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만하다 살만해
“사랑의 블랙홀”이라는 영화를 좋아한다. 주인공이 외딴 시골 마을에서 똑같은 하루를 매일매일 반복해서 살아가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처음엔 반복되는 하루에 자살까지 시도할 정도로 힘들어 하지만, 예측되는 일상을 재미로 만들고,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자기계발을 열심히 하며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변화와 성장을 만들어간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무한반복됐던 하루를 깨게 되는 영화같은 결말이지만, 일상을 행복으로 바꿔가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나의 일상을 되돌아 보게 했다.
회사 일로 3-4달간 정신없이 바쁘다가 정리되면서 요즘 그야말로 무료 그 자체의 일상을 보냈다. 이게 행복이지 하면서도 지루함은 어쩔 수 없었는데, 사랑의 블랙홀 요약본을 정주행한 탓인지 무엇인지 모르겠는데 요새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다.
0. 일단 휴일과 재택으로 15일도 채 출근 안 하는 10월. 전제가 좋았다.
1. 재택하다 씻지 않은 채 주섬주섬 트레이닝 바지를 걸쳐입고 10분도 안 걸리는 동네 빵집에 가서 휘낭시에, 쿠키를 사온다. 빵 사러 가는 길 햇살도 너무 좋다. 동네 맛집은 복지다.
2. 주식을 좀 열심히 해보려고 책을 이것저것 다양하게 읽고 있다. 어쩌다 좋은 책이 하나 걸려서 그 책에 소개된 책, 키워드와 관련된 책들을 가지치기 하면서 읽고 있는데 읽는 족족 너무 훌륭한 책들이다. 책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큰 흐름으로 저장되는 느낌?
3. 나의 감정을 인지하고 바라볼 여유가 생겼다. 화가 나면 화를 내는게 아니라 (물론 좀 낸다… 화를 내고..) 내가 화가 났구나를 인지한다고 해야 하나? 그럼 감정이 가라앉으면서 화가 난 이유과 상황을 돌아보게 된다. 대부분 잘해왔다가 하나의 실수로 자괴감을 느꼈다는 걸 깨달으며 괜찮아진다.