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헤라자데 Feb 26. 2024

만학도 간호대생 이야기 10

내가 4학년이라니...내가 4학년이라니!!!!

우와 ! 내가 이제 며칠만 있으면 4학년인데 보니까 한학기를 쑴벙 글을 쓰지 않고 건너뛴 것을 알게 되었다. 쓴다고 쓴다고 했던 것을 다음에 다음에 했던 것이 3-2학기를 건너뛴 것이다....ㅠㅠ

3-2학기는 흔히 삼학년이 아니라 사망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등학교 시간표는 저리가라이고.... 여성과 정신은 시뮬레이션이라고 해서 그때그때 팀을 랜덤으로 짜서 직접 사례에 맞게 간호를 해 보는 것이다. 5시간으로 잡아져 있지만 대부분 4시간 정도에서 끝나곤 했다. 정신은 그나마 나랑 잘 맞았는데 여성은 ㅠㅠㅠㅠ. 너무 힘들어서 울고 싶었다.

아니다....고백하자 ...팀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스트레스로 인해 2학기 중간고사 직전에는 정말 집에 와서 펑펑 울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간호대 그만 두고 싶다고 까지 폭탄발언을 했다가.... 다시 24만에 제정신으로 돌아와 계속 학교도 다니고 간호사가 되겠다고 했다. 그때는 정말 너무 경솔했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정도로 스트레스가 쌓였던 것이 터졌었다. 그런 적이 간호대 다니면서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고스란히 나와서 정신시뮬레이션은 에이뿔 여성 시뮬레이션은 에이가 나왔다. 그냥....그냥 .....감사해했다.


실습은 특수파트 부서 수술실로 2주 그리고 아동 실습 2주를 다녀왔다. 수술실은 롸~~~~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특히나 간이식을 할 때라든지 보면 의료진들이 정말 대단해 보였고 괜시리 내 심장이 긴장되고 떨려서 콩닥거렸다.

아동실습은....이제 제일 미스터리인데.... 내가 첫주를 다니고 나서 주말에 고열이 나서 -39도- 병원에 갔더니 독감으로 판명이 났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실습 이틀을 빠지고 대체 LMS로 공부를 하고 다시 실습을 나갔다. 

그런데....나중에 성적표를 보니 태도점수에서 5점이 나가버린 것이다. 아니 ...뭔가 내가 심하게 잘못을 했구나 싶어서 실습 담당 교수님께 문의를 드렸다. 혹시나 제가 고쳐야 할 점이 있을까요? 하고 문의를 드렸더니 정확하게는 말씀을 안해주셨고 이 팀과 저 팀을 비교해서 기수별로 적극성이 떨어진다하면 점수를 낮게 매길수도 있고 그것은 수간호사 선생님 권한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시무룩...속상했지만 어쩔수 없었다. 태도점수에서 점수가 깎여보긴 처음이었다. 그것도 1,2점도 아닌 5점이나....

나중에 알고 봤더니 같이 실습 나갔던 동기도 8점이나 깎여서 화딱지가 났었다고...그러면서 나더러 너는 독감으로 인해 이틀 결석해서 그것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정말 그런건지 어쩐건지는 이제 알 수 없지만 정말 콜록콜록 대면서 힘겹게 실습한 보람이 없어서 좀 기분이 상했다.


거기다 간호연구 및 통계라는 과목이 있는데 뭔소리인지 이해가 안되는 과목이 있었다. 이해가 하나도 안되니 흥미도 떨어지고 너무 힘들었다. 중간고사때 점수가 나락이어서 여기서 에프 나오는거 아냐 떨었다....벌벌....

결국 기말때 만회해서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이 과목은 조별과제도 있어서 애를 먹었다. 하필 PPT와 발표가 걸려서 내가 너무 PPT를 안해 본지 오래라 솔직하게 말했다. 어느 분야든 좋으니 딴 곳으로 넣어주면 열심히 할테니 PPT 는 다른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고... 결국 참고문헌으로 넘어갔고 ....결과론적으로만 이야기하면 우리조가 과제를 잘해서 우리반 대표로 대회 본선까지 진출하게 되었다능....똑똑한 친구들 덕분에 나는 얼떨결에 자소서에 넣을 글감이 하나가 생겼다.


그 외에도 병원코디네이터 1급을 학교에서 무상 지원을 해줘서 그것도 실기와 필기시험을 봐서 땄다. 

