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듣고 기억에 남는 건 많지 않다. 느낌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 전문가가 필요한지, 언제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지금 내가 고민해야 할 건 어떤 수준의 어떤 문제인지 하는 느낌.2시간 정도의 강의에서 한 문장, 하나만 얻어가도 남는 거라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7월 초 <트렌드 코리아 2024>의 공저이신 김태근 님이 '라이프스타일 분석과 창업사례'라는 제목으로 긴 시간 강의를 해주셨다. 처음에는 트렌드 코리아라는 특이한 이력에 관심이 갔지만 내가 이 강의에서 기억하는 건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부끄러울 때 성장한다."는 말이다. 생각해 보면 그랬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고 곱씹을 때마다 발을 찰 정도의 사건에서 크게 깨닫고 어떻게든 전보다 나아지려고 노력한다. 이런 사건은 잊을만하면 찾아오고 최근에도 있었기에 저 말이 더욱 인상 깊게 남아있다.
예비창업자의 신분으로 벌써 몇 달째, 많은 새로운 질문이 나를 성장시킨다. 정정한다. 제대로 답하지 못한 많은 질문에 많이 부끄러워하며 이를 견디는 중이다. 최근에는 신사업창업사관학교 교육 중 하나로 <IR피칭대회>가 열렸다. 승부욕이 있는 편이라 어떤 대회든 최선을 다하는 편이지만 IR은 무엇이고 피칭은 무엇인지, 수업을 듣고 멘토링을 받고 자료를 찾아봐도 모호했다. 잘하는 사람의 발표는 찰떡같이 알아봤으니 내 것이 부족하다는 것만 명확히 보였다.
최선을 다했지만 '정말 이게 너의 최선이야?'라는 물음표가 있는 상태로 발표를 했다. 준비과정과 발표 내용, 자세 등을 떠나서 나를 가장 부끄럽게 만든 건 심사위원들의 질문이었다. 걱정 어린 질문을 들으며 피칭을 준비하는 동안 계속 물음표가 붙은 이유, 좋은 예시를 봐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이유가 명확히 보였다. 나는 껍데기만 준비했던 것이다. IR, 피칭이나 대회라는 단어에 진짜를 놓쳤다. PPT가 아니라 '그래서 이 사업을 어떻게 운영할 건데'를 더 많이 물었어야 했다. 최소 수량으로 제작 가능한지, 시스템 구축은 어떤 식으로 할 건지, 주문량이 많아지면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지. 걱정 어린 질문에 걱정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100프로가 아닌 답을 하며 부끄러웠다. 현실적인 방안, 구체적인 설득이 있어야 했는데 진짜가 없다는 걸 내뱉으면서 알았다.
똑같이 걱정하고 있으면서 왜 아직도 해결책이 안 나와있는지 반성한다.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지 답을 찾아야 한다. 좁은 상상력을 넓히고 현실화 방안을 찾는 것, 그게 대표가 해야 할 일이다. 더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질문하고 답하자. 순간의 부끄러움이 나를 더 멀리 데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