상 강조하는 뒷담화 절대 금지.

4.시간, 어디까지 공부해 오고 등등의 약속들을 반드시 지킬것. 

5.이 스터디 팀원들과 같이 끝까지 손잡고 졸업후에도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서로 될 것 .

등등이었다. 


2-2기는 힘들기도 했고 지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학교 공모전에 참가해서 1등도 해보고 상금도 타보고 총장님과 수상식 사진을 찍는 등 그런 좋은 일도 있었다. 

또 나는 태블릿이 없어서  강의록을 항상 프린트물로 출력을 해 갔는데 오빠가 자신의 비자금(??)을 털어서 하나 마련해 주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가난한 만학도라 항상 돈에 쪼들렸는데 그래도 가족들이 응원과 지지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나에겐는 매번이 두려웠고....실습도 두려웠다. 정맥주사 술기평가 볼 때는 점수가 와장창....했다. 정신없이 스텝이 꼬이더니 최하점을 맞는 등....ㅠㅠ 그 다음 방학때 실습 입문때는 독하게 마음먹고 프로토콜 다 외우고 정맥 주사술기 평가를 다시 봤더니 훨씬 나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정말 술기에서 점수가 와장창 되어버리면 "과연 내가 간호사가 되는 것이 맞는 길일까"라는 근본적인 회의감이 들기 때문에...

더더군다나 만학도로서 뭔가 잘해야 한다는 부담은 항상 있었다. 차라리 그런 마음을 내려놓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라는 생각으로 임했다면 더 결과가 좋았을 지도 모르겠다. 


3학년이 되었고 당장 다음주부터 병원 실습을 나간다. 다들 "긴장돼. 떨려. 스트레스 받아 "등등 여러가지로 심적 압박감을 호소한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혹시나 하여 병원건물 잘 못찾아 당일날 버벅댈까 두려워 오늘 오전에 혼자 현장 답사를 다녀왔다. 

실습이 시작되면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겠지. 흠.... 하지만 잘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ㅠㅠ. 비록 학생 간호사로서 미흡하지만 하나씩 하나씩 준비하고 배워 나가는 과정은 나에게는 정말 필요한 것이기에..... 간호사가 되기 위한 담금질이다. 


확실히 기억력은 좋지 않다. 하지만 꺾이지 않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 친구가 말했다 " 실패는 할 수도 있지. 그러나 노력을 해 볼만큼 해 보지도 않고 포기를 하는 건 정말 용서할 수 없어!"라고. 그 당시에는 뼈때리는 말을 들으면서 자괴감도 들었지만 조금만 냉철히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다. 해 보지도 않고 난 안돼 라고 한계를 그어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나는 어려움이 있으면 회피형 인간이었다. 정면 돌파를 하지 않는 ...그런 회피를 하고 도망을 치다가 덜미가 잡히면 할 수 없이 하는 스타일인데....그런 버릇 이제 꺼져라.... 

하늘을 보면서 그래 저 하늘에는 한계가 없어. 나도 그런 사람이 될거야라고 생각해 본다. 만 42세의 나이에 지금 이 순간 대학을 다니고 어려운 간호사의 길을 가고 있는데 여기까지 온 것도 감사하지만 앞으로도 얼마나 감사할 일들이 밀려들어올까 생각한다. 


나는 보다 나은 인간이 되어 가고 있고....그런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에  다시 한번더 용기를 내어 잘 헤쳐나갔으면 좋겠다. 이렇게 다부진 생각을 함과 동시에....


모레부터 시작되는 병원실습....무서버...ㅠㅠㅠ ㅋㅋㅋㅋㅋ. 라는 솔직한 인간적인 나의 느낌도 적어본다. 

세헤라자데 홧튕 !!!!!!

작가의 이전글 만학도 간호대생 이야기 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