또 3학년 겨울방학때는 BLS와 KALS를 따 놓았다. BLS는 쉬운 편이지만 KALS는 어렵다.... 그래서 칼스 딸때 엄청 긴장하고 덜덜덜 떨었는데 합격할 수 있었다. 그것을 따자 무한한 자신감이 충전되는 듯한 느낌이란 !!!!

더군다나 강사지원도 가능할 점수로 나왔다능.... 


이제 1주일만 있으면 4학년 개강이다. 내가 후회하는 것은....토익을 잡아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인강도 선택에 실패해서 도중에 갈아타는등 ....시간과 돈을 소모하는 실수를 했다. 지인통에 의하면 이번 요즘 간호학과도 불취업을 넘어서서 용암 취업이 되고 있다고 한다. 자꾸만 소문에 휘둘리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차피 나는 빅 5를 갈 생각도 없었고...내가 사는 연고지에서 병원을 선택하리라 마음을 먹고 있었다. 4학년이 되어서도 토익은 볼 거지만 토익점수가 안나오면 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에만 매달려 다른 병원 취업준비에 소홀히 하면 안되니까.

남은 일주일 동안은 자소서도 써야 한다.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해피한 그 곳에서 (?) 자료를 다운로드 받아 두편을 보았다. 대충 이렇게 쓰는구나라는 감이 왔다. 제발 놀지 말고 자소서 한편만이라도 제대로 써 놓자고요. ㅠㅠ


4-1학기때는 성인종합실습, 여성 실습 , 정신 실습을 나가야 한다. 그리고 아동 시뮬레이션도 있다. 중간, 기말은 당연히 있으며 그 와중에 병원 공고 뜨면 지원해야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2월달 거의 내내 꿈자리가 사나웠다. 악몽까지는 아닌데 꿈에서 막 서둘러 뭘 결정해야 하는데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고 뒤죽박죽인채로 꿈에서 깨어나는 그런식이다. 내 무의식이 매우 심란한 모양이다.


오늘 저녁 미사를 다녀왔다. 어제구나...시간이 자정을 넘은 줄도 모르고.... 청년 미사는 성가가 너무나도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결국 집에와서 미사때 찬양했던 청년 성가를 다시 찾아 듣고는 눈물을 흘렸다. 

제가 뭔가 길을 잃은 걸까요? 하느님? 제가 혼자여도 혼자가 아닌 것은 주님께서 바로 옆에서 지켜주시기 때문이잖아요. ~제가 그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좋은 인연들이 있는 곳으로 가게 해주세요. 

땅에 떨어지는 기도는 절대 없다고 한다. 그러니 불교든 천주교든 이슬람 뭐뭐 ....무엇이 되었든 기도하면 좋은 것 같다. 

여기까지 온 것도 장한 일이니까....실제로 가족들이 위에 쓴 것처럼 울고불고 내가 중간고사 직전에 학교 그만둔다고 했을때....가족들이 위로도 해주고 또 여기까지 온것만으로도 장하다고...하지만 네가 못하겠다고 하면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마음을 확실하게 정하라고 했다. 다시금 정신을 차려보니 문득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나 싶었다.


그래서 그 고비를 넘고 4학년이 되려고 한다. 4학년.... 책은 한권만 더 사면 되어서 교재비는 덜 들겠고..국시 문제집은 에타에 장터게시판에서 이번 졸업생의 국시 문제집과 요약집을 몽땅 사서 5만원 들었다. 배송비도 안 들었다. 직접 집 문앞까지 배달해주시는 센스....!!!!


10년간의 국시 기출문제집은 이미 사놓은 것이 있었고...아직 이정도다. 나는 패드에 넣어 가지고 다녀봤자 어차피 눈의 피로도가 너무 심해서 종이책을 선호한다. 십여년전 라섹을 한 이후에 너무 오래 컴퓨터를 한다든지 하면 글자가 두개로 보이다가 다시 눈을 편안하게 해주면 정상 시력으로 돌아온다.


할일이 산더미처럼 많겠지만 해 보는 수밖에.... 요즘 의료파업으로 나라가 어수선하다. 어서 빨리 조기 해결이 되길 바라며 나의 4학년도 서서히 시작해 보자. 

아자아자아자. 퐛튕!!!!!

작가의 이전글 만학도 간호대생 이야기 9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