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zine 만들기
어쩌면 또 다른 커뮤니티
zine, 언젠가부터 내 눈에 들어온 단어이다. 네이버에 검색해 보면 '잡지'라는 뜻이라고 나온다.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단어 같아 여러 게시글을 읽어 나만의 해석을 해보자면 수제책, 해적판 도서, 담고 싶은 내용을 담고 싶은 방식으로 담아 세상에 내 보이는 책, 여러 권 만든다면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는 미지의 책이다. 어떤 형태든 zine 또한 '책'이기에 관심이 있었는데 길잡이 없이 혼자 zine을 만드는 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마음속에만 품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하게 zine 만드는 워크숍 공고문을 보게 되었다. 황금연휴 기간에 금토일, 3일 동안 3시간씩.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저 시간을 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신청부터 참가비를 입금하기 직전까지 한참 망설였다. 결국 호기심이 이겼다. zine이 뭘까 궁금해서 시간은 어떻게든 내보자는 막무가내식 사고로 모임을 신청했다.
3일 간 이러든 저러든 손에 잡히는 책을 만드는 것이기에 생각을 꺼내고 정리하고 만드는 과정 중에 만드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이 쓰일 거라 생각했다. 예상과 달리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은지, 나를 발견하는 일에 가장 오랜 시간을 들였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고 나누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데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일일 다정함 권장량>이라는 책 속 문장이 떠올랐다. "고양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고양이 모임에 다녀오고 나니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사진이나 우쿨렐레는 거들뿐, 세상에 연결되기 위한 다리가 필요한 거라는 사실을. 우리는 맨몸으로 타인에 닿기에는 연약해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내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기엔 여리니까 고양이나 책, 운동처럼 나라는 사람의 실루엣을 알려줄 대상을 먼저 나누는 거라는, 그런 생각을 했다."
zine은 거들뿐, zine을 통해서 서로의 실루엣을 확인하고 그 시간 동안 서로의 동료이자 안전망이 되어주는 거였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고개를 끄덕이는 안전한 대화 속에서 평소의 나를 벗어던져 보기도 하고 새로운 나를 찾아볼 용기도 얻는다. zine을 만들기 전부터 채워지는 나를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