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냉잇국

요방형근(허리네모근, quadratus lumborum)

by Dahl Lee달리

엄마!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돌아왔어요.


이맘때면 언제나 밥상에는 엄마가 끓여주시는 냉잇국, 쑥국이 별미처럼 올라오지요. 외할머니가 살아계셨을 때부터 엄마는 할머니를 따라 봄이면 그렇게 뭘 캐고 뜯으러 다니셨어요. 냉이, 쑥, 씀바귀, 개두릅.. 할머니가 돌아가시고서도 엄마의 봄나물 채집은 멈추지 않았어요. 이모랑 두 분이서 사냥꾼처럼 어딜 그렇게 다니시는지... 저는 차려진 걸 맛있게 먹으면서도 엄마의 허리가 걱정이 돼서 영 탐탁지 않아 했지요. 그냥 사 먹자고 하면 엄마는 "사방에 지천인데 아깝게 왜 사 먹어.." 하시곤 했어요.


며칠 전 엄마가 한의원에 치료받으러 오셨었지요. 냉이를 캐고 나서 왼쪽 허리가 아프시다고요. 오늘은 그 근육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바로 "요방형근(허리네모근, quadratus lumborum)”에 관해서요.


"허리가 삐끗했다"라는 말을 의학적으로는 "요추 염좌"라고 해요. 엄밀히 말하면 "염좌(sprain)"는 뼈랑 뼈를 잇는 밧줄처럼 질긴 조직인 인대가 늘어나거나 손상된 것을 말하고, 근육이나 건(근육이 뼈에 붙는 부분)은 "긴장(strain)"이라는 표현을 써요.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인대가 늘어날 정도의 강한 충격이 오면, 그 관절을 보호하려는 방어 기제로 주변 근육이 순식간에 '팍!' 하고 수축해요. 이때 근육 섬유도 같이 미세하게 찢어지거나 과긴장 상태가 되죠. 이처럼 인대손상의 경우 대부분 근육의 비정상적 긴장(수축)과 동시에 발생하기에 근육 긴장의 경우에도 "염좌"라는 표현을 넓게 쓰고 있어요.

좀 더 쉽게 말하면 우리 몸의 인대와 근육은 단짝 친구 같아서, 어느 한쪽이 다치면 다른 쪽도 금방 비명을 지르거든요. 그래서 의사들은 이 둘을 하나하나 따로 부르기보다, 관절 주변이 놀라 정렬이 어긋난 상태를 통칭해서 '염좌'라고 부르곤 하는거죠. 발목이나 목이 삐었을 때도 마찬가지고요.

왼쪽은 근육과 건의 긴장strain, 오른쪽은 인대의 염좌sprain이예요.

오늘 이야기할 요방형근은 이렇게 허리가 삐끗한 증상, 즉 요추 염좌에 가장 흔하게 원인이 되는 근육이에요. 허리 깊숙한 곳에 있는 요방형근은 한자어로 "방형", 즉 네모난 모양인데요, 골반과 갈비뼈, 그리고 허리뼈를 튼튼하게 이어주는 '허리의 안전벨트' 같은 아이예요.


먼저 그 모양과 위치를 보실까요? 요방형근은 골반뼈의 윗부분(장골능이라고 해요)에서 시작해서 제일 마지막 갈비뼈인 12번째 갈비뼈의 아래쪽 가장자리, 1번~4번 허리뼈에서 끝나요.

요방형근은 장골능에서 시작해서 갈비뼈랑 요추에 붙어요.



요방형근은 이런 일들을 해요.


1) 골반뼈 윗부분에 넓게 붙어 있기 때문에, 걸을 때 한쪽 골반을 들어 올려서 발이 땅에 닿지 않게 해주는 역할을 해요(매우 중요한 역할이에요!). 그래서 평상시 불균형한 자세 때문에 한쪽 요방형근이 짧아져있으면 그쪽 골반이 위로 올라가면서 균형이 틀어지게 돼지요.

2) 양쪽에 대칭으로 있는 근육 중 한쪽만 수축을 하면 몸을 옆으로 기울어지게 해요(측굴이라고 해요). 양쪽이 동시에 수축하면 허리를 펴게 하고요(신전이라고 해요).

3) 마지막 갈비뼈에 붙어 있기 때문에 호흡이랑도 관련되어 있어요. 갈비뼈는 폐를 둘러싸고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기침할 때 허리가 아픈 경우나, 아니면 기침하다가 허리가 삐끗하는 경우도 있지요? 대부분 요방형근 문제예요.


봄철 냉이 캐기는 요방형근 입장에서는 고문 수준의 노동이지요. 엄마가 냉이를 캐시는 동안 요방형근은 어떻게 괴롭힘을 당했을까요?


-지속적인 신장(늘어남) 상태: 쪼그리고 앉아 상체를 앞으로 숙이면, 요방형근은 갈비뼈와 골반 사이에서 최대한 길게 늘어난 상태로 상체의 무게를 버텨요. (이걸 신장성 수축이라고 해요.) 허리를 숙일 때 큰 근육인 척추기립근도 함께 몸이 고꾸라지지 않게 버티는 일을 하지만, 냉이를 캐느라 아주 깊게, 그리고 오래 몸을 숙이고 있으면 기립근은 금방 지쳐서 힘을 빼버리고, 깊숙한 곳에 있는 요방형근이 마지막까지 그 부하를 담당하게 돼요. 왜일까요? 척추기립근 중 대다수는 우리 몸의 표층에 있는데, 보통 이렇게 겉 부분에 있는 근육들은 힘을 잘 내지만 금방 지치는 타입이거든요. 그래서 오래 버티는 힘을 내는 일은 요방형근 같은 깊은 근육들이 맡아요.

-근육의 피로 누적: 냉이가 잘 안 뽑히거나 집중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셨죠? 이때 요방형근은 계속 늘어난 채로 팽팽하게 긴장하다가 점점 지쳐갔을 거예요.

-찰나의 순간: 갑자기 고개를 돌려 옆 사람과 대화하거나, 뿌리가 깊은 냉이를 뽑으려고 몸통을 비틀며 힘을 주는 순간, 지쳐있던 요방형근이 "나 더 이상 못 늘어나!" 하고 비명을 지르며 반사적으로 꽉 수축(Spasm)해 버려요.

-결과: 인대가 늘어나는 염좌와 동시에, 요방형근이 돌덩이처럼 굳어버리면서 허리를 펼 수 없는 상태가 됐을 거예요.


척추기립근이 슬그머니 힘을 뺀 사이, 허리 깊은 곳에서 혼자서 상체의 무거운 무게를 밧줄처럼 팽팽하게 붙들고 버티던 요방형근. 안 됐지요? 왠지 엄마가 생각나기도 해요. 엄마가 우리 가족이 고꾸라지지 않게 무게를 버티는 동안 나머지 사람들은 조금 숨을 돌렸던 것 같아서요.


엄마는 사계절 중 봄을 가장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맞나요? 한 번도 여쭤본 적이 없었네요. 그저 속으로 짐작만 할 뿐. 엄마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에요. 우리에게 남은 시간 동안은 엄마에 대해 속으로 짐작만 하는 대신 직접 여쭤볼래요. 그리고 자주 감사하다고 말할 거예요. 엄마, 냉이 캐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참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6년 엄마랑 닮은 봄꽃이 만개한 날

엄마를 사랑하는 딸 드림.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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