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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닭

by Dahl Lee달리

날씨가 추워졌다.


추워지면, 나는 병든 닭처럼 비실댄다. 쥐며느리처럼 작게 움츠러든다. 두통은 그림자처럼 내게 붙어있다.


추워지면, 아늑한 집에서 밤새 책이나 읽고 싶다고 생각한다.

혹은 뜨거운 욕조에 몸을 녹이고 싶다고.


짬을 내서 도서관에 가서 재밌어 보이는 책을 빌려왔다.

두근거린다.


그러나 해내야 하는 일들이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잠을 좀 자야 한다.


힘들 땐 다 내팽개쳐도 망하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안다.

아는데도...

욕심 때문에 쪽잠도 못 자고 책장을 바스락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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