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어깨

승모근(등세모근, trapezius)

by Dahl Lee달리

사랑하고 존경하는 엄마께 쓰는 첫번째 편지.


엄마의 어깨는 늘 돌덩이처럼 딱딱했습니다. 150cm가 겨우 넘는 마른 여자의 어깨가 그렇게 딱딱할 수 있다니. 어릴적엔 그저 엄마들의 어깨는 원래부터 다 그렇게 생긴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철이 들 무렵부턴 어렴풋이 알고 있었죠. 우리 엄마의 어깨에는 다른 엄마들보다 더 무거운 짐이 지어져 있구나 하고. 그 짐을 못본 척 하고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지금까지도요.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언제까지나 철없는 응석만 부리고 싶은게 자식인가 봐요.


엄마가 지어야 했던 짐의 무게는 얼마였을까요. 제가 어릴 때 아빠가 사고를 당하시고 엄마는 우리집의 실질적 가장이셨지요. 아빠, 엄마, 저, 동생, 그리고 성격이 괄괄하신 할머니와 사춘기가 온 삼촌까지, 총 여섯식구가 좁은 아파트에서 부대끼며 살았죠. 어린 제게는 크게 느껴졌던 집이었지만 엄마께는 얼마나 답답한 곳이였을지 이제서야 짐작이 가요. 엄마는 그 집에서 삼십년 넘게 성실하게 학교로 출근해서 아이들을 가르치시고, 저녁에는 저와 동생의 엄마 노릇, 며느리 노릇, 아내 노릇을 하셨습니다. 이렇게 문장으로 정리해 버리니 지난 시간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져요. 그렇지만 켜켜이 쌓인 그 순간들이 엉기고 엉겨 엄마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마침내 퇴직을 하시고, 비로소 여유가 생기신 엄마랑 같이 운동을 시작했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수영과 필라테스를요. 그러면서 엄마가 조금씩 "자기 몸을 느끼는 법"을 발견해 가시는게 느껴졌어요. 엄마는 말이 많은 분이 아니신데도,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엄마가 걷는 모습, 자기 몸을 대하는 태도 같은 것에서요. 조금씩 변해가는 엄마를 느껴가며 저도 행복했어요. 저 역시도 평생 이론으로만 몸에 대한 공부를 하다가 뒤늦게 운동을 해보니, 자기 몸을 잘 느끼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조절하는 법도 깨닫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제 한의원에 종종 환자로 방문하시는 엄마. 한의원에는 다른 환자들도 있어서 엄마께 길게 설명을 드릴 수 없지만 사실은 이런 이야기들을 해드리고 싶었어요. 엄마가 지금처럼 자기 몸을 느끼고 알아가시는데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요. 그래서 앞으로 제가 쓸 글은 매 편이 엄마를 향한 저의 사랑의 고백입니다.


엄마의 딱딱한 어깨, 돌덩이처럼 굳은 그곳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승모근'이라는 이름인데요. 요새는 한글로 용어가 바뀌어서 '등세모근'이라고 불러요. 승모근(등세모근)은 세 개의 구조로 되어있어요.




1. 승모근은 우리 몸의 '지붕'이자 '가오리' 모양이에요

목 뒤(맨 위 꼭짓점)에서 시작해서 어깨(양옆), 등 한복판(맨 아래)까지 이렇게 넓게 퍼져 있는 아주 큰 근육이 바로 승모근이에요. 마치 우리 집을 덮고 있는 지붕 같기도 하고, 바다를 헤엄치는 가오리 모양이죠?



2. 우리가 흔히 '어깨 뭉쳤다' 할 때 아픈 곳은 '가장 윗부분'이에요. 이곳은 딱딱하게 굳어지기 쉬워요.

우리가 흔히 '어깨 뭉쳤다' 할 때 주무르는 곳이 바로 여기 윗부분(상부승모근)이에요. 상부승모근은 온도 변화와 스트레스에 민감하다고 해요. 엄마가 받으신 스트레스들이 다 이곳으로 몰려서 상부승모근을 딱딱하게 굳어지게 했던 거에요.



3. 반대로 '아랫부분(하부승모근)'은 힘없이 늘어져요.

반대로 등 쪽 아랫부분(하부승모근)은 힘이 없어서 축 늘어져 있어요. 지붕을 아래에서 단단히 잡아줘야 하는데, 아래쪽에서 잡아주는 힘이 없으니 자꾸 어깨가 위로 치솟고 목이 짧아지는 거예요.


근육의 길이가 짧아진 상태를 '단축'이라고 하고 길이어진 상태를 '신장'이라고 하는데요, 근육은 길이가 늘어났다 길어졌다 하면서 힘을 쓰고 움직임과 자세를 만들어내요.


상부승모근은 짧아져 단축이 되기 쉽고, 하부승모근은 약화되어 늘어지기 쉬워요. 단축이 되었다고 무조건 힘이 세지는건 아니에요. 오히려 제대로된 힘을 내는 기능은 상실한다고 보는게 더 맞아요. 근육이 힘을 쓸때 짧아지는데, 너무 짧아진 근육은 추가적으로 더 짧아지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단축되어 짧아진 근육은 강한 것이 아니라 뻣뻣한 상태고 제대로 힘을 못내는 거에요. 그러므로 단축된 상부승모근은 풀어주고, 약화된 하부승모근은 강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운동하시는게 좋아요.


제가 침치료나 약침치료를 할 때는 상부승모근 섬유의 단단하게 경결된 곳을 찾아서 치료하는 거에요. 근육의 볼록한 부분(근복) 안에는 '근육의 길이를 측정하는 센서(근방추라고 해요)'가 들어있어요. 상부승모근이 너무 뻣뻣해지면 이 센서가 고장 나서, 조금만 움직여도 근육이 '어! 나 끊어지겠어!' 하고 과하게 긴장해버리는 거에요. 그래서 침으로 이 부분을 자극해서 센서를 리셋해주는 거라고도 볼 수 있어요.


약화된 하부승모근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엄마가 필라테스 학원에서 배우셨을 Y raise운동을 추천드릴게요. 엎드려서 팔을 Y자로 뻗은 다음, 엄지로 따봉(!)을 만들고 팔을 올렸다 내렸다 하시는 운동이죠. 기억나시죠? 주의하실 것은 견갑골(날개뼈)를 아래로 끌어내린 상태에서 하셔야 한다는 거에요. 안그러면 상부승모근도 같이 같이 운동이 되거든요. 날개뼈를 아래로 꾹 누른 채로 팔을 들어야, 상부승모근이라는 지붕이 들썩거리지 않고 아래쪽 하부승모근만 쏙 골라서 운동할 수 있어요.

"불초하다" 라는 말이 있죠. 부모를 닮지 못한 못난 자식이란 뜻이라고 하네요. 제게는 엄마는 늘 닮고 싶은, 그러나 닮을 수 없는 이상향이에요. 엄마의 자식이 아니어도 한 인간으로서 엄마를 존경합니다. 그리고 그런 분이 제 엄마여서, 엄마를 더욱더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의 어깨가 오늘부터는 좀 더 말랑해 지길.


2026년 춘분날, 불초한 딸 드림.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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