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면 20살 부터 독립해서 살아온 나는 부모님과 이렇게 긴 시간을 붙어 있었던 적이 있었나 싶다.
아빠는 다낭을 왜 가자고 했을까?아빠는 여행에서 우리 가족 끼리의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고 와야지라는 생각을 한번이라도 했을까.
어렸을때 부터 아빠가 무언가를 기획해서 가족끼리 여행을 다녀오거나 무언가를 한 기억이 없다. 가족을 챙기거나 보살핀다는 느낌을 받은 적도 없다. 그 몫은 모두 엄마의 몫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아빠가 나쁜 아빠는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나쁘다 좋다 중에 굳이 하나 고르라면 나는 좋은 아빠를 고를 수 있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아빠를 오랜 시간 볼 기회를 갖게 되면서 내가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새로운 이유(가설?)를 발견했다. 그것은 아빠의 삶을 봤을때 내가 보는 시선에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삶에서 행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빠 자신의 삶이 어떤지 나는 잘 알수 없으나 자식인 내가 아빠를 봤을때는 그렇게 느껴진다. 가족과 함께 있을때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나의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누군가의 아빠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새로운 가설에 이르렀다. 엄마에게 이 이야기를 했다.
엄마 아빠는 소원배에서 나의 결혼이 소원이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엄마에게 아빠는 가족과 함께 있을때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결혼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라고 말했다.
엄마는 그럼 반대로 나는 좋은 가정을 이루고 살아야지 라는 생각을 할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타당하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거 같지만 나는 그쪽은 아닌것 뿐.
아빠는 언제 행복할까 ? 40년을 평생 외벌이로 일을 하셨다. 그래서 온 가족이 편안하게 꽤 높은 수준의 생활을 할 수 있었음은 참으로 감사하고 행운인 일이다.
그렇게 일만 하시며 살아 오셨기 때문에 내가 두분의 호불호에 대해 모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자신들도 호불호를 모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빠가 다낭을 골랐을때 덥고 힘들거라고 말했으나 아빠는 그런 비슷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다들 갔다 오니까 괜찮겠지 생각 했던거 같다. 그래서 나는 '아빠가 다낭 가자 해놓고 왜 이렇게 힘들어 해' 라며 비난을 할수 없는 것이다. 아빠도 이런 더위의 동남아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정도일 줄은 몰랐던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경험치가 생겼기 때문에 다음은 이번 보다 좀 더 나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는 다낭에서 한달 살기를 하고 싶다고 하셨다. 엄마라도 좋아 했으니 다행이다.
아빠는 여행 내내 다낭보다는 유튜브를 많이 봤기 때문에 다낭에 대한 기억이 별로 남지 않을 것이다. 아빠는 로비에서 보던 영상을 그대로 방에 들어와 바로 침대에 누워 계속 봤다. 그렇게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여행 대부분 시간에 유튜브를 봤다.
폰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부터 그 순간에 완전히 녹아들어 몰입하기 대단히 어려워졌다. 아무런 저항없이 도파민 중독이 되는 것은 60대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아빠를 보며 알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아무런 제제도 받지 않는 노중년층이 더 심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가 쉽게 주는 도파민에 중독된 덕분에 일상 생활은 모두 재미가 없고 당연히 더운 날씨에 고생하는 여행도 재미가 없다. 누워서 시원한 곳에서 보는 유튜브가 최고인 것이다. 집에 가고 싶은것은 아주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빠에게 도파민 중독이니 뭐니 이야기 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 나도 입을 열지 않았다.
아빠는 30분에 한번씩 흡연을 했다. 흡연을 하지 않을땐 입을 계속 쩝쩝 다시는 등의 금단 증상도 보였다. 쩝쩝 입을 다시는건 뭔가 할아버지도 그러셨던거 같다. 폰을 사용할때는 쩝쩝 입을 다시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유심을 사드린게 내 실수다.
따라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주도하고 몰입하는 신경이 곤두서있는 시간들이었지만 돌아온 후에는 따라다닌 여행과 그 잔상이 사라지는 것을 완전히 똑같았다. 그냥 처음부터 갔다오지 않은 듯 했다.
기억은 벌써 대부분 증발했고 그 순간 느꼈던 기분이나 감정은 이미 대부분 퇴색된거 같다. 역시 꿈 같다.
내 스스로가 주도 해서 다녀온다면 그 밀도가 달라 차이가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감동이 부족했기 때문일까. 역시 관광지는 어떤 식으로 가든 감동할 수 없는 것일까.
어쨌든 아빠가 고른 여행지였지만 아버지도 그리 만족을 하지 못한거 같다.
하지만 엄마는 만족 하셨던거 같으니 그걸로는 다행이다. 다음에는 스위스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처음부터 기대는 하지 않았고 놀러 간다는 생각보다는 자식의 도리를,
일을 하러 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괜찮다. 예산은 300만원을 잡고 갔고 딱 맞춰서 잘 다녀왔다.
패키지 보다는 자유여행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이라도 원 없이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