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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다정 Mar 15. 2024

찾는 글쓰기

무엇이든 찾아보자!

작년에 글쓰기 모임을 운영한 적이 있다. <당신의 목소리로 글쓰기>라는 이름으로 함께 글을 쓰고 이를 녹음까지 해보는 프로그램이자 모임이었다. 2달간 진행된 이 모임을 통해서 함께 쓰는 즐거움에 대해 알게 되었다. 혼자 쓰는 글은 혼자 채우고 쓰기 바빴다면, 함께 쓰는 글은 두 배 이상 채워지고 내 세계를 더 확장시켜 주었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새롭고 다양한 글을 접하고 그 속에서 건강한 에너지를 얻었다.


'함께'라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보니 올해도 이런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작년 모임은 주최와 주관이 따로 있어 아쉬웠으니 올해는 내가 직접 모임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책을 만들고 판다고 정신없는 1월, 2월을 보내면서도 글쓰기 모임에 대해 생각은 드문드문 이어졌다. 어떤 글쓰기를 해보면 좋을까, 함께 책을 내보자고 할까? 초보가 왕초보에게 알려주는 에세이 쓰기 같은 걸 할까? 욕심이 붙고 의미를 부여하다 보니 너무 어려워지기만 했다. 다시 돌아와 가볍게 시작해야 했다.


모임의 이름은 '찾는 글쓰기'로 정했다. 글쓰기 모임에 나와 글을 쓰려는 사람이라면 각자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에 대한 답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 한 큰 술, 무엇을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면 글을 쓰면서 무언가든 찾으면 좋겠다는 생각 한 큰 술을 더했다. 이름만 정하고 상세한 내용은 미정인 채 모임원을 찾는다는 공고를 올렸다. 첫 모임의 수식어는 '우선 모여보는'이다.



작년에 글쓰기 모임으로 만난 분, 동네에서 알게 된 분 그리고 글쓰기에 관심 있는 지인까지 합하여 8명 정도가 신청했다. 최대가 6명이라고 생각한 입장에서는 꽤 많은 숫자였다. 마음에 안 들어 안 나오실 수도 있으니 넉넉히 모이는 게 낫지 싶으면서도 이들이 내어준 시간을 잘 채워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 부담되기도 했다. 그냥 함께 하고 싶어서 시작한 모임이지만 처음만큼은 내가 주제를 던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어떤 글을 함께 쓰면 좋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첫 주제는 역시 '나'다.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는 화요일 저녁, 어김없이 심오한집 1층에서 모였다. 동네 모임을 나오는 분들에겐 친숙한 공간이겠지만 영도가 낯선 분들도 계셔서 30분 전부터 현관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노쇼가 있을까 걱정하고 무사히 오시길 바라기도 하면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었다. 7시가 다되어가자 한 분씩 대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익숙한 얼굴 많았지만 조금 떨린 마음에 공간도 사람도 낯설게 느껴졌다. 10분 정도 지나자 전부 모였는데, 연락을 주신 모두가 참석해 주셨다. 너무 다행이었다.


떨리고 긴장되었지만 나부터 말을 꺼내야했다. 왜 글쓰기 모임을 열게 되었는지부터 오늘 어떤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는지 말을 이었다. 이후 자기소개와 글쓰기 모임에 참여한 계기를 나누었는데 함께 글을 쓰며 억지로라도 손에 펜을 쥐겠다는 의지, 나를 알아가고 싶다는 마음,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까지 있었다. 참여하신 분들의 마음이 궁금했는데 새싹 같은 의지와 마음이 느껴져서 좋았다. 다들 비슷한 글쓰기를 상상하고 오신 것 같아 다행이기도 했다.


다음은 '나'에 대한 브레인스토밍, 그중 좋아하는 것 찾기, 좋아하는 것에 대한 글쓰기로 곧 이어졌다. 사람을 만나면 제일 좋은 점이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건데 글쓰기 모임에서는 이 장점이 극대화되는 것 같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꺼내어 글을 쓰고 나누며 짧은 시간에 서로를 밀도 있게 알아간다. 좋아하는 음식 이야기를 하며 군침이 고인다는 문장에 나도 침이 고였고, 천금 같은 봄밤을 기다린다는 말에 나도 갑자기 찾아올 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졌다. 감정 다음으로 의식주라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과는 또 다른 글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살아있는 글 속에서 누군가의 애타는 마음, 새로 알게 되는 좋은 것들, 공감하는 부분 등이 툭툭 튀어나온다. 앞으로의 모임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미지수지만 함께 쓰며 서로를 채우고 이를 다시 쓰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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