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판(반달연골, meniscus)
사랑하고 존경하는 엄마께 쓰는 두번째 편지.
엄마께선 어두운 곳을 비추는 달 같은 사람이 되라고 제 이름을 '달'이라고 지어주셨죠.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조용히 빛을 내는 사람이요. 그런데 우리 몸에도 '달'이 있는 거 아세요? 바로 무릎에요. 반월판(Meniscus)이라는 섬유연골이지요. 메니스커스는 그리스어로 초승달을 뜻해요. 반월판의 모양이 초승달을 닮았거든요. 반월판은 달처럼 자기를 드러냄 없이 조용히 우리 몸의 무게를 지탱해 주는 곳이에요.
무릎은 허벅지뼈(대퇴골)와 정강이 뼈(경골)가 만나서 이루어지는데, 그 중간에서 충격을 받아내는 것이 바로 이 반월판이에요. 대퇴골(허벅지뼈)은 끝이 둥글고, 경골(정강이뼈)은 끝이 평평해요. 둥근 공을 평평한 쟁반 위에 놓고 공 위를 꾹 누르면 한 점에 너무 큰 압력이 실리겠지요? 반월판은 이 둥근 공과 쟁반 사이를 메우는 고무패드 같은 역할을 해요. 반월판은 오목한 접시 모양이거든요. 여기에 대퇴골(허벅지뼈)의 둥근 끝이 담기는 거죠.
반월판은 섬유연골 이랬잖아요? 섬유연골이란 질긴 타이어 같은 조직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사람들이 가끔 하는 '무릎 연골이 닳았다'는 말은 대부분이 초자연골이라는, 뼈 끝을 코팅하고 있는 연골이 닳았다는 거예요. 우리 몸의 연골은 총 3종류가 있어요. 섬유연골, 초자연골, 탄성연골이지요.
닭다리를 먹다 보면 뼈 끝에 붙은 하얗고 매끄러우면서도 씹으면 '뽀득'하고 떨어지는 부위를 기억하시나요? 거기가 초자연골이에요. '초자'라는 것은 유리를 말하는데, 유리처럼 매끄러워서 마찰을 줄여줘요. 뼈랑 뼈가 만나는 곳이 관절인데, 최대한 뼈 끝을 매끄럽게 코팅을 해서 뼈끼리 부딪히는 마찰력을 줄여줘야 부드러운 움직임을 만들고, 뼈 자체가 닳는 것도 덜하지요. 유리가 닳으면 그 가루들을 다시 붙여 본모습을 복원하기 어렵잖아요? 마찬가지로 닳은 연골은 재생이 어려우니 최대한 무릎관절을 아껴서 쓰라는 말씀을 드리는 거예요.
그런데 오늘의 주인공인 "반월판"은 섬유연골이라고 했잖아요? 섬유연골은 질긴 가죽이나 타이어 같은 질감을 생각하시면 돼요. 압력을 견디는 힘이 가장 크지요. (나머지 하나인 탄성연골은, 귀나 코의 말랑한 연골부위예요.) 섬유연골은 차의 무게를 타이어가 받아내는 것처럼 우리 몸의 무게를 지탱해요. 그런데 이렇게 위에서 내리누르는 수직 압력에는 잘 버티는 섬유연골이 '비틀림'에는 쥐약이에요. 특히 무릎이 굽혀진 상태에서는 대퇴골의 끝부분이 반월판의 뒤쪽을 강하게 누르는데요, 좁은 공간에 반월판이 꽉 끼게 돼요. 이 사태에서 갑자기 회전이 빠르게 가해지면 반월판은 도망갈 곳 없이 찢어지게 되는 거죠.
반월판은 두 개의 구조로 되어있는데, 내측과 외측으로 나뉘어요. 내측 반월판은 큰 C자 형태고요, 외측반월판은 작은 O자 형태예요. 둘 다 반월판이라고 불리지만 특징이 사뭇 다르답니다. 신기하지요? C자형 내측 반월판은 내측의 측부인대에 강하게 고정되어 있어요. 단단히 고정된 만큼 가동성도 약하지요. O자형 외측 반월판은 인대로부터 떨어져서 움직임이 꽤 자유로워요. 둘 중 어느 곳의 부상이 많을까요? 단단히 고정된 내측 반월판의 부상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무릎이 비틀릴 때 외측은 움직임이 자유로워서 슬쩍 피할 수 있지만, 내측은 그 충격을 그대로 받거든요. 주변과의 단단한 결속이 때로는 자기를 찢는 족쇄가 되는 거죠.
반월판의 양쪽이 서로 다른 것처럼, 저라는 사람 안에는 양면성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엄마는 신앙적, 도덕적으로 엄격한 분이셨지요. 내면이 자유로운 저는 늘 엄마의 가르침 밖으로 튀어나가려고 하는 충동이 있는 것 같아요. 엄마와의 단단한 결속은 내측 측부인대처럼 저를 든든하게 지지해 주면서도, 가끔은 그 단단함으로 인해 제 자신에게 상처를 줄 때도 있어요. 제 안의 내면화된 엄마의 목소리가 자꾸 저를 비난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때때로 제 안의 엄마, 사실은 제가 상상해 낸 엄마의 목소리와 외측 반월판처럼 조금은 느슨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엄마, 서운하지 않으시죠? 엄마에 대한 사랑은 변하지 않아요. 그저 제 내면의 한심한 전쟁일뿐이지요.
다행히 엄마는 조심성이 많으신 분이라 반월판 손상은 걱정이 덜하지만, 초자연골을 지켜주는 건 튼튼한 허벅지 근육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고 근력 운동에 매진해 주세요! 올해 가을에는 엄마랑 같이 마라톤에 나가보고 싶어요. 그때까지 지금처럼 이모랑 헬스장 열심히 다니시고, 단백질 섭취도 잊지 마세요!
매화는 피고 벚꽃은 아직 피지 않은 2026년의 3월 말에
엄마를 많이 사랑하는 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