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가 축구대회에 나간 적 있어요? 두 번 나갔지, 아빠는 거들었고, 그때 청주는 재개발이 한창이었어, 화면에는 공장 단지의 이미지, 엄마는 청주가 너무 많이 변해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안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축구 얘기를 물었는데 청주 얘기를 한다, 늘어지는 카세트테이프처럼, 나는 몰래 녹음기를 튼다, 엄마 목소리가 언젠가, 로 들린다,
누군가 장례식 이후의 풍경, 알 수 없는 실내, 어른들이 외출에서 돌아온다, 오늘은 말씀해 주셔야죠? 아빠가 말한다, 외할아버지가 혼자 벽을 보고 앉는다, 벽지가 되지 못한 물감처럼 흘러내리는 표정을 하고선, 나는 그의 곁에 앉는다, 축구란 말이야 한 명의 선수를 보는 게임이 아니야 수많은 관중이 내려다보는 곳에 스무 명 남짓한 선수들이 일사불란하게 꼭 풍경처럼… 한 명의 선수가 경기를 휘젓는 걸 내려다보는 이미지, 떨어질 것 같다,
아빠가 결승전에 나간 적이 있었다고 했다, 외할아버지는 말했다, 그 경기는 너무 아름다웠어, 이 말을 기억했다가 엄마아빠에게 말해줘야겠다고 생각했고, 다음 장면, 이미 죽은 외할아버지, 자글자글한 두 장의 노란색 종이, 외할아버지가 아빠에게 남긴 편지가 그중 한 장이었다, 찬장에 들어가 먼지가 쌓이는 게 아니라 먼지가 쌓이기 위해 찬장에 들어간 듯 낡아버린
아빠, 내가 주지 않으면 아빠의 몸은 의자 위로 올라가 편지를 꺼낼 수 없다,
엄마는 계속 말한다, 달이 선명해지는 내내, 엄마는 아빠 경기를 봤어? 참지 못하고 말하려다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한다, 엄마 이야기가 끝나고 엄마 사진을 찍는다, 여행에 온 것처럼, 집안에서, 엄마는 내게 풍경이 되지 못한 사물이에요,
아빠는 내가 몇 번씩 부르는 소리에 짜증을 낸다, 외할아버지가 남긴 편지를 준다, 몇 줄 적혀있지도 않은 편지, 말이 없어진 아빠, 아빠 뒷모습 본다, 엄마 옆모습 보듯,
듣고 싶었던 얘기가 거기 있었어요? 아빠의 삶은 아름다웠어요? 엄마에게도 묻지 못할 질문, 그 대답을 손등의 주름에 온 생에 걸쳐 남기는 사람이 있다, 다래끼가 난 오른눈이 꾼 꿈, 무덤처럼, 부어있는 이야기, 경기는 끝이 나지 않고, 멈추지 않으면 녹음은 저장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